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하루만의 책 쓰기와 매주 한 권 책 쓰기로 우울할 틈이 없이 바빠진 중년 우울증 환자의 색다른 우울증 치료기
@ 분량: 이북 기준 221페이지(폰트 22)
프롤로그
나는 우울증 환자였다. 아니,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우울증과 화해를 해서 서로 친구가 되었다. 하루라도 안 보면 궁금해서 안부를 물을 정도까지는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까지는 상당히 어색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에는 고양이 과 동물처럼 서로의 영역이 있다. 영역이 있다는 의미는 영역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덩치 큰 우리 단오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고양이는 물론 여우와도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본다. 서로 죽일 듯 무섭게 싸운다. 고양이들 싸움의 특징은 대치는 길고 전투는 찰나라는 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의 우울과 보통 기나긴 대치를 한다. 어느 순간 서로 험악한 육두문자를 교환하며 멱살까지 잡기도 한다.
하지만 놀라운 사건 이후 우리 사이에는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이제는 서로 토닥여주며 많은 시간을 대화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해하려 애쓴다. 그 친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한다. 우리는 같은 듯 다르지만 서로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 공통점이라고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아메리카노만 마신다는 점이다. 나는 매일 글을 읽거나 쓰러 커피숍에 간다. 커피숍 주문 대에서 매번 아이스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두고 고민한다. 나는 뜨거운 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따듯한 이라는 단어를 쓴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 주세요?라고 물으면 따뜻한 아메리카노 말씀하시죠?라고 반문하곤 한다. 아직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더 많이 주문한다. 이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자주 주문하고 있다. 물론 날씨가 따듯해져서일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배려를 해주려는 나를 그도 알고 있는 듯하다.
내가 요즘 매주 한 권씩 책을 쓴답시고 많이 바빠졌다. 그것도 하루 만에 한 권을 쓰고 있다. 바빠서 우울이라는 친구와 다툴 시간도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그 친구를 위해 매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오늘도 참느라 힘들었지? 라며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듣기 좋은 말을 전한다. 너도 많이 참았잖아! 라며 나에게 문자로 답한다. 아직도 직접 대화하기에는 어색해서인 듯하다. 그 문자는 휴대폰의 와이파이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뇌파를 통해 전달된다. 그 뇌파는 나의 가슴으로 다시 전해지며 나를 감동시킨다. 사소하지만 따듯한 말 한마디에 나는 그렇게 자꾸 무너져 내린다. 눈 녹듯이 말이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내가 책을 쓰면서 찾아왔다. 그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책을 쓰면서 나는 많은 단어들을 찾아 나선다. 나에게 발각된 정제되지 않은 맨얼굴의 언어들은 나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고집불통의 철옹성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책을 쓰면 쓸수록 신비로운 일들이 벌어졌다. 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들이 글쓰기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세상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언어들을 나의 노트북 자판으로 날라주고 있었다. 어느 순간에는 머리가 아닌 손가락으로만 글을 쓰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도움들이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라는 날 서지 않은 무딘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소통은 조금씩 그리고 아주 서서히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열게 하였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위로해 주기도 한다. 나를 6개월째 치료 중인 정신과 의사 선생님도 이러한 갑작스러운 나의 변화에 놀라시곤 한다. 나는 그렇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친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도 마찬가지로 나를 친구로 대해주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극적인 화해는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졌다.
그래서 나의 인생은 책 쓰기 이전과 책 쓰기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책 쓰기 이전의 나는 수년 동안을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있었다. 그 끝과 깊이를 모르기에 더욱 두렵고 힘들었다. 문제는 혼자가 아니라 항상 둘이었다는 점이다. 비록 터널이지만 차라리 혼자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자조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해보았다. 혼자였으면 그렇게 오랫동안 터널에 갇혀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우울이란 친구가 나를 찾아왔다. 어떤 동의나 허락도 없이 나와 모든 일상을 공유하려 들었다. 나의 모든 일에 사사건건 관여하였다. 그리고 나를 무표정하고 무감각한 AI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AI는 고통을 느끼는 감정을 가졌다. 그 친구는 터무니없게도 터널을 에덴동산이라고 우기고 있었다. 너무나 확신에 찼기 때문에 나는 매번 달콤한 유혹에 흔들렸다. 하지만 정신을 차릴 때마다 그곳은 터널이 확실하였다. 터널과 에덴동산의 차이조차 의미가 희석되고 증류될 때가 가장 무서웠다. 하지만 그럴 때에는 오기들이 지역방어를 펼치며 나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축구를 좋아한다. 승부욕이 유난히 강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 승부욕이 오기로 발동된 것이다. 감기를 자주 앓다 보면 면역력이 생기는 현상과 유사하다. 그렇게 나의 승부욕은 오기라는 면역력으로 바뀌어 나의 흑기사 노릇을 기꺼이 해주었다.
노크도 없이 불쑥 들이닥친 불청객은 오랫동안 끝도 없이 나를 괴롭혔다. 누가 이기고 지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었다.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만 끝나는 싸움이었다. 그렇게 끝없이 나를 극단으로 몰아세웠다.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선제공격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먼저 죽여야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내가 죽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공격은커녕 방어에만 급급해야 했다. 어느 순간에는 공격과 방어의 의미가 뒤바뀔 때도 있었다. 그때가 가장 무서웠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터널을 에덴동산이라 우긴다. 따라서 에덴동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창세기 3장의 선악과 이야기가 그것이다. 뱀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는 아담에게도 권했고 결국은 아담도 따먹고 말았다. 결국 하나님께 변명으로 일관하던 아담은 이브와 함께 에덴동산에서 퇴출되면서 인간의 원죄(Sin)가 시작되었다. 원죄로 인해 우리 인간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알게 되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나에게 지속적으로 선악과를 따먹을 것을 권했다. 참으로 집요하였다. 나는 그때마다 온몸으로 거부해야만 했다. 하지만 매번 솔깃하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죽이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나만 혼자 죽자니 너무 화가 났다. 선택도 타협도 있을 수 없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둘 다 같이 죽기를 원했다. 생각의 절벽에 설 때마다 아담과 이브 생각이 났다. 어쨌든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였다. 그 많은 과일 중 하필 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따먹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따먹은 것이 없었다. 하물며 뱀의 유혹조차 없었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모진 세월을 견디어낸 보람이 있었다. 그 세월은 살아 있음 자체를 축복해주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커다란 선물까지 주었다. 그 선물은 한국에서 유배생활이었다. 다산 선생이 격은 강진에서의 고초에 비하면 죄송할 따름이다. 이렇게 유유자적하는 유배를 다산 선생이 아셨다면 그것도 유배냐고 불호령을 내리셨을 것이다. 나의 치부를 드러내야만 하는 이 못나고 부끄러운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어서 기쁘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멀리서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목 차 -
프롤로그
1. 미안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1) 많이 힘들었지?
2) 나도 힘들었어!
3) 친구로 지낼까?
2. 행복은 길지 않아
1)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
2) 아내의 공황장애
3) 암초에 걸린 가정
3. 역 기러기 아빠
1) 아내를 한국으로
2) 보호자로 따라간 아들
3) 항상 나를 위로해준 단오
4. 잘 수만 있다면
1) 자고 싶어!
2) 술과 새벽 3시
3) 가계와 직원들
5. 외면당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1) 이유도 없이 찾아온 우울
2) 가족과 이별해서 그럴 거야!
3) 널 인정할 수 없어!
6. 불행은 동시다발적으로
1) 동업의 아픈 상처
2) 불타는 가계를 바라보며!
3) 보험과 소송들
7. 크레바스보다 깊은 외로움
1) 유난히 혹독한 겨울
2) 친구가 필요해
3) 단오를 껴안고 울다
8. 선악과보다 달콤한 유혹
1) M23에서 광란의 질주
2) 세븐 시스터즈 절벽
3) 아들의 팔에 채워질 두 줄 완장
9. 육체의 배신
1) 동시에 탈출해버린 5개의 디스크
2) 형벌 같은 고통
3) 정신도 힘든데 육체 너마저!
10. 축구가 알려준 상실
1) 축구의 의미
2) 전국체전 영국 대표
3) 하늘도 무너지는구나!
11. 안식년 선물
1) 가족의 귀환과 상처
2) 아들과 유럽을 방황
3) 아내와의 극적인 타협
12. 기약 없는 유배생활
1) 안식년으로 착각
2) 한국에서의 유배생활
3) 제발! 사약만은
13. 다산선생 고향으로
1) 우연의 일치
2) 유배지로 결정된 다산
3) 유배생활이 준 귀중한 선물
14. 책 쓰기와의 조우
1) 글로 흘리고 싶은 눈물
2) 방황하는 언어들
3)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도움
15. 책 쓰기가 보여준 마법
1) 글을 쓰면서 발견된 자아
2) 고마워, 아이스 아메리카노
3) 책 쓰기는 최고의 우울증 치료사
에필로그
에필로그
수년 동안 전쟁을 치른 우울증이라는 적이 어느 날 친구가 되었다. 나는 그의 이름도 지어주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적에서 친구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였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대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친구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번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친구로 맞이하면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관계란 이렇듯 서로 간의 설정의 기술이다. 이러한 계기는 내가 먼저 변화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변하고 싶다고 해서 짜잔! 하고 갑자기 변하지 않는다. 그 변화의 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나에게는 바로 책 쓰기였다. 책을 한 권 쓰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가능하다. 그 방법을 알지 못할 뿐이다. 아니 처음부터 책과의 관계 설정이 끝나버렸다. 책은 누구나 읽는 것이지만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관계 설정이 이미 되어있는 상태에서 아무리 책 쓰기나 글 쓰기를 강조해도 바위로 계란 치기에 불과함을 안다.
사실, 우울증은 쉽지 않은 질병이다. 종류도 많고 원인도 많고 치료 방법도 다양하다. 정신과에 가보면 대기석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환자가 넘친다.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 병원이야 돈벌이가 좋아져서 괜찮지만 수많은 환자들 입장에서는 약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의 노예가 되고 있다. 나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도 약을 완전히 끊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아내가 공황장애와 친구가 되었듯이 나도 우울증과 친구가 되었다.
나는 단 하가지 사실만은 확신하고 있다. 수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가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책을 쓰는 것이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발견하다 보면 우울증조차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어차피 우울이란 감정은 현대인이 평생 같이 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친구로 받아들이고 그도 나를 친구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고맙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2019년 4월 8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서울 선정릉 [모두의 캠퍼스] 강의 신청하기 / 월출산 국립공원 카페 [기억] 강의 신청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