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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01. 2019

영국의 명이 꽃 필 무렵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3. 명품 그릇과 명이나물     


“비즈니스는 타이밍도 중요“     


이민 초기부터 그는 독특한 취미가 있었다. 바로 그릇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것도 명품 그릇만을 고집하였다. 그가 처음부터 그릇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명품 아웃렛에 갔다가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견한 것이 계기였다. 영국의 아웃렛에서는 한 시즌 지난 명품들이 할인판매 중이었다. 그 아웃렛 명품들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명품 비즈니스는 시작되었다. 하나의 직업이 또 추가된 것이다. 한국에 사업자등록을 낸 다음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해 철 지난 명품들을 팔기 시작하였다. 영국 직배송이었고 반응이 제법 좋았다. 그러다가 구매대행도 시작하였다. 어차피 매일 가다시피 하는 아웃렛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은 모두 대상이었다. work permit 비자의 사업실적을 위해서 매출을 키워가며 실적을 늘려야만 했다. 한국에서는 구매 대행 사업이 시작도 되지 않던 시기였다. 이 비즈니스를 5년만 늦게 시작했어도 그의 사업은 선점효과와 함께 크게 성장하였을 것이다. 빨리 시작한다고 수요가 없는 시장에서 선점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이때 깨달았다.     


”명품 그릇을 사들이는 남자“     


그는 명품 아웃렛에 갈 때마다 그릇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였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릇들을 세트가 아니라 낱개로 하나씩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그의 구매 기준은 할인율이 70% 이상이었다. 그의 부엌에는 짝도 맞지 않는 개성이 강한 명품 그릇들로 차기 시작하였다. 이민 초기에 벼룩시장에서 남들이 사용하던 그릇들을 사서 쓰고 있었던 시절이다. 어쩌면 가난한 남편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보상해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고양이가 쥐를 잡아들이며 위세 당당하던 모습과 그의 그릇 사재기는 닮아있었다. 점점 싸여가는 명품 그릇들은 뜯어보지도 못하고 체러티 숍에 가져다주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그래도 그는 아웃렛에 가면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였다. 그때 사들인 많은 그릇들은 선물을 하거나 지금도 사용 중이다. 그래서 그의 부엌에는 세트 개념의 그릇이 없다. 모양도 디자인도 브랜드도 제각각이다. 그의 아내는 고양이가 쥐를 물고 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남편이 그릇을 물고 들어온다고 온갖 구박과 박해를 가하기 시작하였다.      


”고양이도 사람도 성향이나 성격이 변하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지속되는 아내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도 그도 변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어쩜 인간이라는 작자가 고양이와 하는 짓이 하나도 다르지 않느냐"며 핀잔을 주고 언성을 높였다. 그래도 그는 긍정과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고양이만도 못한 인간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와 같은 선상에서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양이나 개만도 못한 인간이라 평가 받았으면 상황은 심각하게 우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당시부터 아내는 미니멀리스트로 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좀 지나 이태리에서 18톤짜리 트럭으로 가득 실려 온 명품 백에도 관심조차 없었다. 오히려 명품 백에 대한 관심은 그의 고양이가 더 많았다. 아내는 명품백을 제쳐두고 벼룩시장에서 산 2파운드짜리 가방을 들고 다녔다. 그런 그녀에게 고양이는 쥐를 그는 그릇을 나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랍시고 말이다.  

   

“런던에서 텃밭을 일구며 한국의 야채들을 키우다 “     


그의 또 하나의 독특한 취미는 봄나물 채집과 텃밭농사였다. 그는 봄마다 런던에서 텃밭을 일구었다. 그 텃밭에는 한국에서 공수해온 각종 채소 씨앗들이 심어졌다. 영국 사람들은 텃밭에 주로 감자와 양파 또는 당근을 심는다. 가장 싸고 흔한 것이 감자와 양파다. 굳이 감자와 양파를 심어야 하는지 그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이왕이면 텃밭에서 독특한 것들을 키워보고 싶었다. 언제 어디서나 평범함을 거부하는 그의 성격 탓이기도 하였다. 그는 한국의 들깨와 상추는 기본이고 부추부터 취나물과 호박 고추 등 온갖 야채들을 심었다. 그의 텃밭은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는 영국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생계형 텃밭도 아니고 자고 나면 뭔가가 꿈틀거리고 머리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특히 깻잎이 한참일 때는 그 향이 일대를 점령해 버린다. 허브에 관심이 많은 그들이 처음 접하는 허브라서 호기심이 가득하다. 마음대로 따가라고 하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래도 깻잎이 가장 잘 자라는 편이다. 호박은 넝쿨만 무성할 뿐 열매가 열리지 않는다. 설사 열려도 자라지 않는다. 호박잎도 한국의 그 맛이 아니다. 동양과 기후가 다르다고 맛까지 달라진다. 사람 사는 세상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어, 연평도 근처 바다에서 잡은 같은 꽃게인데 중국 어선이 잡으면 중국산이 된다. 국산에 비해 값도 싸고 맛도 덜한 이치와 비슷하다. 연평도 앞바다라는 곳은 같은 공간이다. 중국어선이 잡으면 중국산, 북한 어선이 잡으면 북한산, 한국 어선이 잡으면 한국산이 된다.     


”영국 야산에 지천인 명이 나물을 채취해 장아찌를 담그던 남자”     


그는 텃밭 농사에 대한 집착도 모자라 해마다 봄이 되면 영국의 구릉지 같은 산들을 누빈다. 수선화가 지고 은방울꽃이 한창일 무렵이면 한국에서 귀하다는 명이 나물이 지천이다. 명이 나물을 영국에서는 와일드 갈릭(wild garlic)이라 부른다. 영국 사람들은 거의 먹지 않는다. 가끔 한두 개 뜯어다가 샐러드에 허브로 사용하는 정도다. 공원이나 자연보호구역이 아니면 눈치껏 채취할 수 있다. 채취가 금지된 곳에서 몰래 채취하는 경우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적발되어 벌금을 부과당하기도 한다. National Park 나 Natural Reserve 또는 시유지에서는 채취하면 안 된다.     

“명이 나물은 삼겹살과 생으로 싸 먹어야 제 맛이다. 장아찌는 향이 사라져서 맛이 반감된다 “      


명이 나물은 장아찌보다는 생으로 먹어야 제 맛이다. 특히 삼겹살과의 궁합은 최고다.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한국의 명이 나물이 이파리가 굵고 딱딱 한대 비해 영국의 명이 나물은 길고 연하다. 그의 아내는 주부라서 텃밭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명이 나물에까지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있듯이 명이 나물은 금방 꽃이 피고 억새 진다. 꽃이 지기 시작하면 먹을 수 없다. 너무 딱딱해지기 때문이다. 꽃피기 직전이나 막 꽃이 피어났을 때가 가장 향도 좋고 맛도 있다.      



그는 해마다 봄이 되면 아주 멀리 명이 나물을 채취하러 간다. 고사리는 너무 흔해서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산 전채가 고사리 밭인 곳이 많다. 명이 나물은 보통 커다란 쓰레기 봉지로 2개 정도 뜯으면 12리터짜리 rock n rock 용기로 2개가 나온다. 명이 나물을 다듬고 씻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물기를 뺀 다음 끓인 간장 물을 부어서 장아찌를 만드는 과정 또한 손이 많이 간다. 간장 물에는 식초와 소금과 설탕이 들어간다. 그 비율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1주 간격으로 최소 3번 정도는 간장 물을 끓여 부어주어야 곰팡이가 생기거나 상하지 않는다.       

”영국의 산야에서 명이나물 채취로 끝나지 않고 반려식물로 정원에서 키운다.”     


그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만지면 이유 없이 행복하였다. 그가 영국에서 유일하게 한국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였다. 물론 한국에서 살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다. 그런 그가 런던에서 텃밭을 가꾸고 멀리 시골까지 나가서 명이를 채취하며 살 줄은 몰랐다. 심지어 정원 한쪽에 명이 밭을 만들기도 하였다. 스코틀랜드에서 공수해온 명이 나물을 잔디를 파내고 심은 것이다.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이 명이가 고개를 내민다. 꽃 사과가 한창일 무렵이면 명이도 꽃이 핀다. 하지만 정원의 명이는 관상용이라서 먹을 수가 없다. 정말 먹고 싶으면 이파리 한두 개만 따서 먹는다. 너무 사랑스럽고 아까워서다. 매일 눈으로 조금씩 먹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꽃이 지고 여름이 오면 딱딱해져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데도 아끼고 또 아낀다. 정원 담벼락 아래의 명이들은 반려식물이 되었다.     


“20년 만에 마주한 남도의 봄에는 세월만큼이나 추억도 나이가 들어 있었다. “     


그는 봄이면 고국의 봄을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한국의 시골마을에는 장독대 주변에 난초들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면서 봄이 찾아왔다. 세월이 지나 보니 그 난초가 바로 수선화였다. 신기하게도 영국에서는 천지가 수선화였다. 겨울이 채 가기도 전에 성미 급한 수선화는 머리부터 내밀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그 난초들처럼 말이다. 이번 봄에 드디어 남도의 봄과 상봉할 수 있었다. 20년 만의 만남이었다. 어색함 속에서도 익숙함이 곳곳에서 배어 나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렵게 찾은 남도의 봄은 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과 아이들의 북적거림이 없는 남도의 봄에는 적막이 가득하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추억도 나이가 드나 보다. 어린 시절의 그가 느꼈던 남도의 봄은 영국의 봄의 한가운데서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봄이 아니었다. 왠지 모를 슬픔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 슬픔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 또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2019년 11월 25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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