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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22. 2019

#25주 차, 제가 이혼은 처음이라 서요!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7월 29일)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서울 가정법원에서 전화가 왔다. 영국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합의이혼 서류가 접수되었으니 2시간 교육을 받고 절차대로 진행하라는 것이다.

@ 분량: 이북 기준 160페이지(폰트 22)

@ 판매: 블로그 서점(https://blog.naver.com/jebyi)




프롤로그


7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 오전이었다. 마치 하늘이 분노한 것처럼 아침부터 장맛비를 쏟아부었다. 삼성동 연구소에서 강의를 듣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서둘렀지만 광역버스는 평소보다 1시간이 더 걸려서야 삼성동에 도착하였다. 반바지에 집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나왔지만 그래도 다 젖었다. 아스팔트 도로들은  작은 시내를 이루며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폭우가 주는 상쾌함은 피부가 느끼는 그것만은 아니었다. 머리도 동시에 그 상쾌함을 즐기고 있었다. 아침부터 어릴 적 잃어버린 추억과 낭만이라는 보따리를 안고 한강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연구소 입구에서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을 사들고 강의실로 들어섰다.   

   

30분쯤 앉아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받을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나도 모르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양재동에 있는 서울 가정법원 전 OO입니다. 잠깐 통화 가능하신가요?” 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왜 법원에서 전화를 하지! 혹시 스팸이나 보이스피싱 아니야! 다시 소속과 전화를 건 용건을 물어보았다. 내가 당황한 것을 눈치라도 챈 듯 차분하게 자기소개를 한 다음 전화한 용건을 설명해 주었다. 영국 런던 소재의 한국대사관에 합의이혼 서류가 접수되어 그 처리 과정에서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절차 및 시기 등을 조율하기 위해 전화를 하였다고 한다. 일단 한 시간짜리 교육이 두 가지가 있으니 그것부터 수료하고 미성년 자녀가 있으니 3개월의 숙려기간 동안 기다리면 3개월 후에 처리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교육과 숙려기간 등의 낯선 용어 등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한데 “제가 이혼은 처음이라 서요! 다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교육은 어떤 교육이고 숙려기간은 무엇인가요?” 담당 직원은 희미하고 절제된 웃음소리를 내며 친절하게 다시 설명을 해 주었다. 지금은 법원도 휴정기간이라 8월 둘째 주부터 가능하다는 부연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한마디로 법원도 휴가철이라 쉰다는 의미였다.  

    

통화가 끝나고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망치로 뒷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혼이라는 절차가 진행되기 시작한다는 것을 인지하자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하였다. 일단 심호흡을 하고 진정을 해야만 했다.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왔지만 그래도 막상 코앞에 닥치고 보니 손끝이 떨리고 그동안의 결혼 생활들이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갔다. 인생이란 자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를 100배속으로 돌려서 본 그런 느낌이었다. 

아내보다는 아들과 고양이 단오가 먼저 떠올랐다. 아들이야 내년이면 대학생이 되어 독립을 하지만 단오는 어차피 엄마랑 살아야 한다. 보고 싶어도 자주 볼 수가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사람에 대한, 특히 아내에 대한 연민으로 눈물이 핑 돌아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나라는 인간은 고양이가 먼저였다. 뭔가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단오도 12년 동안 둘째 아들 노릇을 하였고 사람 못지않은 정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내가 먼저 요구한 이혼이지만 그래도 아내와의 헤어짐을 먼저 슬퍼해야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일찍이 니체는 자신의 "아침놀"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사랑을 사랑으로 느낄 수 없다. 사랑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정확히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자신조차 모르면서 상대를 알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지극히 사적이고 주관적인 이야기를 책으로 쓸 생각을 한 것은 바로 니체의 이 문구 때문이었다. 그랬다. 나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상대를 알고 사랑하기란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비록 아내가 이혼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해서 아내를 탓하거나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제대로 남편 노릇을 하지 못한 여한과 미안함을 조심스럽게나마 피력하고 싶어 졌다. 그것이 서로를 위한 최선의 길이고 나 자신 또한 향상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혼이라는 엄청난 충격파는 어찌 보면 삶에서 기다리는 난관들 중 하나일 뿐일 수도 있다. 그래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올해 안에 법률상으로는 남이 되겠지만 그래도 친구로서 남을 수 있었으면 하는 나만의 희망도 가져본다.     


가정하나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도 벗어나고 싶다. 가장의 역할하나 못했다는 자괴감도 마찬가지다. 단지 서로가 서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단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한다. 남녀 간의 사랑의 유통기한이 이처럼 짧을 줄은 몰랐다. 이제는 좀 더 성숙하고 나다운 사람으로 살아보고 싶다. 그게 우리의 이혼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내와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함을 전한다. 




@ 목차: 


프롤로그     


1제가 이혼은 처음이라 서요!

1. 법원에서 걸려온 전화

2. 제가 이혼은 처음이라 서요!

3. 합의 이혼

4. 아내의 독립선언

5. 사랑이 떠나간 자리   

  

2사랑의 유통기한

1. 사랑의 유통기한

2. 사랑이 있기나 한 걸까?

3. 사랑이 떠난 자리의 공허함

4. 무늬만 부부

5. 사랑은 움직이는 걸까?     


3재외교포들의 이혼절차

1. 교포 이혼, 꼭 해야 된다면

2. 부부의 이혼 합의

3. 현지 한국대사관에 서류대행 

4. 이혼 교육 및 자녀양육교육

5. 판사의 최종 판결     


4이혼을 합의하기까지

1. 이혼, 너무도 당연한 과정

2. 가정과 자신 사이에서 방황

3. 성격차이에 숨겨진 것들

4. 엄마와 아빠의 차이

5. 아내가 지금까지 버틴 이유


5준비되지 않은 결혼생활

1. 너무도 비현실적인 콩깍지

2. 안목의 양면성과 이중성

3. 쌍무지개와 장미 꽃다발

4. 환상과 현실

5. 결혼이 처음이라서     


에필로그




에필로그


사람들은 항상 감사하며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법원으로부터 걸려온 한통의 전화는 충격이었고 현실세계에서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지금까지 이혼이라는 것을 너무도 막연하게 그리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미 아내와 협의가 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담당자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나는 비로소 비현실의 이혼으로부터 현실 속의 이혼으로 건너올 수 있었다.   

   

사실, 살아오면서 내가 이혼의 대상자가 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일이 없었다. 이혼은 남의 일로만 여기고 살았다. 그런데 지난해 아내와의 몇 차례 토론에서 이혼 이야기가 나왔고 나는 거기에 동의하였다. 한국에 와서도 논의는 지속되었지만 이혼은 여전히 막연한 비현실 속의 무엇에 불과할 뿐이었다.      


세상에는 이혼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 많은 사람들에게도 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들 또한 이혼 당시 아픔이라는 것을 겪었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어린 가정의 이혼은 심각한 문제들을 수반한다. 엄마들이 육아 및 미래에 대한 불안은 나로서는 알 길이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삶은 항상 어떤 힘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 어떤 힘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면서도 삶은 지속되고 전진해야 한다. 그 삶이 전진하지 못할 때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단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삶은 멈추지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구심점을 잃고 주저 않아 버릴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혼의 아픔을 겪고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도 바쁜데 생활은 하루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삶은 어떤 힘을 향해 나아갈 때만 의미가 있음을 오늘도 느낀다. 이미 이혼이라는 아픔을 겪은 많은 분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내일도 한 발이라도 앞으로 전진하는 삶이되기를 기원해 본다.    

               

2019년 7월 29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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