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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Mar 29. 2021

음악극 <태일>

마음, 쓰다

외출이 조심스러운 가운데, 조심스럽게 다녀온 공연


음악극 <태일>



전태일 열사의 일생을 다룬 극으로, 음악이 여러 스푼 담겨 있다. 무대에는 많은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다. 단 2명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무대 한쪽에서는 건반과 기타 연주자가 함께한다. 두 배우는 전태일 열사의 생을, 짧고 강하게 연결된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다.



배우들은 에피소드 중간중간, 역할에서 벗어나 배우의 입장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전태일 열사에 대해 이런 부분을 더 알게 되었다든지, 연습 과정에서 어떤 장면이 유난히 마음 아팠는지 등

이렇게 배우가 공연 밖으로 빠져나오는 순간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몰입을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단 두 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도 무대에는 빈 틈이 느껴지지 않는다.

소품이 잘 활용되었고, 배우들이 바삐 다양한 역할로 변신하고, 음악이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함께 변신하며 무대를 채우기 때문인지 모른다. 극이 진행될수록 특정 소품이 점점 늘어나 무대를 채워가는데, 극이 끝날 무렵에 무대를 채운 그 소품을 보고 있으면, 누가 심장을 움켜쥐는 것처럼 가슴이 욱신욱신 아파진다.




태일역에 캐스팅된 진선규 배우가 보여줄 전태일 열사가 궁금했다. 실제 진선규 배우의 무대를 본 건 뮤지컬 <나빌레라>가 전부였는데, 스크린에서 만나는 모습도 좋지만 무대에서 만난 모습이 더 크고 강렬했고, 그래서 더 좋았다. 하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았고, 볼 수 있을 때 빨리 보고 싶었다.  



<태일> 역의 이봉준 배우
<태일 외 목소리>의 백은혜 배우


처음 만난 이봉준 배우의 전태일 열사는, 전태일 열사의 마지막 시기였던 20대 초반과 가까운 나이이기 때문인지, 더 애틋하고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양한 역할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백은혜 배우를 다른 공연에서도 또 만나고 싶어 졌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많이 울었다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공감될 만큼, 보는 내내 아픔이 전달되는 장면이 많았다. 영화든 공연이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 유독 보면서 괴로운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사실이 아니었으면,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이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일어난 게 아니라고 말해줘'

라고 누군가 붙잡고 호소하고 싶을 만큼 잔인한 실제 이야기들, 아직까지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현실의 아픈 부분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니까.



전태일 열사에 대해 잘 몰랐더라도, 아주 조금만 알고 있더라도, 그리고 잘 알고 있다면 더욱 몰입하고 가슴 아프게 극에 빠져들 것이다. 나는 아주 조금밖에 몰랐지만, 전태일 열사가 더 가깝고 매력적인 분으로 느껴지는 동시에 정말 대단하고 큰 분이라는 느낌도 함께 다가왔다.

또한 마지막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감히 상상도 안 되어 괴로워졌고, 아주아주 조금이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되기도 했다.


노동 근로 부당함 평등 권리


이미 결말을 알고 있고, 한 목숨이 스러져버렸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일이지만, 시간상으로 지나간 일일 뿐, 마침표가 찍힌 일도 끝난 일도 아니다.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싸움이다. 여전히 부당하고,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권리는 지켜지지 않는다. 지금도 여러 형태로 곳곳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삶이 너무 아파서, 나 자신의 모습이 대입되어서, 현실에 대한 분노로 등등 눈물을 참기 어렵지만, 마주했으면 하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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