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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17. 2019

#22주 차, 여보, 나 1년만 쉴까?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7월 8일)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지난해 건강상의 문제로 1년 동안 무작정 쉬기로 하였다. 1년이란 시간은 쏜살보다 빨랐다. 내가 쉬면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다.

@ 분량: 이북 기준 161페이지(폰트 22)

@ 판매: 블로그 서점(https://blog.naver.com/jebyi)




프롤로그


우리는 왜 평생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죽기 전날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일하다가 죽는 사람들도 있다. 축구도 전반전을 뛰면 10분간 하프타임이 주어진다. 물도 마시고 작전도 점검하며 휴식을 취한다. 효율적이면서도 반전이 있는 후반전을 위한 규칙일 뿐이지만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축구는 영국에서 시작된 서민과 노동자들의 스포츠다. 그 게임의 룰을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   


나는 아직도 매주 축구를 하는 축구광이다. 축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인생에 있어서도 하프타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1년의 하프타임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리고 1년의 휴식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오로지 나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보고 싶었다. 그래야 내일 죽어도 후회나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그 과정을 모두 기록으로 남기려는 욕심도 생겼다. 지난해 가을, 꿈에 그리던 1년의 하프타임을 위해 혼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쉬고 있다.     


프로이트는 일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는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하였다. 나아가서 노동이 성불로 가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굳이 프로이트와 불교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일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노동은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피해 갈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의식주라는 멍에와도 같은 인간의 숙명을 해결하려면 일을 해야만 한다. 원시 수렵 사회부터 현제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먹고살기 위해서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지었다. 요즘은  고용인 또는 피고용인의 형태로 일을 하다가 죽어간다.      


나도 지난해 안식년을 선언하기까지 쉬지 않고 일해 왔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나 노동의 가치를 위해서 일해본 적은 없다. 해탈을 꿈꾸며 일한 적은 더욱 없다. 결혼 전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취직하니까 얼떨결에 취직을 하였다. 결혼 후에는 가장이라는 책임감을 감당하기 위해 이를 악물어가며 일을 하였다.      


내가 열심히 일한 만큼 가족은 풍요롭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 볼수록 더욱더 열심히 일의 쳇바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때로는 일이 좋아서 열심히 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일이 주는 부수적인 효과 때문이었다. 그 부수적인 효과에 차등이 없다면 열심히 일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유토피아 같은 이론으로 무장한 공산주의가 시궁창 냄새가 물씬 배어있는 자본주의에 패한 직접적인 이유다.    

 

대학시절 유물론자였던 내가 흔들린 것도 졸업 후 취직을 하면서부터였다. 매달 마약처럼 들어오는 월급을 받으면서 입사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일에 매달렸다. 일이 무엇이지도 모르면서 먼저 승진을 하고 싶어 졌다. 가장 큰 이유는, 승진을 하면 월급이 올라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월급이라는 마약은 중독성이 심각하였다. 해가 바뀔수록 의존도는 높아져만 갔다. 내가 왜 사는지조차 생각할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 노동을 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아가는 생활을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말로만 듣던 현대판 노예가 바로 나였다. 그 노예가 되기 위해 스펙을 쌓고 노력해야 하는 행위를 합리화시켰던 자신이 측은해지기 시작하였다. 화이트칼라를 상징하는 그 넥타이를 벗어던지기까지 7년이란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렇게 월급이라는 마약을 끊고 새로운 나라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다. 그 결과가 이민이었다. 하지만 이민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그 마약이 그리워지기 시작하였다. 나의 무모한 결단에 후회도 많이 하였다. 주변에서 이민을 말린 이유를 금방 몸이 체감하고 있었다.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블루칼라로 살아가는 일은 그만큼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하지만 젊어서 행동하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는 선택중 하나가 바로 이민이었다. 수많은 카드 가운데 가장 어려운 카드를 꺼내 든 이유도 한 살이라도 젊어서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이민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라고 하면 ”맨땅에 헤딩“이라고 하고 싶다. 그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각오로 일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였고 보람과 자부심은 덤으로 주어졌다.      


20여 년 가까운 이민생활은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다. 낯선 땅에서 자영업으로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이상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그 신호들을 철저히 무시하였다. 그때마다 강한 정신력을 앞세워야만 했다. 일은 나에게 운명과 같은 것이고 평생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 결과는 참혹하였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정신적인 황폐화는 그 어떤 말초적인 통증보다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육체와 정신의 통증을 견뎌내는 일은 노동이라고 불리는 실제의 일보다 힘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 일에는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일종의 형벌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내 인생에 고비가 찾아왔다.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서고 있었다. 하프타임은 후반전을 위해서 필요한 게 아니고 당장에 살기 위해서 필요하였다.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나는 더 이상 생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아내와의 협의 후 급하게 한국행을 서둘렀다. 커다란 여행 가방 두 개에는 사계절의 옷이 모두 들어갔다. 벌써 겨울옷과 봄옷 그리고 여름옷을 꺼내 입었다. 다시 가을 옷을 꺼내 입으면 1년의 휴식이 마무리될 것이다.    

  

1년 동안의 한국에서의 휴식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면서  살아갈 날들의 그림들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마음껏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나와의 대화였다. 그동안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나와의 대화는 이제는 자연스러운 생활이 되었다. 그 치열한 대화의 기록물들이 바로 책 쓰기다. 내가 책을 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1년간의 하프타임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 내게 의미 있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은 엉뚱한 곳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나와의 대화를 기록하기 위해 만물과 소통하며 그 좋아하던 술과도 작별을 고하고 있다. 술에 의지하지 않고 맨 정신으로 살아도 하루가 짧기만 하다. 나는 1년의 휴식을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고 있다. 혹자는 1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부러워하기도 하고 빈정 거리기도 한다. 팔자 좋게 일이 싫어서 쉬는 것이 아니다. 죽지 않고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고 발버둥일 뿐이다. 나처럼 하프타임이라는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도 하프타임이 주어지길 기대해 본다.


끝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목    차 -


프롤로그     


1. 여보, 1년만 쉴까?

1. 고마워, 니체

2. 인상 좀 펴고 살아!

3. 우울한데 어떡해

4. 가족이라는 의미

5. 한 여자와 두 남자     


2. 인간의 숙명

1. 산다는 것은..

2. 먹고살기 위해

3. 엘리펀트 하우스

4. 마침 표전에 쉼표를

5.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     


3. 일하기 싫은 데요!

1. 출근하기 싫다

2. 주말만 기다리는 사람들

3. 여행이란?

4. 몸과 마음을 팔아야만

5. 가장들의 무거운 어깨     


4. 내가 쉬어봐서 아는데

평생 일만 하다 죽는다고?

2. 은퇴가 두려운 사람들

3. 몸과 마음이 신호를

4. 과감하게 쉬어라

5. 1년을 쉬어보니


5. 하프타임이 내게 준 선물

1. 자신과의 대화

2. 책 쓰기

3. 생각의 정리

4. 취미생활

5. 심신의 치료     


에필로그




에필로그

  

지난해 가을이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전날 출발한 영국항공 비행기는 인천공항에 이른 아침에 사뿐히 내렸다.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계류장으로 들어오는 그 짧은 시간에 한국에서의 1년의 휴식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막연하고 불안한 계획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전날 런던 히드로 공항의 출국장에서 배웅하던 아내와 아들이 생각났다. 1년 동안 볼 수 없다는 사실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은 무너져 내리는 몸과 마음을 과연 내가 이겨내고 치료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였다.      


어쩌면 전날 공항에서의 이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만큼 나의 상태는 심각하고 위태로웠다. 매일 죽음이라는 극단을 생각하는 우울증 환자에게는 내일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 사고는 순간에 일어난다. 그 찰나만 넘기면 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 밖으로 나오자마자 한국의 가을 햇살이 나를 반겨주었다. 햇살은 생각보다 묵직하고 강렬하였다. 아직도 여름의 강렬한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커다란 이민가방 두 개를 의정부행 리무진에 싫고 친구가 기다리는 별내라는 낯선 곳에서 내렸다. 친구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순댓국집으로 향하여 이른 점심을 먹었다. 물론 소주도 한잔 곁들였다. 친구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내가 생각해도 나의 몰골은 이미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기웃거릴 만큼이나 심각하였다. 그렇게 친구들의 보살핌으로 한국의 가을을 느끼며 치료에 전념하였다. 하지만 진전이 없자 1차 위기가 왔다. 연말연시에 닥친 위기는 나를 녹다운 상태로 몰고 가기도 하였다. 그 위기들을 해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옆에 있던 여동생의 힘이 컸다. 여동생은 돌아가신 어머니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나서 해가 바뀌었고 새해부터는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었다. 질병에 무너질 수는 없었다. 서점에서 운 좋게도 집어 든 책이 니체였다. 니체를 통해 나는 새롭게 태어났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가 가르쳐준 것은 너무도 단순하고 명료하였다. 질병은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준다는 망언 같은 소리가 나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6개월 후 나는 매주 한 권씩 책을 쓰는 작가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질병 때문에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글들이 작은 희망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년 7월 8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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