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에세이

by 나무향기

언젠가부터 우리 동네에 갑자기 나비들이 많아졌다. 많아진 정도가 엄청나 뉴스에도 나왔다. 기상이변으로 날이 너무 따뜻해져 원래 생존하던 나비보다 더 많은 수의 나비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 그렇다고 했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나비를 많이 볼 수 있어 마음은 즐겁다. 노랑나비와 갈색무늬 나비는 예전에도 자주 보던 나비인데 갑자기 에메랄드 빛 나비가 많아졌다. 찾아보니 이름이 청띠 제비나비(Common bluebottle )라고 한다. 내 집 뜰에 이런 나비가 찾아온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의 정원을 에메랄드빛 나비가 수놓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행복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날개의 반쪽이 찢어진 채 날아다니는 나비가 정원 나뭇잎에 앉아 있다. 찢어진 날개 때문에 힘들어 쉬어가던 터였을까? 찢어진 날개가 못내 안쓰럽다. 찢어진 부분을 찾을 수만 있다면 찾아 이어주고 싶다. 내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 갑자기 나비가 찢어진 날개를 파닥이더니 사뿐히 날아 올라 눈에서 사라졌다.


우리 인생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찢어진 날개로 날아올라야만 하는 때가 찾아온다. 반 밖에 남지 않은 날개로, 어쩌면 반도 남지 않은 날개로 살아내야 할 때가 있다. 연약해 보이기만 하던 그 작은 생명체가 찢어진 날개로도 가볍게 날아오르듯, 무너질 것만 같았던 힘든 때도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야만 할 때가 있다. 우리도 나비처럼, 내게 남아 있는 날개에 희망을 싣고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나비의 날개 색은 아름답다는 말이 부족하다.어떤 패션 전문가도 흉내 내지 못할 무늬와 색감의 조화 때문에 매번 보면서 감탄을 한다. 누가 이리도 예쁜 옷을 지어 입혀주었을까? 하루만이라도 나비의 옷을 빌려 입고 싶다. 하지만 나비가 고운 옷으로 단장하는 것은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기 위해 곱게 단장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꿀을 모으고, 자신에게 맞는 향을 모아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아름답게 날아간다.


어떤 나비들은 수천 킬로나 되는 먼 여행길도 나침반 없이 정확히 여행을 한다고 한다. 작은 핀 머리만 한 뇌에 그 모든 여행 길이 그려져 있다고 하니 신비롭다. 이런 작은 나비도 태어나 처음 하는 여행길을 잘 찾아갈 수 있다면, 나도 내 인생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나의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더라도 결국 나비처럼 나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나비는 따뜻하기만 할 것 같은 생물인데, 냉혈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햇빛이 좋은 날에만 나비들이 활동하고, 봄에서 여름까지만 나비들을 볼 수 있다. 바위나, 나뭇잎에 내려앉은 나비가 있다면 분명 따뜻한 햇살에 몸을 데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햇빛 충전을 해 따뜻한 몸이 되면 다시 꿀과 향을 모으기 위해 날아오른다.


우리 인생도 햇빛 충전이 필요하다. 어둠의 그늘에서 떨지 말고,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따뜻한 햇살을 찾아 나의 몸과 마음을 녹일 시간이 필요하다. 내 피가 차가워졌다 느껴진다면 나비처럼 해를 향해 앉아 몸을 데워야 한다. 따뜻해진 몸으로 꿀을 모으고 향을 모아 우리 인생의 길을 날아오르면 그 꿀과 향을 다른 이와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내 정원에 찾아온 나비 손님들로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 오를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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