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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22. 2019

조앤 롤링도 평범한 초보 작가였다

책을 쓴다니 지나던 소가 웃었다 #8 평범함이 가장 큰 무기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종이책 한 권 출간하지 못한 어설프고 내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초보 아마추어 작가다. 이제 막 운전을 시작한 왕초보 운전자와 다르지 않다. 그러한 내가 일반인은 물론이고 출간 작가들에게 강의를 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 두 시간 동안 정기적인 책 쓰기 강의를 한다. 장소는 삼성동 아지트리이고 강의 주제는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이다. 올봄 처음 강의를 열 때만 해도 참석자가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인기가 높아져 상당수의 참석자가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를 듣고 멤버십에 가입하여 실제로 하루 만에 책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은 매월 한 권씩 쓰지만 나처럼 매주 한 권 쓰는 사람들도 벌써 15명 이상이 되었다. 이들은 각자 블로그에 그 과정을 올리고 있고 실제로 블로그 서점을 운영해 판매까지 하고 있다. 물론 출판사를 설립하여 스스로 전자책으로도 출간해서 판매 중이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히말라야 고산 등정을 하는 기분으로 한발 한발 최선을 다해 내딛고 있는 중이다. 그 한발 한 발이 모두 설원 위에 발자국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 발자국은 처음 찍히는 발자국이다.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 발자국에 의지한 채 산을 오를 것이다. 어느 지점에서 발자국이 끊겨 있다면 뒤에 오는 사람들은 길을 잃거나 새로운 길을 내야만 한다. 여기까지 와서 발자국이 없다고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렵지만 새로운 길을 낼 것이다. 새로운 길을 내는 행위는 어떠한 위험에도 맞설 용기와 의지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나는 히말라야 산맥의 고봉만큼이나 높은 책 쓰기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트리려 노력 중이다. 하루 만에 책 쓰기와 매주 한 권 책 쓰기는 새로운 도전을 넘어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내가 매주 쓴 책들을 브런치에 올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리는 속도가 책 쓰는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의 도중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바로 평범함에 대한 자조 섞인 한탄이다.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쓸 이야기가 정말 없거든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책으로 써야 하나요?” 이러한 질문을 하며 한숨을 쉬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명쾌하게 허를 찌른다. 평범함이야말로 가장 큰 무기다.    


나처럼 일반인들은 거의 대부분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인구의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 1%도 어쩌면 평범한 인생의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가장 특별한 직업이고 가장 평범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간적인 고뇌로 가득 차 있다. 그(그녀)의 꿈은 평범하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국의 어느 전직 대통령은 고향 마을로 내려가 실제로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그 마저도 세상은 내버려 두지 않았고 그는 결국 “모든 것은 운명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다른 별로 평범함을 찾아 떠났다.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하는 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가끔은 평범함과 거리가 먼 대북 특사의 임무를 부여받고 북한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이처럼 평범함과 평범하지 않은 일은 시각에 따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주나 은하계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 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평범한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일인 것이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조차도 감지되지 못하는 일이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모두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평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스스로 평범해지려는 꿈만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어쩌면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적인 감성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평범함을 추구하고 싶은 욕망까지 억누르며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물론 존재한다.      


평범한 사람이 평범해 보이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한국사회의 한 단면일 수도 있다. 수입차를 타면서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이 특별하게 보인다면 아마도 누군가는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항상 방송이나 영화에서처럼 살지는 않는다. 그들도 배고프면 라면을 끓여먹고 귀찮으면 머리를 감지 않고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는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다시 영국의 조앤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앤처럼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해리포터 시리즈를 쓸 수 있었을까? 해리포터의 위대함은 평범한 한 초보 작가에 의해 창조되었다. 그것도 영국의 변방 마을의 한 카페에서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글을 쓸 수도 있다.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이상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한국의 재벌 총수들은 물론 사업 좀 된다 싶으면, 정치 좀 한다 싶으면 너도나도 자서전이라는 것을 낸다. 하지만 이들이 낸 자서전보다는 시장 골목의 치킨집이나 동네 빵집의 사장님들이 낸 장사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가진다. 참고로 6회 브런치 북 대상자로 선정된 노정석 군은 심지어 고등학생이었다. 이보다 더 평범할 수는 없다. 고 3이 시간 날 때마다 일기처럼 브런치에 쓴 글들이 대상을 받은 것이다. 그의 글들 중에서도 유독 기억나는 글이 있다. “김은 혼자 먹고 싶다.”라는 어느 글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일기 같은 평범한 글에 모터를 달아주는 일대 반전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이 글귀 하나가 나에게는 오랫동안 울림으로 다가왔다.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의 대부분은 평범함을 넘어 “찌질“한 내용들이다. 물론 나의 글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작가들조차 금기시하는 ”이혼“이라는 주제로 글들을  브런치에 과감(?)하게 올렸다. 공감 수는 적어도 조회 수는 놀라울 정도였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되는 초보 작가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하루에 15,000명이 조회하기도 하였다. 물론 공감 수는 많지 않았다. 상식을 깨는 글이 너무나 어처구니없어서일 수도 있고 왠지 흔적을 남기기조차 터부시 하는 주제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한 가정의 치부를 까발리는 지극히 비인간적인 이 ”찌질“ 함이 주는 힘이었다. 결혼해서 살면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사는 부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초미의 관심사를 카드로 내민 것이다. 독자에게 말을 거는 나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상식을 깨는 글들을 쓰려 노력한다. 공감해주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평범하지 않은 글은 독자들이 원하는 글이 아니다. 그래서 그 평범하지 않은 글들이 모여서 교육이라는 형태로 진행되는 곳이 학교다. 특히, 학부나 대학원 과정에서 접하는 전문 서적들이 지루하고 따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 독자들은 더 이상 전문 서적들을 읽을 이유도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글은 학문이 아니다. 굳이 문학이어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평범할수록 그리고 찌질 할수록 울림을 제공한다. 그 울림이 바로 공감이고 교감이다. 이러한 평범하고 찌질 한 글들에서 우리는 울고 웃는다. 영화나 연속극을 보면 얼마나 유치한가! 대작이라는 영화들도 하나같이 평범한 소재들이다. 그런데 천만 이상이 보기도 한다. 물론 치열한 시나리오와 촬영기법의 합작품이지만 그 내면에는 평범함이 자리한다. 물론 그 평범함에는 상식을 깨고 반전이 들어있다.     


이제는 일부러 평범하게 쓰려는 작가들도 늘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글을 써야 하는 시대가 왔고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나도 매주 한 권씩 평범한 일상을 글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나의 책들에는 참고문헌 따위는 전혀 없다. 모두 내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가끔 철학자나 사상가들의 좋은 문장을 인용하기는 한다. 그 인용은 조미료에 불과할 뿐이다. 그 인용이 주를 이루지는 않는다.      


나의 영국 가계에서는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글에서도 가능하면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일기가 되어도 어쩔 수 없는 나의 글쓰기 방식이다.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해야 한다. 독자들이 바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토록 혐오했던 평범함과 찌질 함이었다. 이제는 평범함이 가장 큰 무기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누구나 글쓰기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


평범한 이야기들을 매일 쓰다 보면 어느 날 당신은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조앤 롤링을 능가하는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0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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