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7학년(중1)이 되고서 나와 갈등이 잦아졌다. 내가 아들에게 하는 말의 대부분은 아들에겐 잔소리이고, 난 나와 너무 다른 아들 앞에 어이가 없다. 물론 어릴 때도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아니었지만, 이젠 아예 대놓고 내 맘대로 할 테라는 태세다. 언젠가 나와 둘째의 대화가 녹음된 내용을 들어보았는데, 내가 하는 말을 듣고 ‘저 아줌마 왜 저라나?’ 싶었다. 난 아들에 대한 불만이 가득 묻어나는 목소리와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로 올라간 톤으로 '왜 그러니?'가 대부분이었다. 아들 역시 반항기가 똘똘 뭉친 목소리와 청개구리가 되겠다는 의자가 묻어나는 톤으로 '내가 알아서 해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아직 다행인 것은 아들이 대화를 피하지는 않는다. 대화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서투른 엄마의 대화법을 잘 참아주고 있는 것인지, 아직 엄마가 좋은 초딩 마인드가 남아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대화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해도 나의 대화법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녹음에서 들린 나의 대화법은 내가 듣기도 거북했다.
조언을 하는 일은 정말 힘들다. 조언을 할 대상이 자녀이든, 그 누구이든 간에 누군가를 위해서 조언을 베푸는 것은 힘든 일이다.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조언을 듣는 사람이 혹시 상처받게 되면 어쩌지?’라는 염려와 ‘내가 조언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조언'을 못마땅해서 하는 '핀잔'과 혼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서의 '조언'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조언을 말한다.
사랑에 바탕을 둔 조언이라 할지라도 조언을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조언에는 나의 문제점과 그것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가 담겨 있는데,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성경에선 조언을 '기름'에 비유하곤 하는데 기름은 상처를 치유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언을 하는 것은 상대를 치유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 조언을 한답시고 상처를 주고 있다면 그것은 진정한 조언이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치유의 과정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 몸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해야 할 경우가 생겼다면 수술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몸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꼭 해야만 하는 수술이라면 그 과정이 힘들더라도 우리는 수술을 받는다. 누군가가 하는 조언이 우리가 가진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꼭 필요한 조언이라면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도 조언을 들어야만 한다. 다만 수술 전 마취가 필요하듯 조언에도 마취가 필요하다.
난 너무 마취 없이 아이에게 말하곤 했다. 내가 당장 고쳐주고 싶은 것, 알려주고 싶은 것부터 말해 버리니 아이는 아파서 달아나려고만 했던 것 같다. 수술대에 올랐는데 의사가 칼부터 들이댄다면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 환자는 마취부터 시켜야 한다. 우리가 조언을 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조언을 하기 전에 마취부터 시켜야 한다. 조언에 필요한 마취제는 바로 사랑 가득한 진심 어린 칭찬이다. 아이를 훈육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심 어린 칭찬으로 일단 마취를 시킨 다음에 뼈 때리는 말을 꺼내는 게 좋다. 이렇게 해 보니 아이의 태도가 달라졌다. 반항만 하던 둘째가 내 말을 진심으로 곱씹는 듯했다.
마취가 통했다면 이번엔 더 업그레이드 방법을 사용해 보면 좋다. 칭찬으로 밖을 싸고, 내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샌드위치 속으로 넣는 것이다. 이른바 '샌드위치 칭찬법'이다.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아이는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듯 나의 훈육을 달게 받을 수 있다. 처음에 진심 어린 칭찬을 해서 아이의 마음을 살살 녹여 놓고,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훈육의 말을 한 다음 마무리도 칭찬으로 감싸주는 것이다.
이렇게 해 보았더니 아이는 내가 해 준 조언을 행동으로 옮겨 보려는 의지가 조금은 생긴 것 같았다. 정말 효과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의 바탕은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랑은 진심으로 전달되어 아이를 움직이게 한다.
아이에게만이 아니다. 내가 조언을 해 주고 싶은 모든 사람,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그 누구이든 간에 우리가 사랑을 바탕으로 마취를 하고, 칭찬으로 샌드위치 싸듯 조언을 베푼다면 그 조언을 분명 '달게' 받아들일 것이다.
조언도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은 예술(art)이다. 아름답게 조언하고 아름답게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게 기술을 사용해 보자.
<사진출처: foodandw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