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급식에 대한 동영상을 볼 때마다 난 부러워 죽겠다. 한국에서 급식 만드는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보았는데, 너무 맛있게 잘 나와서 보고 있던 내 배가 꿈틀거렸다. 호주에 사는 한국 엄마라면 가장 큰 고충은 도시락을 싸는 것일 것이다. 호주 엄마들이야 원래부터 그랬으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급식이 잘 나오는 한국 살다 온 한국 엄마들에겐 도시락 싸는 일이 제일 힘든 일일 것이다. 오늘 아침엔 도시락을 세 개 쌌다. 남편 도시락, 일하는 큰 아들 도시락, 학교 다니는 둘째 도시락. 이렇게 도시락을 싼 지도 어언 14년 째다. 첨엔 하나 싸던 도시락을 아이들이 학교를 가면서부터 세 개씩 싸게 되었고, 큰 아들은 학교를 졸업했지만 여전히 도시락을 싸고 있다.
호주엔 학교 급식이 없다. 워낙 음식 알러지를 가진 사람도 많고, 음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없어서인지 어느 학교에서고 각자 도시락을 싸 오게 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외식비가 너무 비싼 탓에 사 먹기는 부담스럽다.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라야 고작 맥도널드, 버거킹, 서브웨이다. 매일 이런 걸 도시락으로 먹을 수도 없기에 다들 도시락을 싼다.
호주 사람들은 도시락에 냄새가 안나는 음식을 주로 싼다. 과자, 초콜릿, 쨈만 바른 빵. 이런 게 주된 도시락이다. 아침에 워낙 바쁘니, 요리에 별 관심 없는 호주 엄마들이라면 이렇게 싸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냄새가 강한 한국음식을 도시락으로 싸 가는 것이 우리 애들은 도전이 되었다. 나도 호주 엄마들처럼 과자 부스러기나 싸주면 편하겠지만, 굳이 호주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동화되기 위해 입에도 맞지 않은 그런 도시락을 싸긴 싫었다. 우린 이런 거 먹어 라며 당당하게 한국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주고 싶었다. 그래도 냄새를 고려해서 김치는 안 싸줬고, 그나마 냄새가 덜 나는 음식들 위주로 도시락을 싼다. 오늘은 브런치에서 배운 치즈버거맛 미트볼과 감자채 볶음, 파파야 피클을 싸주었다.
호주는 자체 음식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나라다. 끽해봐야 영국에서 건너온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가 다이다. 아들이 친구네 놀러 갔을 때, 그 집에서 뭐 먹고 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소세지롤, 아님 스파게티이다. 그래도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라 이민자들을 통해 다채로운 음식문화가 구축되긴 했지만 호주 고유의 전통 음식 문화는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도시락은 늘 구경거리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이상한 거 싸온다고 놀림도 받았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가니 우리 집 도시락은 인기였다. 그래서 큰 아들이 학교 다닐 땐 도시락을 넉넉히 싸줬다. 하도 맛 좀 보자고 하는 아이들이 많아 나눠주다 보니 넉넉하게 싸줘야 했다. 지루한 호주 음식만 먹다 다채로운 한국음식을 접한 아이들은 더 달라고 많이도 졸랐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으면 도시락 쌀 때 힘이 나긴 하지만, 그래도 매일 이른 아침 도시락을 세 개씩 싸는 것은 힘든 일이다.
우리 엄만 내가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몇 개씩 싸셨나 생각해 보니 애가 넷이라 엄청난 도시락을 싸셨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고등학교 땐 점심, 저녁 두 개씩 쌌으니 늦둥이 막내를 제외한다 해도 대여섯 개의 도시락을 싸신 거다. 엄만 투정 한번 안 하고 도시락을 싸 주셨는데, 호주에 급식이 없어 힘들다고 투덜대는 나를 보니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다. 매일 도시락 메뉴를 정하고, 준비해 놓고, 아침에 서둘러 싸는 일은 힘들다. 그래도 엄마의 손맛 담긴 도시락을 가져가는 남편과 아들이 고맙다. 호주에 살면서 힘든 일이긴 한데, 그래서 보람된 일이기도 하다.
<사진:나무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