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차 고양이 아빠의 반려동물 이야기 #13
별다방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카페족에게도 휴식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30분의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마치고 나오는데 일요일 오후의 햇살이 나를 밴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절묘한 시점에서 땅콩과 감자를 산책시키려고 나온 집사를 만난 것이다. 집사는 산책을 마치고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나는 잠깐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하였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사는 땅콩과 감자의 모든 것을 실토해 버렸다. 12년 차 집사에게 기가 빨린 것이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다. 이렇게 좋은 집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나는 영국에서 둘째 아들 검은 고양이와 매일 목끈 없이 산책을 하였다. 시간도 장소도 거의 일정하였다. 고양이의 산책은 쉽지 않다. 고양이처럼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 또 있을까? 고양이만큼 영역표시에 민감한 동물이 또 있을까? 사자나 호랑이도 고양잇과 동물이고 습성이 고양이와 거의 유사하다.
고양이도 산책이 필요하다. 아파트에서 자라는 고양이들이 방충망이라는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에서 본능을 발산하고 싶다는 것을 우리 집사들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물론 바쁘고 귀찮은 일인 줄은 안다.
땅콩아, 감자야 그새 몇 시간이 지났다고 또 보고 싶어 진다.
멋진 집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