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 유목민이다 #1. 다발성 경화증 이야기
나는 2차 진료기관에서 치료가 불가하다고 3차 진료기관으로 보내졌다. 그리고 희귀 난치성 질병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듣보잡 병이라고 한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도 안된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았지만 병원에서 바라본 하늘은 멀쩡하였다. 삼성서울병원 본관은 중앙로비 쪽에서는 하늘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웬만한 호텔을 능가하는 시설을 자랑하였다.
삼성서울병원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온갖 환자들이 다 모여있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희비를 스치듯 보면서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며 병원을 나섰다. 두 달 후에 정밀 검사 예약이 잡혀 있다. 하지만 그 검사를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생각보다 수많은 환자들의 집합소였고 모두의 얼굴에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두 달 후에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사는 이유다. 나에게 내일이 언제까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눈을 뜨면 산책을 나간다. 하루를 가장 멋지고 치열하게 살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빠트리지 않는다. 초등학교 방학 때 동그란 원을 그려 기상부터 취침까지 하루 일과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 심정으로 하루를 살고 있다.
병원을 나서기 전 중앙 본관 로비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절반은 넋이 나간 상태였다. 머리 위로 햇살이 정신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모두가 중환자처럼 보였고 세상 전체가 병원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순간 혼란이 몰려왔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도, 나처럼 아직은 알 수 없는 질병을 확인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도 모두가 우울해 보였다. 거대한 병원에서 직원들도 환자들도 웃지 못했다. 그 어디에서도 웃음끼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죽음의 위력은 그토록 대단하고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유일하게 햇살만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100억 년 전부터 모든 것을 지켜본 저 햇살만이 마음대로 웃을 자유와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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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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