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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19. 2019

#23주 차, 여보, 시간 나면 우리 이혼할까?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7월 15일)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평생 안락하게 살 줄 알았다. 하지만 20년을 채우지 못하고 우리는 각자의 자유를 찾아 나섰다.

@ 분량: 이북 기준 205페이지(폰트 22)

@ 판매: 블로그 서점(https://blog.naver.com/jebyi)




프롤로그


"여보 시간 나면 우리 이혼할까? 언제까지 이렇게 살 거야! 이제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 그냥 혼자 살고 싶다고! 비구니라도 되어 혼자 살 거야!" 법정에서 판사의 최종 판결문보다 강한 언어들이 순간 춤을 추고 있었다. 아내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은 여름날 거실의 밤공기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 내입도 몸도 얼어붙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반쯤 열어둔 가든 유리 창밖의 하늘에는 그 흔한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참담하다 못해 헛웃음이 나왔다. 일단 진정부터 하고 싶어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야 했다. 잔인한 심야 토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주위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행복해 보이는 연예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해서 충격을 던져주는 일에도 이제 익숙해졌다. 지금까지 이혼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인 줄 알고 살아왔다. 높아가는 이혼율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그런데 그게 남의 일이 아니었다. 이혼은 내 코앞에도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단지 나만 눈치 채지 못했을 뿐이다. 아내의 갑작스러운 이혼 제의에 나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농담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진심이었다. 나는 심한 충격에 빠졌고 말기 암환자처럼 마음의 준비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아내의 요구에 따르기로 하였다. 당시 내가 받은 충격은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기분이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의 기분이 어떨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가장이라고 생각해왔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편과 아빠 노릇을 열심히 했다. 가정의 울타리를 지키는 일은 일단 경제적인 여유가 우선이었다. "가난이 대문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창틈으로 나간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열심히 살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영국이라는 나라에 이민을 가서 아이를 낳고 사업을 하며 정착해가는 과정은 한 편의 무질서하고 맥락 없는 영화 그 자체였다. 치밀하고 치열하게 쓴 시나리오 같은 개척의 시대를 해쳐 나왔다. 하루하루가 도전이었고 새로운 길이었다. 물론 그 과정을 아내도 같이 하였다. 아내는 나의 아내이기 이전에 사업 동료였고 친구였다. 하지만 그 지난한 개척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물질적인 보상은 얻었지만 정신적인 피폐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얻은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아내는 공황장애를 나는 우울증을 앓기 시작하였다. 이민으로 인한 고단함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에 이민을 오지 않고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더라면 어찌 되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정신의 황폐화는 아내와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아내의 증세는 점점 심해졌고 아내에게는 치료와 휴양이 필요하였다. 1년 일정으로 아들과 함께 떠난 한국에서의 생활은 3년을 채우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중학생이었던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3년이란 역 기러기 아빠의 생활은 나를 깊은 우울과 싸우게 하고 있었다. 가족은, 특히 부부는 떨어져 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결과가 준 선물이 이렇게까지 파국으로 치닫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부부간에 한번 깨진 신뢰는 그 어떤 것으로도 봉합이 될 수 없었다. 내가 뱉어내는 단어들은 모두 변명처럼 왜곡되어 아내에게 전달될 뿐이었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지만 신뢰를 깨트릴만한 행동을 한 사람은 나였기 때문에 인과응보가 되어 나를 괴롭혔다. 국가 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을 당한 사형수가 된 기분이었다. 아내의 성격상 아내의 구형은 바뀔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따르기로 하였다.      


각자의 자유를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관계는 하나가 미워지면 백가지가 다 미워지는 법이다. 공황장애라는 무서운 병마와 싸우는 아내는 초인처럼 강인해져 있었다. 나 따위는 걸리적거리는 사람에 불과해질 정도로 아내는 변해 있었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혼자 살고 싶다고 하였다. 승려가 되어 살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였다. 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내용들이 아내의 입을 통해 나올 줄은 몰랐다. 모두가 나로 인한 스트레스였고 나로 인한 정신의 피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선한 가장으로 죽어라 일만 한 나는 갈피조차 잡을 수 없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점으로 돌아가 복귀를 하고 또 하였다. 바둑에서 패한 사람이 복기를 해보는 것은 다음 대국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복귀를 하면 할수록 예상치 못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결국은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었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결혼 전의 다짐은 나를 거의 완벽에 가까운 착각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차라리 아버지처럼 살았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까지 하게 되었다. 아무튼 우리는 현재 합의 이혼 중에 있다. 내가 한국에 있어도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내가 최종 서명만 하면 그걸로 우리는 자유인이 된다. 남이 된다는 것이 이처럼 간단하고 쉬울 줄은 몰랐다. 마치 결혼 전부터 각본에 의해 준비된 일처럼 느껴진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해체되는 동시에 아내는 건장한 아들을 얻었고 나에게는 아무도 없다. 그 사실이 슬프고 괴롭게 한다. 아들에 대한 기대나 심적 의지가 컸던 모양이다. 이제 내년이면 아들도 더 이상 미성년자가 아니다. 대학생이 된다. 돌이켜보면 아내가 오랜 시절을 참고 또 참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아들을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모성애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도 남편으로 아내로 힘겹게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이 이야기라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허공을 맴돌며 흐물거리던 아픈 문자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목    차 -


프롤로그     


1. 낯설어진 사랑

1. 추운 겨울의 빨래터

2. 봉사활동

3. 배낭여행

4. 자유로운 영혼

5. 운명    

 

2. 결혼과 이민

1. 최고의 효도

2. 결혼식

3. 신혼여행

4. 퇴사와 이민

5. 아이를 위한 선물     


3. 영국 이민, 개척의 시대

1. 드디어 비행기에 오르다

2. 근거 없는 자신감

3. 집 구하기

4. 이사 후 집 꾸미기

5. 영국 이야기  

   

4. 역 기러기 아빠

1. 고생 끝에 낙이

2. 돌려막기

3. 행복과 불행은 동시에

4. 결단

5. 3년의 역 기러기 아빠     


5. 여보, 시간 나면 우리 이혼할까?

1. 몇 번의 밤샘 토론

2. 슬픈 결혼기념일

3. 나에게도 이런 일이

4. 자유를 찾아서

5. 이혼이 준 선물들    

 

에필로그



에필로그

  

20년이면 강산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변한다는 긴 세월이다. 20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갑작스럽게 정리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식어버린 상대방의 마음을 탓하고 싶지도 탓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시작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내 입장에서 바라본 나는 성실하기는 하지만 공감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결코 자랑스러운 남편도, 멋진 아이 아빠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이혼하자는 제의를 해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였지만 이혼까지는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었다.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단어가 아내 입을 통해 나오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아내의 표정과 그 단어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나를 향해 표창처럼 날카로운 칼날을 세우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여지없이 나의 심장을 관통해 버렸다. 비명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나는 쓰러졌고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즉사하는 기분이었다. 아! 사고나 전쟁터에서 죽을 때의 고통이라는 것이 이러한 부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잠시 후 애써 태연한 웃음을 지으며 아내의 입 밖으로 나온 단어에 대항하며 맞섰다. 그러면서 나의 억울함 들을 토로해내기 시작하였다. 아내는 내가 우울증에 걸려 고생하는 것조차도 몰랐다. 허리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공감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가정의 모든 일은 본인의 의사대로 돌아가야만 하였다. 그동안 내가 역 기러기 아빠로 고생한 것들이나 혼자 3년을 버티며 살아온 일들이 갑자기 허무해지기 시작하였다. 인생을 헛살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아내의 이혼 선언이 아니었다. 이혼선언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배신감(?)이었다. 나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깨졌기 때문에 이혼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아내가 느낀 배신감은 몇 배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말에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리턴 티켓을 포기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의 얼굴과 마주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떠난 자와의 동거는 고통이었고 고문이었다. 나는 그걸 2달 동안 경험하며 지옥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는 걸 경험할 수 있었다.      


개인정인 가정사를 구구절절 글로 쓰는 이유는 분명하다. 잘했다고 자신을 항변하려는 것도 아니고 아내를 폄하하거나 비방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탓하지도 않는다. 다만, 부부간에는 수시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가 오가지 못하면 그 부부는 이미 문제가 상당히 심각해진 상태일 수 있다. 특히 각방을 쓸 경우에는 서로가 분명하게 그 이유와 기간 등을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가다 보면 부부관계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즉, 무늬만 부부인 쇼윈도 부부가 되고 마는 것이다. 나처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무조건 참고 지내는 부부들에게도 경각심을 주고 싶다. 싸울 때는 소리 지르며 싸울 필요가 있다. 다만 폭력이 동반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아내의 “우리 시간 나면 이혼할까! “라는 말에는 그동안의 애환이 담겨 있을 것이다. 힘든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어쩌면 저렇게 무심한 남편이 있을까! 라며 눈물지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나는 무뚝둑한 남편이었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는 남편이었다. 하지만 마음만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내 성격을 앞세우며 변명하고 싶지 않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노래처럼 나는 사랑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설사 사랑을 했어도 너무나 서툰 사랑 때문에 서로가 상처를 주고받았을지도 모른다. 그 흔한 사랑 한번 제대로 못한 사람이 말이 많고 글이 길어졌다. 아무튼 나처럼 바보 같은 남편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서 아내의 가슴을 멍들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한다.     

       

2019년 7월 15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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