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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06. 2019

땅콩과 감자의 산책

12년 차 고양이 아빠의 반려동물 이야기 #13


일요일이다. 


화창하고 멋진 가을날의 어느 시점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에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달려갔다. 그리고 집사와 주인 둘을 취재하였다. 30여분의 취재에 작은 땅콩은 비교적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좀 더 큰 감자는 조느라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땅콩과 감자는 5개월이 조금 지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혼혈 아기 고양이다. 작은 아이는 땅콩 큰 아이는 감자라는 이름도 감자가 탕콩보다 크기 때문이다. 감자는 장화 신은 고양이와 비슷한 인상이었지만 취재에 협조해줄 의사가 전혀 없었다. 반면 땅콩은 수줍기는 하였지만 적극적이었다. 주변의 반응에도 귀를 쫑긋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주변에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자는 개나 사람도 모두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5개월쯤 되었을 때 영국의 둘째 아들 단오 모습


2년 전 사냥하는 쥐와 대화하는 영국의 둘째 아들 단오 모습 


별다방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카페족에게도 휴식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30분의 점심시간이다. 점심을 마치고 나오는데 일요일 오후의 햇살이 나를 밴치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 절묘한 시점에서 땅콩과 감자를 산책시키려고 나온 집사를 만난 것이다. 집사는 산책을 마치고 막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나는 잠깐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하였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집사는 땅콩과 감자의 모든 것을 실토해 버렸다. 12년 차 집사에게 기가 빨린 것이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날이다. 이렇게 좋은 집사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나는 영국에서 둘째 아들 검은 고양이와 매일 목끈 없이 산책을 하였다. 시간도 장소도 거의 일정하였다. 고양이의 산책은 쉽지 않다. 고양이처럼 소리에 민감한 동물이 또 있을까? 고양이만큼 영역표시에 민감한 동물이 또 있을까? 사자나 호랑이도 고양잇과 동물이고 습성이 고양이와 거의 유사하다.


고양이도 산책이 필요하다. 아파트에서 자라는 고양이들이 방충망이라는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에서 본능을 발산하고 싶다는 것을 우리 집사들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물론 바쁘고 귀찮은 일인 줄은 안다.  


땅콩아, 감자야 그새 몇 시간이 지났다고 또 보고 싶어 진다.

멋진 집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좌측이 땅콩, 우측이 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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