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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Oct 26. 2019

#29주 차, 백수는 출근하면 안 돼?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쓴다(2019년 8월 26일)

Note: 하루 만에 책 쓰기로 매주 한 권 책 쓰기 프로젝트는 나의 평생 프로젝트로 2019년 2월 11일 월요일에 춘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죽기 전날까지 멈추지 않을 것을 소망한다. 만일 이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다면, 나는 이미 질병과의 전투에서 1패를 기록하며 다른 별로의 고독한 여행을 시작하였을 확률이 아주 높다.




@ 부제: 지난해 가을 건강상 문제로 급히 짐을 꾸려 한국에 왔다. 그리고 다시 그 가을과 마주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1년간의 휴식 프로젝트를 결산해 본다.

@ 분량: 이북 기준 161페이지(폰트 22)

@ 판매: 블로그 서점(https://blog.naver.com/jebyi)



프롤로그


지난해 가을, 아내와의 협의 후 1년간의 휴식을 취할 국가를 고민하다 한국행을 택하였다. 엊그제 한국에 도착한 거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또다시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그 1년간의 한국에서의 휴식을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기로 다짐하고 왔는데 벌써 그 시점이 된 것이다. 세월 참 빠르다!     


지난해 9월 16일 일요일 아침 일찍 나는 아들의 도움으로 짐을 차에 실었다. 커다란 이민가방 2개와 작은 기내용 캐리어 2개 그리고 배낭과 노트북 가방 등 총 6개의 가방들을 차의 트렁크에 싣고 일부는 뒷좌석에도 실었다. 아들의 힘은 이미 나를 능가하고 있었다. 아들은 앞좌석에 타고 아내는 뒷좌석에 탔다. 마지막으로 집 주변을 둘러본 뒤 검은 고양이 단오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둘째 아들과의 작별 인사는 끝내 하지 못한 채 나는 시동을 걸고 공항으로 향하였다. 일요일 아침의 공항 가는 거리는 한산하였다. 집에서 런던 히스로 공항까지는 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짧다면 짧은 30분 동안 차 안은 저기압의 기압골이 통과하고 있었다. 그 무겁고 어색한 기압골은 세 사람의 입을 막아서고 있었다. 과속을 해서라도 그 저기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들에게 아빠의 당당하고 거침없던 모습을 더 이상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였다. 런던 히스로 공항 5 터미널에 도착해 짐들을 부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우리는 Departure 빌딩 내의 펍에 들어가서 브런치를 먹기로 하였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먹으면서도 별다른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 어색한 브런치를 마치고 차키를 아내에게 넘겨주고 나는 주섬주섬 노트북 가방과 캐리어를 챙겨 입국 심사대 쪽으로 향하였다. 형식적으로는 1년간의 휴식을 위한 이별이지만 어쩌면 길고 긴 이별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아내와 아들에게 손을 흔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들어가서 입국 심사대로 발길을 돌렸다. 만감이 교차하는 그 순간에 서러움이 북받쳐 울컥했지만 끝내 눈물을 밖으로 내보내지는 않았다. 거기서 눈물이 터지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두 아들에 대한 애잔함 때문일 수도 있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다. 후하고 불면 날아가 흩어져 버릴 것 같은 사랑의 종착역에 선 기분이 보안검색대의 줄에서 줄곧 나를 괴롭혔다. 민들레 홀씨 같은 한 줌도 되지 않는 사랑의 무게였다. 굳이 그 무게를 재본다면 0.1그램도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한 줌도 되지 않지만 그 위태로운 사랑이라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데 남겨둘 사랑의 무게가 너무 가벼워서 서러웠을 것이다.      


공항에서의 이별을 뒤로한 채 한 시간 후에 나를 태운 영국항공 비행기는 활주로를 박차고 힘차게  솟구쳐 올랐다. 그 순간 나는 울컥하는 감정을 누르기 위해 또다시 살짝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상념에 잠겼다. 잠시 후 비행기는 우리 동네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기가 무섭게 와인과 음료가 서비스되고 있었다. 나는 와인 잔을 받자마자 원 샷으로 마시고 한잔을 더 주문하였다.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승무원 아줌마는 눈동자와 동공이 확장되며 Are you alright, Sir를 연발하였다. 그 뒤로도 보드카와 맥주까지 종류별로 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익숙한 소나무들이 섬들 여기저기에서 떠오르는 태양에 반짝이고 있었다. 비로소 한국의 영공과 영해에 진입한 것이다. 반짝이는 태양을 바다라는 거대한 거울이 떠 바치며 나의 귀환을 환영해 주고 있었다. 찬란하다 못해 황홀한 아침이었다. 비행기는 서해 바다 상공을 서너 번 선회하다 드디어 인천공항에 착륙하였다. 9월 17일 아침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런던 히스로 공항의 입국 심사대 줄에 비해 인천공항의 줄은 길지 않았다. 짐을 찾을 때는 거의 기다리는 경우가 없다. 짐을 찾고 낑낑대며 공항청사 밖으로 나왔다. 의정부행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난민이 따로 없었다. 친절한 기사님의 도움으로 짐들을 리무진 버스 짐칸에 욱여넣었다. 한 시간 남짓 후에 친구가 기다리는 별내라는 작은 신도시에서 내렸다. 기다리던 친구의 차에 짐을 욱여넣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나의 한국에서의 첫날은 시작되었다. 한국의 가을은 여전히 무더웠고 태양은 강렬하였다. 20년간의 간극을 극복하고 1년 살기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 당시 허리보다 우울증이 더 심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여동생 내외의 극진한 보살핌과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한국에서의 1년 살기를 할 수 있었다. 그 1년간의 스토리를 책으로 내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어느 순간에는 삶의 끈을 놓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으로 괴로웠고, 어느 순간에는 A형 독감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하였다. 지금도 다양한 난치병들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제는 그 질병들조차 사랑하며 살고 있다. 1년간의 휴식이 없었더라면 나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의 두께나 무게보다도 더 얇고 가볍다는 사실은 질병이 지속적으로 가르쳐 주고 있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쉬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은 차라리 형벌이라고 할 만큼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휴식을 취하면서 놀이와 취미생활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우울과 외로움도 극복하고 취미 생활을 위해 내가 택한 것은 바로 책 쓰기였다. 그럼 내가 1년 동안 어떻게 휴식과 치료를 하며 지냈는지의 과정을 글로 옮겨보겠다.   

   

영국에 있었더라면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 변화들은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게 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들을 단련시켜 주었고 이제는 제법 홀로서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은 하루살이보다 더 치열하고 정열적으로 살고 있다. 나에게 내일이 언제까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보내고 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벽돌들이 나의 성과물로 힘을 발휘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오늘 하루를 불태우고 있다.      


끝으로 극히 주관적이고 정제되지 못한 생각들이 모여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도록 지구 반대편에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아내와 아들 그리고 사냥하는 고양이 둘째 아들 단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목차:


프롤로그     


1. 질병과의 동거

1. 한국인은 모두가 의사

2. 병원 유목민 생활

3. 난치병들과의 싸움     


2. 향수병

1. 향수병도 병이다

2. 귀소본능

3. 죽음에 대한 미련     


3. 한국의 사계

1. 길었던 가을

2. 겨울을 이겨내고

3. 비현실적인 남도의 봄

4. 아열대가 된 여름      

    

4. 휴식은 아무나 하나!

1. 고기도 먹어본 놈이

2. 휴식의 기술

3. 뭐가 중한디!     


5. 삶은 지속되어야

1. 외로움

2. 우울

3. 사랑     


6. 해외에서 보는 한국사회

1. 놀라움

2. 실망감

3. 사회변혁     


7. 선배 뭐가 그리 바빠!

1. 축구

2. 봉사활동

3. 도예

4. 책 쓰기와 강의

5. 글쓰기


에필로그




에필로그


"백수가 왜 그렇게 바빠?"      


내가 요즘 지인들에게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후배들은 선배님 어디 취직하셨어요? 왜 이렇게 약속 잡기가 힘들어요!이다. 모두 다 일일이 해명하기도 귀찮고 해명해도 믿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백수라고 말한다. 아직 1년의 안식년이 끝나지 않았고 그 안식년이 지나면 그때는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만다. 그렇다고 딱히 보여줄 것도 없고 그들도 관심조차 없다. 단지 그들이 궁금한 것은 쉬려고 온 사람이 바쁘다고 하니 궁금했을 것이다.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는 자기네들보다 더 바쁘다고 하니 한 번쯤은 이상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백수인 내가 바쁜 이유는 뚜렷한 루틴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요일별로 반드시 할 일이 있다. 그 일들을 먼저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적인 약속을 잡기가 쉽지 않다. 남들 하는 거 다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나를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했다. 당장 돈이 되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명확한 어느 시점이라는 보장조차도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놀이일 뿐이다. 그 놀이가 일이 되어가는 중이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요일별로 철저하게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매일 어디론가 출근하고 그 일을 반드시 끝마친다. 그러한 사소한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였기에 나는 1년의 휴식조차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백수가 자신과의 약속을 한 번쯤은 어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어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 사람 심리고 특성이다. 거대한 댐이 개미굴 하나 때문에 붕괴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매일 쌓아 올려야 할 벽돌을 쌓지 않고는 내가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비록 성공하지 못해도 매일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는 일을 소중히 여기고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면 그만이다. 성공의 문제는 그다음 단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다. 세상에 쉽게 그리고 빨리 되는 일은 없다. 설사 그렇게 되어도 사상누각일 확률이 높다. 내가 오늘도 춘천까지 와서 벽돌 한 장 쌓고 가는 일은 비록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오늘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가장 소중한 일이다. 가족이 상을 당해도 이일을 중단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내가 이기적으로 살아간다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나는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그 휴식도 이렇게 삶의 터닝 포인트로 삼아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앞으로도 보여줄 것이다. 1년간의 휴식이 이렇게 빨리 마무리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내가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눈 깜빡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간 것이다. 9월 중순이면 또 다른 1년을 기획하고 실행해 나갈 것이다.        


  

2019년 8월 26일

호반의 도시 춘천에서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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