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해서 같이 살아 보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이 낯설 때가 종종 있다. 많은 사람은 성격 차이로 이혼에까지 이르기도 하는데, 성격 차이는 같이 사는 부부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일 아닐까? 부부사이는 성격 차이 자체보다는 서로에게 얼마만큼 조율하고 맞춰갈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신혼 때를 돌이켜 보면 서로 달라도 너무 달라 매일이 뜨악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중 가장 뜨악한 일은 청소 방법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나름 잘 정리하고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있다 생각했지만, 남편은 늘 나의 청소 방법에 못마땅해했다.
나는 청소를 할 때 정리부터 하고, 그다음에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그런데 남편은 걸레질을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정리는 나중이다. 순서가 바뀌어도 많이 바뀐 서로의 청소 방법 때문에 많이도 다투었다.
난 어질러져 있는 상태를 못 참아하는데, 남편은 침대 밑에 굴러다니는 먼지를 못 참아한다. 그래서 난 정리부터 하고, 남편은 걸레질부터 한다. 자기가 못 참아하는 걸 먼저 하는 법이다.
서로의 청소 방법이 맞다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우기는 중이다. 그래도 달라진 게 있다면 그냥 상대의 청소 방법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더 이상 나의 방법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정리를 마칠 쯤 걸레질까지 끝나 있어 청소가 한결 수월하다.
순서도 순서지만, 청소 방법의 디테일도 너무 달랐다. 나는 눈에 잘 띄고, 큼지막한 것들을 주로 청소를 하는데 남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중점을 두고 청소를 한다. 창틀, 문틀, 수도꼭지 이런 곳들이 남편이 즐겨 청소하는 곳이다. 남편에게는 보이는 곳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을 청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거실에 양말은 널부러 놓을지언정, 수도꼭지에 물때 묻은 건 용서를 못한다.
청소하는 모습에는 그 사람의 가치관도 나타난다. 청소할 때 나는 집의 전체적인 모습과 한 눈에 들어오는 청결도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도 올바른 성품이 고루 갖춰진 사람인가를 본다. 하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이 깨끗한 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도 숨김없이 정직한 사람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난 정돈되어 보이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감춰둔 때가 없는 사람을 좋아한다. 난 첫인상에 그 사람의 많은 부면이 보인다고 믿는 반면, 남편은 첫인상을 도통 믿지 않는다. 난 그 사람이 전체적으로 풍기는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남편은 보이지 않는 내면이 어떤 사람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겉이야 어찌 됐든 속 사람이 올바른 사람을 좋아한다. 그래서 날 처음 만났을 때도 자신의 치부부터 상세하게 열거해 줬었다. 그런 모습이 청소 방법에까지 영향을 줄지 그땐 미처 몰랐다.
청소 방법이든, 사람을 보는 관점이든 누가 맞다고 할 수 없다. 그저 다른 것뿐이다. 하지만 이런 다름은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낸다. 내가 잘 청소하지 않는 창틀과 문틈, 수도꼭지는 남편이 알아서 잘하고 있어 전체적인 집의 청결도가 늘 잘 유지된다. 내가 굳이 들추지 않는 냉장고 밑은 남편이 정기적으로 냉장고를 들어내어 청소해 주고 있어 마음이 가볍다.
서로 달라서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다름을 전투적으로 보고 배격할 것인지, 다름을 서로를 채워줄 어울림으로 보고 조화를 이룰 것인지 하는 것이다.
청소 방법에도 그 사람의 성격이 드러난다는 게 참 재밌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커플들이 있다면 같이 청소를 해 보면 좋을 것이다. 같이 청소를 해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서로의 성격 차이를 일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사람이라면 청소부터 같이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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