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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Sep 01. 2019

나에게 브런치는  고시였다.

아침은 고사하고 브런치도 먹지 않던 사람이 브런치와 사귀고 있다.



이번 여름에 나는 그동안 생각만 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던 큰일을 하나 해치웠다. 억세게도 운이 좋아서 재수 끝에 브런치 고시에 합격한 것이 그 큰일이라는 것이다. 브런치 대상을 받은 작가들도 다섯 번씩이나 낙방하는 어마 무시한 브런치 고시를 말이다. 아마 브런치 고시는 내가 처음 사용하는 용어일 것이다. 그만큼 나의 애착은 남달랐다.

     

아무 생각 없이 올봄에 브런치에 프러포즈했다가 보기 좋게 까였다. 그렇게 두어 달은 브런치라는 이성을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까인 충격의 여운이 가시기를 기다리다가 그만 그녀의 존재를 새까맣게 까먹고 말았다. 그러던 차에 누군가의 소개팅 주선이 있었다. 그 누군가는 브런치를 소개해주고 있었다. 이미 한번 만나보았다가 까였다고 하기에는 속된 말로 쪽팔렸다. 그래서 별 관심이 없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나의 사생활을 까발릴 준비가 덜 되었다는 그럴듯한 자기 합리화까지 생각해내는 센스를 발휘하면서 그녀를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자존심 때문이라도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나의 자존심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일종의 소리 없는 압박이었고 스트레스였다. 솔직히 좀 무서웠지만 미인을 얻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만 했다.





그래서 브런치라는 콧대 높은 그녀에게 다시 프러포즈를 하였다. 지난번의 까임을 분석하고 난 결론은 나의 성의 부족이었다. 그녀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이번엔 꽃다발에 비싼 장미도 끼워 넣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였다. 그녀에게 나는 이렇게 멋진 놈이라고 허풍을 떨었던 것이다. 솔직히 이번에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덜컹 나의 허풍과 꽃다발에 넘어가고 만 것이다. 역시 젊어서 연애 좀 해본 가닥이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되면서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허풍을 진솔함과 꾸준함이라는 포장지로 과대 포장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선물이라는 녀석의 특징 중 하나가 내용이 부실할수록 포장에 신경을 쓴다. 그 결과는 과대 포장으로 뜯어보는 이의 마음을 오히려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 아마존이나 이베이의 배송 특징이 과대포장이다. 너무 많은 포장 자재를 사용하여 쓰레기를 양산한다. 물론 내용물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좀 과할 때가 많다. 그 과대 포장을 만회하기 위해 나는 매일 그녀에게 연애편지를 날렸다. 하루에 몇 통씩 날리기도 하였다.

     




콧대 높은 그녀로부터 연인으로 인정받으면서 나의 삶은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 첫날밤이 바로 7월 17일이었다. 그날 밤새도록 세 통의 연애편지를 써서 그녀에게 전했다. 편지를 보내고 나서 알 수 없는 뿌듯함이 몰려왔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나를 누군가가 챙겨주고 나의 술주정 같은 넋두리까지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었다. 의지할 곳 없던 외로움과 주체할 수 없는 우울을 받아주고 심지어 토닥여주는 대상이 생긴 것이다. 한국으로의 유배 생활 10개월 만에 드디어 사랑할 대상을 찾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 뒤로도 미친 듯이 글들을 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나의 글들이 메인에서 오랫동안 버티기도 하였고 한꺼번에 3개의 글들이 떠 있기도 하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어안이 벙벙하였다.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나누는 기쁨만큼 크고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우울감에 시달리며 뭔가를 늘 그적이던 나의 쓰레기 같은 글들이었다. 그런데 그 쓰레기들이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고 공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나는 글을 몇 번씩 퇴고하지 않는다. 한번 쓰면 오탈자만 보고 바로 올린다. 꽤 오랫동안 하루 만에 책 쓰기를 통해 연습한 결과다. 어차피 다듬고 다듬어도 나의 글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초보가 머리를 자르고 다듬다 보면 결국은 빡빡에 가까운 스포츠 스타일의 머리를 만들어 놓고 만다. 물론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진정한 미용사나 이발사가 될 수 있다.

     




요즘 나의 루틴 중 가장 중요한 일은 매주 한 권씩 책을 쓰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책이란 전자책을 말하며 폰트는 22에 분량은 150에서 200페이지 정도다. 물론 하루 만에 쓴다. 그렇게 30주째 한주도 쉬지 않고 써오고 있다. 한번 쓴 초고는 다듬지 않는다. 붓글씨와 같은 원리다. 자꾸 덧칠한다고 내공이 늘지 않는다. 차라리 다시 쓰는 편이 낳다. 초고를 100번도 더 읽어서 출간하는 작가들도 있다. 어느 방법이 옳고 그른지는 없다.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새롭게 도전해 보는 글쓰기 방식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한계도 많고 아직은 어설프다. 하지만 언젠가는 추사체처럼 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은 변함이 없다. 다른 것은 다 내려놓아도 그것만큼은 내려놓을 마음이 없다.

     




브런치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은 독자들과의 소통과 공감능력이었다. 과연 내가 쓴 글들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를 놓고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다. 글을 써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막상 엄두를 내지 못한다. 수많은 책 쓰기 교실이 있지만 어떤 방법이 과연 효과적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나는 가끔 “사”자 들어가는 사람 소리를 많이 듣는다. 물론 좋은 의미가 아닌 나쁜 의미의 “사”자다. 하지만 글이란 붓글씨와 같다고 생각한다. 자꾸 고쳐서 가다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한 번에 꼼작하지 않고 책 한 권을 쓸 수 있는 것도 훈련에 의해 가능하다. 내가 추사 김정희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글도 붓글씨처럼 한 번에 써 내려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고 나는 그 길을 새롭게 개척해내고 있고 그 결과물들을 블로그에 올리고 있을 뿐이다. 아직은 모든 것이 어설프고 미약하지만 나는 오늘도 붓글씨처럼 글을 한 번에 쓴다.

     




나의 사랑 고백에 응해준 브런치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오늘도 쓰고 또 쓴다. 그렇게 브런치에 나의 흔적들은 쌓여가고 나의 영역들은 확장되어 나갈 것이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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