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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Nov 14. 2019

타다와 택시, 우버와 블랙캡 논쟁의 본질!

미스터리(Mr. Lee) #2. 런던, 고향이 되기까지

타다와 택시, 우버와 블랙캡 논쟁의 본질!


요즘 한국에서 타다 논쟁이 뜨겁다. 최근 검찰과 정부까지 나서서 볼썽사나운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타다를 새로운 플랫폼의 혁신산업으로 볼 것인지의 여부다. 문제는 혁신이란 단어를 보는 시각 차이다. 혁신을 보는 시각에 따라 타다는 신산업이 될 수도 있다. 반면, 택시업계의 파이를 빼앗아가는 몰염치한 기업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파리 난리는 택시업계다. 기사들은 사납금 채우느라 등골이 휜다. 개인택시라고 다르지 않다. 개인택시 자격을 따고 먹고살만하니까 타다라는 괴물이 나온 것이다.     

이번 타다 갈등을 보며 우버와 영국 블랙캡의 갈등을 생각해본다. 런던 당국과 시장은 영국의 상징인 블랙캡의 손을 들어주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우버를 선택하였다.  

   

혁신의 핵심은 플랫폼 자체가 아니다. 서비스의 방법과 그로 인한 질의 차이다. 블랙캡도 친절하기로는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그런데도 우버에게 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요금과 피드백이다. 블랙캡이 아무리 친절해도 우버 기사들의 친절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블랙캡에는 없는 피드백 시스템이 우버 플랫폼에는 있다. 우버 기사들의 친절은 부담스러울 정도다. 요금도 저렴하고 원하는 시간대에 정확하게 와서 기다린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요금이 사전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돌아가거나 총알택시로 갈 필요도 이유도 없다. 영국을 포함한 관광대국 유럽에서 우버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버를 이용하면 피드백을 보내달라고 메일이나 메시지가 온다. 에어비엔비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피드백이다.      

만일 타다가 우버나 에어비엔비처럼 피드백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신산업도 혁신산업도 아니다.


한국도 부디 혁신 산업의 본질을 보기 바란다. 본질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업계가 아니다. 생존권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국민보다 택시업계가 먼저라는 논리는 한마디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소비자는 지금까지 택시업계로부터 우롱당해 온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모든 택시회사나 기사님들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택시의 소비자인 국민 중 승차거부나 총알택시 등의 고질적 문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물론 예전처럼 합승 등의 문제들은 많이 개선되었다. 요즘도 가족이 서 있거나 짐들이 많으면 다가오던 빈차 표시의 택시는 급하게 차선을 바꾸어 지나친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보자. 블랙 캡은 영국과 영국 택시의 상징이다. 영국에서 최고의 직업 중 하나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블랙 캡 기사를 꼽는다. 세상에! 택시 기사가 최고의 직업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그의 절친 중 하나인 알제리 친구가 블랙 캡 기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그도 믿지 않았다.      


블랙 캡은 영국의 일반 택시다. 미터기를 이용해 요금을 받고 옐로우 라인이 두 줄인 중앙선 아무데서나 유턴이 가능하다. 버스 차선도 이용할 수 있다. 예약도 필요 없다. 아무데서나 태울 수 있다. 이 괴물 같은 택시는 검은색이어서 블랙 캡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세상에 그 흔해빠진 택시마저 관광 상품으로 만드는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의 저력이 어디 숨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티의 금융시장만이 영국의 저력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국의 택시 속사정을 알고 나면 정말 영국이라는 나라는 무시무시한 나라였구나!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의 2/3를 식민지로 거느릴만한 나라였다. 그렇다고 제국주의의 문제까지 이해하고 옹호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는 흔하디 흔한 택시 이야기를 좀 더 깊게 해보려 한다. 여기서부터 한국의 택시산업과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나아가서 거시경제나 사회 및 국가 시스템까지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블랙 캡 기사가 되려면 3년간의 혹독한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3년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 택시기사 자격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그 시험은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없이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최단거리로 가야만 한다. 물론 시험관들이 동행한다. 반드시 3년의 교육 기간을 수료해야 시험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이 방법이 유용하고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되다 못해 자율주행 차까지 나오고 있는 지금도 이 전통의 방법을 고수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영국 사람들의 특징을 택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국이 아무리 전통을 고수하고 변화를 싫어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하기 때문이다. 시대가 광속으로 변해가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왜 그런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였다. 기본적인 서비스 중의 하나인 택시부터 제대로 운영하면 다른 대중교통 수단은 말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시스템화 된다. 런던의 블랙 캡 기사는 꿈의 직업이다. 전직 판검사는 물론이고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 출신도 다수라고 한다. 그들은 노후를 시민과 소통하며 지내면서 자유롭게 이동하고 싶은 꿈을 이룬 것이다. 거기에 고수익의 보장은 기본이다. 택시 숫자를 철저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과잉경쟁도 없다. 요금도 물가에 비해 충분히 비싸다. 시간 거리 병산제는 오래전에 시행하였다. 택시 요금은 사람 숫자와 짐의 개수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가족이 서있거나 짐이 많으면 블랙 캡 기사들은 더 좋아한다. 길이 막혀도 미터기는 계속 올라간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요금의 10%는 팁으로 줘야 한다. 팁을 주지 않으면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알이 소의 눈알만큼 커진다.    


한국에서 3년이면 공무원이나 고시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택시는 어떠한가? 3년간의 교육을 통해 택시운전 자격이 주어지는가? 아니면 영국이 너무 심한 것일까? 요즘 한국은 타다와 같은 혁신 산업의 출현으로 의견이 반으로 나뉘어 있다. 한국의 택시들이 경쟁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생존권 수호라는 명목 하에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다. 먹고사는 일은 그 어떤 논리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일이다. 생존권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한국의 택시 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된 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이제라도 구조조정을 하고 시스템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낮에는 넘쳐나는 빈 택시들이 늦은 저녁 술 한잔 먹고 귀가할 무렵이면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장거리면 상관없지만 가까우면 환영을 받지 못하고 승차거부를 당한다. 물론 그만 그랬을 수도 있다.     


다시 영국의 알제리 출신 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친구는 아이의 초등학교 친구인 조셉의 아버지다. 그 친구와 아내는 알제리 출신이지만 프랑스 국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영국 국적도 가지고 있다. 그의 전직 직업은 식자재 배달이었다. 식자재 배달은 주로 새벽이나 아침에 이루어졌다. 배달일이 끝나면 블랙 캡 교육을 받으러 다녔다. 무려 3년 동안이나 말이다. 그 친구의 끈기와 노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친구가 마침내 블랙 캡 기사 자격증을 따고 오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 친구는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아내와 함께 자랑하러 온 것이다.      


알제리 출신 블랙 캡 기사는 밤낮으로 일했다. 특히 영국인들이 일하지 않는 밤과 새벽에 집중적으로 일했다. 그 시간대에는 심야 할증료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차도 막히지 않는다. 3년 만에 알제리와 런던 외곽에 집을 샀다고 또 자랑하러 왔다. 이민자 출신들은 소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에서 번 돈을 가지고 인도나 알제리 같은 나라로 가져가면 상상할 수 없는 큰돈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도 브렉시트 이전의 일이기는 하다.   

  

그의 알제리 친구가 블랙 캡 기사 자격증을 따고 그다음 해에 버스 운전을 하던 그의 한국인 지인이 블랙캡 기사를 따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한인 최초의 택시 기사가 탄생한 것이다. 지인들은 모두가 축하해 주고 부러워했다. 마치 한인 최초의 국회의원이 탄생한 줄 알았다. 한인 최초의 블랙캡 기사는 남부럽지 않게 비싼 런던에서 집도 사고 잘 살고 있다. 그렇다고 3년 동안 도전하는 사람들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중간에서 포기한다고 한다. 당장 생업도 문제고 3년이라는 세월은 길어도 너무 길기 때문이다.      


한국의 택시 문제는 어떠한가? 한국에서는 택시 기사의 자격 요건과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솔직히 알지 못한다.


영국이 너무 지나치고 극단적인 면은 있다고 치자. 대부분의 나라는 한국의 택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뉴욕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친절하고 승차 거부하는 경쟁력 없는 현제의 시스템을 고집한단 말인가? 도로 정체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는 것도 택시다. 택시가 그렇게도 많은데 정작 필요할 때는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말이 택시 잡을 때마다 생각난다. 택시 요금이 싼데 지나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밤이면 장거리만 골라 태우고 그것도 모자라 총알택시로 변신하는 지금의 시스템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이다. 심지어 농촌도 경쟁력이 없으면 농사를 포기한다. 정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 주어도 빚더미로 되돌아온다. 그렇다고 농업을 포기한 나라는 미래의 식량전쟁에서 완패하고 쩔쩔맬 것이다. 농업은 서비스 산업이 아니다. 미래의 먹거리 전쟁에서 국민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제는 택시부터 우리의 시스템을 조금씩이라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택시 기사가 되었다고 하면 모두가 부러워하고 축하해 주는 그런 나라로 말이다.     


어떤 나라를 평가할 때 단순히 경제 지표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사회 시스템 하나하나가 모여서 선진국이 되고 강대국이 될 수 있다. 경제야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것은 작은 하나하나의 시스템의 힘이다. 그 힘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며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주의 행성들이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여도 서로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는 것처럼 말이다.      


갑자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영국의 블랙 캡이 그리워진다.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그의 집까지 가까운 거리인데도 블랙캡을 타면 요금이 만만치 않다. 길이 막히는 퇴근 시간대에 걸리면 블랙캡 기사는 신이 난다. 길이 막힐수록 휘파람이 나온다. 물론 손님들은 속이 탄다. 놀랍게도 블랙 캡은 장애인 휠체어를 통째로 태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택시 하나만 봐도 영국이라는 나라 참 무섭다. 소름이 끼친다.      


그러한 영국의 전통과 자랑 블랙캡조차도 위기를 맞고 있다. 우버의 출현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우버는 사전에 요금이 정해진다. 길이 막힌다고 기사가 휘파람을 불 수도 없다. 친절하지 않으면 좋지 않은 피드백이 남겨진다. 그 한방으로 우버 기사는 치명타를 입는다. 우버가 친절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블랙캡에는 피드백 시스템이 없다. 요금도 비싸지만 피드백이 없는 블랙캡을 소비자가 외면하는 이유다. 문제의 본질은 택시 자체가 아닌 소비자가 느끼는 서비스의 품질이다. 그래서 선택권은 고스란히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있는 것이다.


택시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민을 위해 택시가 존재하는 것일까? 검찰도 정신 차리고 본질을 먼저 생각해보기 바란다. 국민과 정부도 택시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묘안을 찾아내야 한다. 누구 하나의 판단으로 쉽게 답이 나올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족: (저자는 타다나 택시와 아무런 관련이 없음. 우버와 블랙캡과도 관련이 없음. 단지 저자가 느끼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을 글로 표현한 것임.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악플을 날리면 동의 없이 즉시 삭제하겠음. 논리적인 악플은 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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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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