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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11. 2019

#18주 차, 인생을 위험하게 살아라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6월 10일)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아! 우리도 이제 후반전에 접어들었구나!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 분량: 이북 기준 190페이지(폰트 22)

@ 판매: 블로그 서점(https://blog.naver.com/jebyi)




프롤로그


전쟁놀이를 본떠 만든 축구라는 운동에는 참 묘한 매력이 있다. 바둑이나 장기는 물론 체스도 마찬가지다. 요즘 청소년들이 빠져 있는 게임도 대부분 전쟁놀이를 변형시킨 것이다. 그래서 한번 빠져들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재미있다. 죽고 죽이는 전쟁놀이가 인간의 본능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 DNA에 내재된 야만의 폭력성을 억누르기까지 인류는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리라! 그래서 살인의 추억이란 영화도 나오게 된 것이리라!  

   

축구에는 인생이라는 또 하나의 우주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리의 삶의 축소판을 녹여 만든 축구라는 게임에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전쟁터여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축구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일에 직면한다. 삶에 태클을 당하기도 하고, 회사에서 잘려나가는 아픔도 겪어보고, 사업이 부도나서 신용사회에서 퇴장을 당해보기도 한다. 이처럼 축구라는 단순한 경기는 우리의 삶과 인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나 순발력은 잃어가지만 감성만은 더욱 충만해져 간다. 축구는 투박하고 거친 경기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감성적이고 창의력이 필요한 경기다. 특히 전 후반이 나누어져 있어서 경기 전부터 전반전과 후반전을 고려해서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전반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면 후반전에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서 경기에 패배하고 만다. 마라톤처럼 축구에도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이번 주는 목요일 저녁과 토요일 오전에 두 번의 축구 경기를 하였다. 목요일 저녁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용산역 옥상의 풋살장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빗속에서도 빈 구장은 없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각자의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얼핏 보아 10여 개쯤 되는 축구동호회 팀들은 혼신을 다해 열정을 빗속에 녹여내고 있었다. 그 팀에는 우리도 포함되었다. 밤중에 비를 흠뻑 맞으며 운동하는 것은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비를 맞으며 사력을 다해 뛰는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목욕탕에서 불린 때를 벗겨낼 때 느끼는 그런 후련함이었다.   

  

저녁 8시에 시작된 경기는 10시 반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친구의 차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저녁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밤 11시를 넘어서고 있어서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렇게 저녁은 건너뛰었다. 저녁을 먹지 않고도 그 격한 운동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움이었다. 비를 맞아가며 밤늦게까지 일을 하라고 하면 몸과 마음이 느끼는 피로와 저항은 극에 달할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배고픔도 잊어버리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온몸으로 비를 맞아가면서까지 하는 운동이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준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고 하였다. 니체는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위해서는 인생을 위험하게 살라고 당부하였다. 나의 인생을 돌이켜보니, 인생을 생각해가며 위험하게 살려는 의지는 늘 앞섰지만 별다른 결실은 없었다. 하루가 모여서 그 사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비록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좌절하거나 절망할 것까지는 없다. 우리에게는 무언가를 이룰 꿈과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주저하는 시간에 일단 시작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조급하고 안전하게 돈만을 쫓아다니면 돈은 달아날 뿐이다. 가능하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조금은 위험하게 사는 사람들의 행렬에 끼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은 원하는 일만 하고 살게 내버려 두는 법이 없다. 어느 삶이 더 행복한지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큰 것을 포기하면 할수록 더욱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한 마리도 잡지 못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후반전에는 더욱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토끼도 한 마리씩 잡다 보면 두 마리 다 잡을 수 있다. 동시에 두 마리를 잡으려는 어리석음은 돈만 보고 달려가는 현재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세로 보아 비는 아침까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용산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강변북로에도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장 빠른 단계로 맞춰진 두 개의 와이퍼는 정신없이 빗물을 걷어내며 시야를 확보해 주고 있었다. 우측 편의 한강에도 비가 내린다. 비 내리는 한강은 흐름을 중단하고 수많은 불빛들을 받아내는 호수로 변해 있었다. 멍하니 한강을 감상하고 있는데 운전하던 친구가 불현듯 한마디를 입 밖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아! 우리도 이제 후반전에 접어들었구나!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버릇처럼 무심결에 한 말이었는지도 모르는 친구의 한마디는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직 노후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하루하루 열심히만 살고 있으니 걱정인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의 삶을 무시한 채 노후 준비부터 할 수도 없다. 친구는 아들과 딸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느라 힘든 생활을 해왔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이었다. 아이들이 졸업해서 한시름 겨우 놓았는데 나이는 벌써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서 있었다. 나나 친구 모두 전반전에 사력을 다해 뛰었다. 후반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부터라도 후반전을 준비하고 설계하지 않으면 우리의 노후는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 자식이나 국가가 우리의 노후를 보장해 주리라는 어리석은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결국 후반전 경기 또한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 집에 도착할 무렵에 비는 점점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친구의 흰색 차는 나를 집 앞에서 내려주고 세찬 빗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차에서 내려서도 나는 집안으로 바로 들어설 수가 없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한참을 멍하니 서서 지금까지 살아낸 전반전과 앞으로 살아갈 후반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전반전에 사력을 다하는 바람에 거의 번 아웃 상태에서 후반전을 맞이하고 있는 나 자신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왜 그렇게 대책 없이 살았니?라는 자책과 동시에 그래도 전반전이나마 최선을 다하지 않았니?라는 격려도 따랐다. 10분 이상 빗속에 온몸을 맡기고 있었지만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감기가 걸릴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하고 상쾌해지며 기분이 좋아졌다.     

 

내 인생에서 언제 이렇게 마음껏 비를 맞아본 적이 있던가! 나의 젖은 몸에서는 하얀 김이 났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내 몸속의 세포들은 열심히 에너지를 태우고 있었다. 그렇게 마지막 에너지까지 태우며 나라는 별 볼일 없는 한 인간을 지켜주고 있었다. 온몸으로 세상에 저항하며 나비가 되기 위해 탈피하는 나방은 마지막 에너지까지 태워내고 있었다. 늦은 밤에 비를 맞으며 나방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는 힘겨운 탈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견고하고 안전한 껍질에 갇혀왔던 나방은 현관 비번을 누르며 혼자 한마디 중얼거린다. 바보야, 문제는 후반전이라고!     


나는 50년이라는 시간을 나방으로 보내며 나비가 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늦게나마 나비가 되어 현관 안으로 거침없이 날아들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평생 안전하게 나방으로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부터라도 위험하게 살아보리라 다짐하며 후반전에는 그라운드의 중원을 장악하고 싶다.      


끝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목    차 -


프롤로그     


1. 나를 찾아서

1. 어린 시절의 꿈

2. 나방의 세계지도

3. 초등학생의 버킷리스트

4. 만트라를 찾아서

5. 사회변혁

6. 386과 막걸리

7. 허세와 방황

8. 돈과 시간

9. 월급과 마약김밥

10. 어머니와 연애     


2. 길을 잃다

1. 숨 막히는 직장생활

2. 과민성 대장염

3. IMF가 가르쳐준 것들

4. 20년 후의 나의 모습

5. 의미 없는 삶

6. 나를 위한 봉사활동

7. 결혼과 이민

8. 이민의 고단함

9. 위험하게 산다는 것

10. 자유와 20년     


3. 하프타임과 후반전

1. 숨 좀 쉬자고!

2. 나는 누구지?

3. 내가 우울증이라고?

4. 전화위복

5. 버킷리스트를 비워라

6. 돈보다 중요한 것들

7. 나 이듬의 미학

8. 평범한 일상들

9. 마지막 설계도

10. 인생이라는 소풍      

    

에필로그


에필로그

  

축구 이야기와 군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이 두 가지 이야기로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었다. 후반전을 막 시작한 입장에서 전반전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나름 전략이랍시고 짜다 보니 장황한 글이 되고 말았다.  

    

나의 삶이 어느 정도 녹아있는 자전적인 글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음을 먼저 인정하고 싶다. 어떤 부분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아집이 녹아있기도 하다. 자전적인 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특정 철학이나 사상에는 관심이 없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철학자이고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단지 유명한 사람들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에게 위험하게 살라는 의미는 도전하는 삶을 말한다. 나는 항상 도전하는 삶을 살아왔다. 현실에 안주하는 그 순간이 떠날 때임을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알려준다. 오늘도 그러한 삶을 살아내려고 하루에 최선을 다해 본다. 나의 도전은 죽을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항상 위험하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오늘이 없거나 있어도 부실한 내일은 나에게 의미 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아끼고 절약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들라면 바로 시간이다.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면서 깨달은 아주 작은 진리지만 나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화두가 되어버렸다. 시간의 소중함을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양자택일을 하라고 하면 80이 넘은 재벌의 총수보다는 10대 후반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만이 남아있다. 그 치열함을 니체는 일찌감치 예견하고 당부하고 있었다. 내가 인생의 후반전에 할 수 있는 일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준비해야 할 카드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카드를 시의 적절하게 사용하며 후반전을 마무리하고 싶다. 연장전이나 승부차기까지 가도 결코 당황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경기를 잘 운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주 축구장으로 향한다. 인생의 후반전에 느끼는 축구의 묘미를 이제야 알 것 같기도 하다. 현실의 축구 경기와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묘하게 다른 듯 닮아 있었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계속 축구를 할 것이고 축구장에서 신병 훈련소에서 맛보았던 극한의 쾌감을 이어갈 것이다. 내가 살아가며 외로움을 극복하는 나름대로의 방법이기도 하다.          


2019년 6월 10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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