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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Feb 06. 2021

폴댄스는, 처음입니다.

움직이는 사람TYPE_폴댄스


원해요, 근육질의 몸!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는 어디든 걷고 움직이고 싶고, 하고 싶은 것과 새로 배우고 싶은 것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생각이 앞서기도 해 괜한 고민의 시간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몸이 재빠르게 움직여 주는 덕분에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이런 성향 덕분에 운동, 또는 새로운 무언가든 배우고 체험해 보는 데 시간과 비용을 비교적 크게 아까워하지 않는 편이다. '어쩌면 내일 나는 사라질지도 몰라.' 하는 마음가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달까.


꿈을 이루기 위한 생계 작업인 직장 생활은 어떻게든 꾸역꾸역 이어가고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힘들고 마음 다치기 일쑤인 직장 생활 덕분에 배움 및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금전적인 여유를 얻고 있다.

오늘 받은 스트레스는 오늘 다 풀어버리고,  내일 출근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스트레스 누적으로 분기별로 크게 앓아눕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운동을 마치 생존 전략처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여행을 떠나도 그곳에서 운동할 궁리를 하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신해 갔다. 그리고 운동이든 배움이든  꾸준히 출석하고 열심히 하는 수강생 중 하나가 되었다. 물론, 직장생활의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운동의 강도와 운동에 대한 갈망이 비례해서 상승하는 중이지만...  이별을 이겨내는 효과적인 방법은, 잊어야 할 옛 연인과 함께한 추억이 자꾸 생각이 나서 그 추억과 시간에 빠져들지 않도록, 일에 몰두하거나, 운동에 몰두하거나, 여하튼 다른 무언가에 몰두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을 점차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눈물의 밤, 때로는 연민의 밤, 때로는 허전한 이별 후의 밤 시간에, 몸을 지독하게 피곤하게 만들어서 어떤 감정에도 신경 쓸 여유가 없을 만큼 지쳐서 쓰러져 잠들도록 육체를 혹사시키는 것이다. 내게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행위는,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 거치는 내 나름의 과정과 굉장히 유사하다.


정신을 컨트롤 하기란 정말 어렵다. 하지만 몸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도록 컨트롤하는 건 보다 쉽다. 그리고 몸이 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도 생각도 따라가게 된다. 물론 한계는 있겠지만, 그래도 몸을 쓰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격렬한 운동 뒤에 쓰러져 잠들면, 적어도 다음 날 일어나 움직일 에너지가 생기니까. 그리고 오늘 펼쳐질 날에 대한 희망찬 생각을 하게 될 여유도 조금 얻게 되니까.


더, 더, 더


점점 강도가 센 운동을 찾다 보니, 어느덧 폴댄스에까지 이르렀다. 아직 버킷리스트에 올라 있는 아크로바틱과 클라이밍은 근처에 없었고, 주말에는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결국 폴댄스냐 댄스학원이냐, 마지막까지 고민하고 비교한 끝에 결심했고 결정했다. 폴댄스부터 시작하기로. 폴댄스에 매료된 가장 큰 이유는, 온몸의 근육을 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는 점 때문이었다. 내 몸을 내 마음껏 사용하고 싶다는 열망과, 조각조각 근육으로 만들고픈 욕심이 컸다. 그리고 자유로운 움직임을 갖게 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단련이 되면 뭔가가 트일 것만 같았다.


검색을 통해 유튜브 등 사전 조사한 폴댄스는,

폴을 붙잡고 지면과 수평이 되게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운동이었고, 그 힘을 기르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건 아마도 몸 안팎의 근육이었고, 무엇보다 강력한 코어 힘이 뒷받침이 되어야 가능한 운동이었다. 게다가 그 정도의 힘과 운동량을 필요로 하는 폴댄스라면, 참다 참다 최고조에 이르러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필요한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버텨낼 힘이 생길 것 같았다.


자고로 운동은 가까워야 원하는 시간대의 수업을 들을 수 있고, 주말이라도 시간이 맞아떨어지면 달려갈 수 있으니까, 가능한 집 주변부터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미 도보로 왕복 30분이 넘는 거리의 센터에서 플라잉 요가를 하고 있던 터라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서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집에서 달려가면 4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꽤 유명해 보이는 폴댄스 학원이 있었지만, 결국 왕복 40분 정도 거리의 다른 학원에서 수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체험 수업으로 겪어본 집 근처 학원에서는 도저히 즐겁게 수업을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 1시간 내내 폴댄스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동영상과 사진 촬영을 멈추지 않는 몇몇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수업 분위기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대중적인 운동이었나 싶을 만큼, 생각보다 폴댄스 학원은 많았고, 꽤 큰 단체도 있었다. 그리고 여러 상담 끝에 드디어 찾아냈다. '여기다!" 하는 곳을. 조금 더 스포츠로서 운동으로서 접근하고, 내 몸과 동작에 집중할 수 있는 곳.


폴에서 자유로워 보이던 선생님처럼, 아름다운 움직임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새로운 운동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살포시 품어 본다.


살기 위한 운동




사진출처: Image by �Merry Christmas �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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