호주에서도 가을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제법 싸늘한 아침 공기와 시려진 새들의 울음소리가 가을을 알린다.
정원을 둘러보다 보니 현관 앞에 기둥을 장식하는 큰 꽃화분에서 눈이 시리도록 노오란 낙옆이 떨어져 있다. 가을이 온 것이다.
아직 꽃화분은 한창 꽃이 피고 있고 파란 잎들이 무성하다. 그런데 드문드문 노란 이파리가 떨어질 듯 말 듯 사력을 다해 줄기에 붙어 있다. 손가락으로 조금만 건들어도 곧 떨어질듯하다.
떨어진 노오란 이파리들을 손에 쥐어 보고 있자니 이 조그만 이파리들에서 용기를 얻게 된다.
이 노란 이파리들은 자신의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비록 푸른 잎에서 노란 잎으로 색은 바뀌었지만 그 아름다움만은 여전하다. 싱그러움은 잃었어도 고귀함을 얻은 것이다.
낙엽이라고 다 같은 낙엽은 아니다. 색을 잃고 떨어지는 낙엽도 있고, 자신만의 아름다운 색을 간직한 채 떨어지는 낙엽도있다.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만, 똑같이 늙고, 똑같이 죽는 법은 없다.
어떤 이는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 그 아름다움이 책속에 꽂힌 예쁜 나뭇잎처럼, 문득문득 다른 이들의 마음에 생각나기도 한다.
비록 나이가 들며 젊은 시절의 싱그러움을 잃게 된다 하더라도, 노랗게 변한 나뭇잎을 나무랄 이가 없듯, 그의 노년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시간은 흐르고 우리의 겉모습이 조금씩 변해간다 해도 생을 마치는 순간까지 아름다웠던 이 노오란 낙엽들처럼 우리도 그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