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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Mar 23. 2021

시선은 고요하게

움직이는 사람TYPE_요가


나의 생활패턴은 집순이와는 거리가 멀다. 여행지에서는 끊임없이 걷다가 운동화를 피로 물들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하루에 평균 1만~1만 2천 걸음을 걷고, 주말 스케줄도 빡빡하게 채워져 있다.

롤러코스터 타듯 지나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서 거의 매 순간 움직이거나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이런 성향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는데, 코로나 때문에 그랬고, 문득 여유도 중요하다는 게 이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마치, '잠깐 들르는 곳'처럼 활용되던 집과도 차츰 친해졌다. 그 과정에서 저절로 온갖 향기 나고 운치 있는 소품들이 집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조명, 향초, 디퓨저, 드림캐처, 태피스트리 등등


코로나로 요가 수업이 정지된 동안 홈트를 해야 했고, 기왕이면 내가 좋아했던 은은한 분위기의 요가원의 느낌을 내고 싶었다. 자세를 잡고 호흡만 제대로 반복해도 내가 정갈해지는 것 같고, 잡생각이 내려놓아 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혼자 수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에겐 힐링의 장소였던 요가원을, 아주 조금이지만 흉내내 보았다.



불을 끄고, 구령 중심으로 진행되는 차분한 요가 수련 영상을 켜 두고, 요가매트 앞의 다치지 않을 거리에 향초도 하나 놓는다. 흔들리는 작은 촛불을 바라보며 멍해지라고.

선생님의 구령, 바로잡아 주던 골반 위치, 발가락으로 매트를 조여서 버티지 말라던 선생님의 말 등을 떠올리면서 60분, 80분을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photo by 나는나



이제 요가의 매력을 알겠다고 느낄 무렵 한 선생님은, 드리시티(Drishti)의 중요성에 대해 자주 얘기해주었다.

드리시티(Drishti)란 시선이 머무는 곳, 응시점, 초점이다. 요가 동작을 할 때마다 선생님들이 바라보라고 알려주는 곳이 있다. 예를 들어, 다운독 자세에서는 가능하면 배꼽 쪽, 어려우면 무릎 사이, 전사자세에서는 뻗은 손끝이 향하는 곳, 물고기 자세에서는 코 끝 너머 등 거의 신체와 연결되어 있다.

동작을 유지하거나 전환할 때, 가장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콕콕 짚어주는 것처럼, 선생님이 짚어준 곳을 바라보고 동작을 하면, 편안했고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동자를 잡아 주었다. 특히 요가를 갓 시작했을 무렵에 심했는데, 눈알이 요리조리 돌아가기 바빴다. 시간이 대체 얼마나 남았나 또는 얼마나 지났나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가, 다른 수련자들의 모습도 궁금해져 살짝살짝 봤다가, 한쪽 벽면 한가운데 붙어있는 문양이 뭔지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했다.

제대로 집중할 줄 모르니 눈알도 함께 갈 곳을 잃었다.



한 곳을 바라본다

선생님의 카운트에 맞춰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쉰다

눈은 저절로 가볍지만 느리게 깜빡깜빡  



마치 산란한 마음을 시선을 통해 붙잡아주는 것처럼 눈을 고정시키니 마음이 따라가서 함께 고요해진다. 한 곳을 바라보고 머무르면서 호흡에 신경 쓰고 내 숨소리를 듣다 보면 눈알을 굴릴 필요가 없어진다.


온 집의 불을 끄고 나면, TV 화면 속 빛과 매트 앞쪽에 둔 작은 향초가 일렁이는 빛만 퍼져 나온다. 향초를 응시하고 이어가는 동작은 없지만, 동작을 하다 보면 시야각 안에 촛불의 작은 번짐이 들어오기도 하고, 무엇보다 분위기에 감싸인다.

어쩌면, 이런 고요함이 행복일 수도 있겠다




대문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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