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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06. 2019

혹시, 글을 쓰면 돈이라도 나오나요?

책을 쓴다니 지나던 소가 웃었다 #14 스포츠 사업등과 책 쓰기의 관계

”혹시 글을 쓰면 돈이라도 나오나요? “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라는 주제로 삼성동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강의를 하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다. 책을 쓰면 돈이라도 나오느냐는 질문이다. 그때마다 쉽고 명쾌하게 답변한다.      


”돈을 보고 책을 쓰면 돈은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반면, 돈이 아닌 글쓰기가 좋아서 쓰다 보면 돈은 언젠가는 반드시 나온다. 운이 좋으면 왕창 나올 수도 있다.”      


강사의 아리송한 답변에 질문자뿐만 아니라 수강생들도 의아해한다. 그리고 관련된 질문이 쏟아진다. 책 쓰기 뿐만 아니라 모든 비즈니스의 원리는 유사하다. 신념이나 가치관보다 돈이 상위의 개념이라면 그 사업의 끝은 불 보듯 뻔하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돈을 먼저 생각하는 글쓰기를 끝까지 이어갈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 지난한 과정들이 녹아들어야만 성과가 나오는 것이 글쓰기다. 물론 처음 쓰는 글부터 팔려 돈이 되는 천재 작가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러한 작가는 들어보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빈센트 반 고흐다. 그의 발자취를 더듬어가며 무던히도 그를 닮으려 노력하였다. 생가부터 그가 옮겨 다니며 살던 마을과 미술관들은 물론이고 그가 동생 테오와 나란히 잠들어 있는 묘지까지도 가 보았다. 그를 알아 가면 알아갈수록 놀라웠다. 얼마 전 정여울 작가가 쓴 "빈샌트 나의 빈샌트"라는 책도 읽어보았다. 그는 평생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하였다. 그 한 점도 화구상인 동생 테오가 사준 것이었다. 경제는 물론 고갱 등의 친구 문제로 방황하면서도 끝까지 그의 신념과 가치관을 지켜낸 결과가 그의 작품들이다. 자신의 귀를 자른 것도 고갱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동생 테오의 전폭적이고 헌신적인 지원 없이는 빈센트도 없었다. 엥겔스라는 친구의 도움 없이 마르크스가 있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나의 경우, 돈의 본질이나 특징을 이해하려고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생면부지의 유럽 땅에서 말이다. 가장으로서 생활고를 걱정해야 하는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돈이 먼저였다. 하지만 아내는 생각이 전혀 달랐다. 나에게는 돈이 먼저였지만 그녀는 고객이 먼저였다. 고객이 만족하지 않으면 돈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논리에서 아내를 이길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었다. 절약하고 직원도 감축하고 아끼고 또 아끼는 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정반대의 길을 추구하였다. 당연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끝난 영국의 겨울철은 식당들이 가장 어려운 시기다. 식당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비즈니스가 마찬가지다. 비는 매일 오고 찬바람만 부는 영국의 겨울은 길고도 길다. 그 어려운 시기에도 아내는 정직원들과 알바들을 줄이지 않았다. 나나 직원들 심지어 손님들조차 이해하지 못하였지만 가계 운영의 칼자루는 아내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진가는 헤매다 계절이 알려주었다. 봄이 오고 날이 풀리면서 손님들도 몰려들었다. 손님이 갑자기 몰린다고 갑자기 직원들을 채용하고 훈련을 시켰다면 서비스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 긴 겨울을 버틴 것도 결국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훈련이었고 기다림이었던 것이다. 아내로부터 배운 경영 철학이었다. 심지어 1년 이상 일한 직원들에게는 퇴직금을 주었다. 자신을 욕하고 뛰쳐나간 직원을 밤중에 불러내 퇴직금을 손에 쥐어주고 돌아오는 아내를 이해하기란 불가능했다. 규정에도 없는 퇴직금을 줄 때 아내를 이해할 수 있었더라면 어쩌면(?) 나는 아내에게 사랑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아내는 “가족 같은 “이라는 단어를 싫어했다. 주인은 주인이고 직원은 직원일 뿐이라는 것이다. 주인은 주인 노릇 제대로 하면 그만이란다. 직원에게서 주인의식을 갖게 하려는 발상 자체를 웃기는 일이라고 말하곤 했다. 직원은 직원일 뿐이라는 것이다. 직원이 주인의식을 갖는 일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최소한 일한 만큼이나 그 이상 보상해 주는 것이다. 보상효과 때문에 주인보다는 아니지만 열심히 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고 있었다. 사업을 해도 인문학이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무식한 내가 아내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책 쓰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책 쓰기에서 내가 주인이 되느냐! 직원이 되느냐! 의 문제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있다. 돈을 먼저 생각한다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왜냐하면 글을 쓰면서 곧바로 돈이 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돈이 나올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나게 된다. 반면 주인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가게를 차렸으면 잘 되게 하는 것이 주인의 의무다. 초기 몇 년은 버틸 각오를 해야 한다. 가게를 오픈하고 적자를 보는 달도 허다하다. 적자생존의 치열한 과정을 이겨내면 그다음부터는 안정화 단계에 든다. 그러한 혹독한 과정 없이 불처럼 일어난 가게는 불처럼 망한다. 그 원인은 사례마다 다르고 다양하다. 예를 들어, 옆집에 유사한 가게 하나만 생겨도 매출은 곧바로 반 토막이 난다.       


책 쓰기도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객이 우선이고 직원이 소중해서 참고 견디면 사업에도 봄날이 오듯이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쓰고 또 쓰다 보면 어느 날 작가가 되어 있다. 어느 날 책이 출간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책이 출간되었다고 다 유명해지거나 잘 팔리지는 않는다. 책 쓰기를 결코 멈추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책이 한두 권만 출간되어도 유명인이 되는 작가들도 허다하다. 이 작가들은 무명 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각종 행사에 불려 다닌다. 강연에도 초대된다. 책으로 인한 수입도 크지만 부수입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출간된 책에 비즈니스 관련 콘텐츠가 들어있으면 최고의 홍보 전단지 역할도 해 준다. 정체되어 있던 사업은 탄력을 받아 몰라보게 급성장할 수 있다. 최고의 마케팅 도구가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자신만의 콘텐츠를 담으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직접 지켜보았고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우연히 집어 든 그 한 권의 책을 통해 비즈니스를 접했고 책 쓰기에도 입문하였다. 책 쓰기를 처음부터 생각한 적은 꿈에서조차 없었다. 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인세라는 독특한 형태의 수입구조다. 인세는 저자가 죽는 날까지 나온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사후 60년까지도 나온다. 좋은 책 몇 권은 자녀에게 최고의 유산이 될 수 있다. 책 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세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세를 목표로 책을 쓰는 일은 위험하다. 인세를 받는다는 말은 프로가 되었다는 의미다. 즉, 비로소 직업으로서의 작가가 된 것이다. 축구나 야구 선수들이 연봉을 받으면 프로이고 받지 못하면 아마추어다. 나도 30년 이상 축구를 하고 전국체전에도 나갔지만 연봉을 받은 적은 없다. 따라서 나에게 축구라는 스포츠는 취미이고 선수로 대회에 출전했지만 아마추어 선수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포츠의 단점이 바로 글쓰기의 장점이 된다. 천하의 호날두나 메시도 30대 중반이나 그 이전에 은퇴할 것이다. 인간의 체력은 유한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20대 초반 선수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그 반대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필력과 내공이 쌓인다. 죽기 직전까지도 할 수 있다. 글쓰기에 은퇴란 단어는 적절치 않다. 가끔 절필이란 말은 들어보지만 글쓰기에서 은퇴하였다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하였다.      


20대 초반의 축구선수가 30대를 넘어가면서 체력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반면 평범한 일반인이 20대 초반부터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그 잠재력은 무한대일 것이다. 20대부터 시작한 글쓰기를 90대 중반까지 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70년가량의 세월과 내공으로 쌓인 글의 필력과 근육을 누가 당해낼 수 있단 말인가! 빈센트 반 고흐가 평생을 그린 작품들이 그의 사후에 대작으로 남아있는 이치다. 그는 아무런 성과 없이 죽어간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위대한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던 것이다. 수만 점의 작품을 남긴 피카소도 마찬가지다. 피카소는 그리고 또 그렸다. 피카소의 그림 몇 점이 유명해지자 그의 수많은 습작들조차도 덩달아 후광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한두 편 글을 써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매일 평생 동안 쓰고 또 쓰다 보니 유명해졌고 노벨 문학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처음부터 노벨문학상을 목표로 글을 쓴 작가는 한 사람도 없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책 한 권 내보지 못하고 포기하였을 것이다. 매일 한 줄, 한 문장씩이라도 써보라고 권하는 이유다. 그러다 보면 양도 늘고 재미도 생긴다. 극적인 치유도 경험한다. 글쓰기가 재미있어지면 책 한 권 쓰는 것쯤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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