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니멀리즘이 지구를 구할 수도 있다.

by 나무향기

산후 우울증을 겪은 이후 가끔 불안장애와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내가 처음 공황장애를 겪은 건 쇼핑센터 안이었다. 많은 사람과 많은 물건들, 물건을 향한 사람들의 탐욕에 둘러싸인 느낌이었다. 탐욕으로 가득 찬 공기 속에 갇힌 것만 같았다. 갑자기 숨을 쉬기가 힘들어졌고, 몸을 가누는 것도 힘들었다. 쇼핑카트를 의지해 가만히 서 있다가 서 있을 힘조차 주어지지 않아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 이후 쇼핑센터를 가는 것이 힘들어졌다. 꼭 사야 할 것이 있어 가야 할 때라도 급하게 살 물건만 사 가지고 도망치듯 나왔다.


사실 난 쇼핑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시골 촌뜨기가 처음 서울 올라가 물건들이 꽉꽉 차 있는 백화점을 구경했을 때는 거의 감격하다시피 했다. 난생처음 보는 물건들과 가지도 셀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내 몸 가득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이 급속도로 분비되었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하루 온종일 백화점 구경을 한 적이 있다. 그땐 쇼핑하는 것이 즐거움이었고, 행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백화점이나 큰 쇼핑센터를 가면 멀미가 난다. 끝도 없이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이 많은 물건들이 생을 다하고 돌아갈 자리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우리에게 정말 이렇게나 많은 물건들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의 무엇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많은 물건들이 여기에 있는 걸까? 내 눈앞의 이 많은 물건들은 주인을 만나지 못할 물건들이 태반일 테고, 설령 주인을 만난다 해도 얼마나 주인 곁에 머무를 수 있을까? 결국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려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생산자의 잘못이 아니다. 소비자의 잘못인 것이다. 이토록 많은 물건들이 우리 눈앞에 쌓이는 것은 우리의 욕망이 이리도 커져버렸다는 증거이고, 욕망을 주체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해결책은 하나이다. 우리의 소비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생존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생활 방식이다.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욕망을 줄이는 것이다. 우리의 탐욕과 소유욕을 줄여 생존하기 위함이다. 욕망대로 살다간 결국 살아남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어느 나라고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쓰레기가 단순히 소비하고 남은 찌꺼기가 아니라 쓰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물건들로 점점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 물건들은 우리가 설 땅을 무너뜨리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를 혼탁하게 하며, 우리가 마실 물을 썩게 한다. 그리고 결국 우리 역시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소비를 줄이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면 위기의 지구를 구해낼지도 모를 것이다. 기후 변화로 소리치는 지구를 향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소비를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다. 성경에 나오듯이 백합은 옷감을 짜지 않고도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보다 더 잘 차려입었다. 새들은 씨를 뿌리고 거두거나 창고에 모아들이지 않고도 잘 살아간다. 자연이 가르쳐주듯,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줄인다 해도 굶어 죽거나 초라해지는 일은 없다.


미니멀리즘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고통으로 소리치는 지구 앞에서 겸허히 우리의 욕심을 내려놓을 용기가 필요하다.


<사진출처: zenefi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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