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월 한 번 외도하러 간다!

나를 발견하고 돌아보게 하는 봉사활동 이야기 #1

by 런던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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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카 눈이 오나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에는 유부녀들과 유부남들은 일산의 어는 산속에 있는 외딴집에 간다. 잠시 가정과 세상사의 끈을 놓고 우리는 실컷 외도를 하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이 세상과는 단절된 또 다른 세상의 이름도 모르는 별에서 온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소통한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그곳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우리는 충분히 느끼고 가끔은 기쁨과 환희의 눈물도 몰래 흘린다. 그 사랑은 중독성이 강하여 20여 년이 지나서도 다시 시작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는 모두가 처녀 총각이었지만 20년의 세월은 우리를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 그리고 아이들의 부모라는 족쇄를 채워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가둬두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젊은 날의 사랑은 강렬하였고 기억의 저편에서 희석되지 못하고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우리는 40대 이상이 되어 다시 만나서 못다 한 사랑을 나누고 있다. 비밀이지만 올 1월부터이다.



가끔은, 아니 거의 매일 왜 사는지의 화두에 갇혀 자학하고 자책하던 젊은 날의 청춘들이었다. 그때는 매주 만났고 혈기 왕성하였다. 세상이라는 곳이 만만하고 한번 맞짱도 떠볼만한 객기도 충분하게 갖추고 있었다. 그 객기를 분출하려고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 영혼 없는 청춘들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리는 한 팀이 되었다. 많을 때는 몇 만 명의 회원으로 전국을 누비기도 하였다. 심지어 제주도라는 외딴곳까지 우리의 사랑은 퍼져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애써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려 드는 나를 보면서 나이 듦의 미학보다는 서글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속절없는 젊은 날의 아름답던 순간들을 회상하는 일은 아름답기보다는 차라리 아픔이고 부질없는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추억을 먹고사는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속물이고 인간이다. 그 속물들에게는 추억 많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사랑이 필요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주 토요일은 우리가 기다리던 세 번째 토요일이었다. 우리가 모여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다. 원당의 할라 마트라는 곳에서 장을 보고 벧엘의 집으로 향하면서도 아직도 낯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일반인들이 사는 곳에서 철저하게 고립시킨 결과가 바로 가장 외진 산 입구 거나 산기슭이다. 20년 전에 가던 벧엘의 집 근처에는 밭 외에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제는 바로 코 앞까지 야금야금 영역을 침범해 고 있다. 그 주인공들은 공장들과 빌라들이다. 이제는 우리가 사랑을 나누었던 그리고 앞으로도 나눌 공간이 더 이상 은밀하거나 외딴곳이 아니다. 사랑을 밤새도록 나눌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더 애달픈지도 모른다. 금방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사랑은 그렇게 애절한지도 모른다.


그들과의 사랑에 목말라 있는 우리는 사랑을 나누고 돌아오면서 각자의 회상에 잠긴다. 아쉬움에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간다. 남편이나 아내 몰래 그렇게 우리는 그들과 사랑을 나누면서 20년 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둔 화두를 꺼내 들고 생각에 잠긴다. 운전하는 동안 내내 생각하는 한 가지는 우리 인간은 각자의 주어진 굴레를 짊어지고 뚜벅뚜벅 하루를 살아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 삶의 형태는 너무나도 상대적이어서 나처럼 많은 질병과 우울에 시달리는 사람도 그곳에 가면 죄인처럼 고개조차 들지 못한다. 나는 가진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니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왕자님이다. 비록 늙기는 하였지만......, 나는 두발로 서서 걷을 수 있다는 행복과, 두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을 수 있다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그토록 위대하고 엄청난 행운인지 모르며 살아왔다. 이제는 우울이 밀려올 때는 이들을 떠올리며 나 자신의 이중성을 반성한다. 우울이 심할 때는 매일 어떻게 삶을 마감할지에 대해 하루 종일 고민하였다. 지금도 그 고민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사치스럽고 이기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비록 돈 좀 없다고 , 사업 좀 실패했다고, 이혼 좀 했다고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절망하고 심지어 삶을 포기한다. 아무것도 없는 나로서는 10억을 가진 사람이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빚은 없다. 이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10억을 빚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나의 생각과 자세는 바뀐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가 보는 관점에서 행복과 불행이 갈라진다. 세상은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 두는 법이 없다. 우리를 인생의 굴곡으로 끌어들여 시험에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간다. 그리고 닫혔던 생각의 성장판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세상은 사랑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왜 사는지가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다. 짝사랑도 사랑이겠지만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사랑을 더 이상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내가 한국에 있는 한 나는 매월 셋째 주에 그곳에 가서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돌아올 것이다. 그것도 모두 가정이 있는 유부남 유부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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