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고 살았더니 턱관절만 생기더라

by 나무향기

6개월마다 치과 검진을 한다. 여러 치과를 다녀 보았는데 하나 같이 하는 말은 안쪽 어금니가 이갈이나 이 악무는 습관 때문에 마모된 흔적이 있다는 것이다. 난 한 번도 이를 간 적이 없는데, 그리고 같이 자는 남편도 내가 이가는 소리를 들은 적은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난 잘 때 이를 악물고 잔다는 것이다. 그래서였다. 한동안 턱관절로 엄청 고생했다. 이 악무는 습관 때문에 턱관절이 생긴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 난 그동안 너무 이 악물고 살았다. 내가 어렸을 때 왜 어른들은 그토록 나에게 이 악물고 살라고 했나 모르겠다. 사람은 힘을 주고 살아야 할 때도 있지만, 힘을 빼고 살아야 할 때도 있다. 어린 시절 난 무조건 힘주고만 살았었다. 뭐든 잘해 내려고 애를 썼고, 내 기준에 완벽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나 자신을 채찍질하곤 했다. '대충'과 '대강'은 내가 가장 혐오하는 단어들이었고, 무엇이든 허투루 하는 꼴을 못 봤다. 멍 때리기는 경멸의 대상이었고, 할 일 없이 보내는 시간을 못 견뎌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게 되었다. 젊었을 땐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유연한 근육과 짱짱한 혈액 순환으로 버텨낼 힘이 있었겠지만, 나이가 드니 근육이고 혈액순환이고 모두 노후되어 버텨낼 힘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시험 치는 꿈에 시달리곤 했다. 답이 엉키고 끝도 없이 넘어가는 시험지들 속에서 이 악물고 끙끙대며 문제를 푸는 나 자신이 꿈에 등장했다. 그런 꿈을 꾼 날이면 어김없이 턱이 얼얼해 며칠 동안 고생했다. 그런 꿈을 꾸지 않아도 오랜 시간 동안 경직된 나의 근육들은 알 수 없는 통증을 일으켰고, 치통과 턱관절 때문에 병원을 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힘 빼고 사는 법을 몰랐던 나에게 그 잔해는 고스란히 몸 이곳저곳에서 통증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예전처럼 뭐든 잘해 내려고 애쓰지도 않고, 완벽을 추구하지도 않지만, 오랫동안 힘주기에 익숙해진 근육들은 긴장을 푸는 법을 잊은 듯했다. 병원에 가니 의사가 이곳저곳의 근육이 너무 딱딱하게 경직되어 있다고 했다. 살기 위해선 의도적으로 힘 빼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하루에 한 번은 스트레칭을 하고, 일주일에 두 번은 필라테스를 했다. 꼭 다물고만 다녔던 입도 '헤~' 벌리고 다니는 연습을 한다. 자기 전에도 의도적으로 긴장을 푸는 연습을 한다. 발가락 끝부터 정수리까지 몸의 모든 보이는 기관과 보이지 않는 기관들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릴랙스 버튼을 켜고 힘을 쫘악 빼본다. 그리고 잘 때도 입을 '헤~'벌리고 자려고 했다.


이렇게 했더니 어느 순간 알 수 없던 몸의 통증과 치통, 턱관절이 사라졌다. 신기한 일이었다. 힘을 빼고 입을 '헤~'벌리고 다니니 좀 바보 같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보같이 보이는 지금의 내 모습이 좋다. 아직도 의식적으로 꼭 다문 입술에 긴장을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치솟은 승모근을 내려놓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적어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통증으로 인한 고통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다.


육체의 통증은 내가 그동안 받은 정신적 고통을 반영하고 있었다. 내가 설령 인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고통은 결국 나의 몸을 통해서 나타나게 되어 있다. 이 악물면서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일은 지나 보니 애 낳을 때 밖엔 없는 것 같다. 모든 일을 이 악물고 열심히 하다 보면 턱관절만 생겨 고생한다. 입을 '헤~'벌리고 좀 모자란 듯 힘 빼고 살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헤헤헤...


<사진출처: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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