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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10. 2019

삼촌! 런던 어디가 젤루 안전해?

영국의 오만과 편견 2권 왼손잡이

1인종 전시장과 테러     


영국에 6개월이 아니라 20년을 살아도 영어가 마음처럼 유창하지 않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번 추석 명절 때였다. 사촌 누나의 대학생 딸이 영국으로 6개월간 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하였다. 누나와 매형은 은근히 나에게 압력을 넣고 있었다. 6개월을 알차게 사용해서 영어 구사능력을 좀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영국에 6개월이 아니라 20년을 살아도 영어가 마음처럼 유창하지 않다는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영어실력은 물론 조카가 안전하게 어학연수를 마치고 올 수 있게 수시로 코칭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런던 시내도 아니고 브라이튼 이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생이라면 이젠 독립을 시켜야 한다는 말도 입안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넌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니! 네 친딸 아니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거 아니니? 조카도 자식 아니야?”라는 말이 누나의 입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순간 무섭고 두려웠다. 누나는 아내보다 나이도 많고 기도 더 쌔 보였다. 아내도 무서운데 누나는 대적 불가였다. 어린 시절의 사촌 누나는 온데간데없었다. 순둥이처럼 착한 누나가 어쩌다 억척 아줌마가 되었을까!!      


자식이 귀하다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것저것 챙겨주면 그만큼 자녀의 독립은 늦어진다. 영국에서는 만 18세가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한다. 그 독립에는 주거는 물론이고 경제적인 독립도 포함된다. 대학교가 그동안 살던 동네에 있어도 자녀는 부모로부터 독립한다. 의무 기숙사 생활이 끝나면 자취방을 얻어 스스로 공부하고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공부에 몰입하고 싶다면 학자금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도 대출해 준다. 대신 졸업 후에는 갚아야 할 채무가 늘어난다.      


그의 아이는 만 18세가 되는 내년에 독립하기 위해 벌써부터 독립운동이 한참이다. 애국지사가 따로 없다.


그의 아이도 마찬가지다. 내년에 대학생이 되기를 벌써부터 학수고대하고 있다. 벌써 운전면허도 따서 독립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가 구한말이나 일제 강점기에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독립운동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아이 성격상 절대 밀정이나 변절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 아이들의 꿈은 어서 자라서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그 시점이 바로 대학생이 되는 만 18세이다. 만 18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해주고 대우해준다. 부모의 의무도 거기에서 끝이 난다. 대신 자녀로부터 효도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 효도는 국가가 대신해준다.  

    

자녀의 독립은 부모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책임져야 한다. 부모는 용빼는 기계가 아니다. 부모에게도 인생이 있고 노후가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누나와 매형에게 에둘러서 설명했지만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것도 아들도 아니고 딸인데 지구 반대편에 보내 놓고 어떻게 걱정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국 부모들의 마음이라서 더 이상 반박을 할 수는 없었다. 굳이 영국과 한국의 다른 문화 차이를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시기가 되었는데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한국의 초보 성인들의 아픔이 그려졌을 뿐이다. 그 이유는 개인이 속한 국가의 역할과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한국은 만 18세가 되어도 부모로부터 완전하게 독립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부모의 역할을 국가가 대신해 주어야 하는데 국가는 그럴 준비도 마음도 되어있지 않아 보인다. 결과적으로 자녀는 자녀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힘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 사회가 아프고 힘들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런던에서 안전한 동네를 찾는다는 조카에게 그럭저럭 조언이랍시고 해주었지만 사실 그도 확신이 없어 미안했다. 어느 동네가 안전한지는 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브라이튼에서 어학연수중인 조카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녀의 연수 프로그램은 브라이튼 3개월에 런던 3개월의 패키지 상품 같은 것이었다. 브라이튼 에서의 3개월이 끝나고 런던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런던의 학교는 그리니치 인근에 있는 곳이라고 했다. 전 세계의 표준시가 되는 그리니치 천문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런던 학교로 이사하기 전에 어느 지역이 안전한지 여러 차례 문자가 왔다. 런던 시내에서 안전한 곳을 찾기란 말처럼 쉬워 보이지 않다. 런던 시내에는 온갖 인종이 모여 사는 인간시장 같은 곳이다. 시내로 들어갈수록 위험해진다. 특히 청소년들이 칼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가장 위험하고 무섭다. 물론 엊그제 런던 브리지 나이프 테러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도 심각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고가 터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조카의 학교 주변에서 비교적 안전한 동네를 추천해 주었다. 부자 동네라고 안전한 것도 아니고 가난한 동네라고 반드시 위험한 곳도 아니다. 특정 지역의 안전 여부는 각자의 직간접적인 경험치를 토대로 나이테처럼 축적되기 때문에 개인차가 크다. 가능하면 아파트를 피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런던 시내의 아파트들은 슬럼화 된 지 오래다. 런던 아파트들의 대부분이 런던 시내에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화재로 대 참사가 난 아파트도 런던 시내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최소 60년에서 100년 이상 된 아파트들에는 난민으로 유입된 이주민과 저소득층이 주거한다. 이유는 정부에서 월세를 대납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운셀 플랏이라고 한다. 한국의 임대아파트와 유사하지만 영국의 경우에는 임대료를 전액 지원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와 일제 강점기 애국지사들이 행한 의거의 차이


조카는 그리니치 맞은편의 카나리 와프 인근에 세어할 수 있는 방을 구하였다. 엊그제 런던 브리지 테러 사건이 뉴스 속보를 통해 방송되고 있었다. 테러 장면을 보며 조카 생각이 났다. 런던은 치안이 잘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지 않은 도시다. 그 이유는 파리와 유사하다. 수많은 인종들과 관광객들이 혼재해 있는 곳이다. 그 인종 중에는 무슬림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무슬림이라고 다 테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소행이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는 테러가 아니다. 미국 등 반 이슬람 정서의 제국주의에 대한 응징이고 의거일 뿐이다. 침략자들에 대한 저항이고 항거라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애국지사들이 일본에 대항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애국지사들이 일제에 대항했던 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애국지사들의 표적은 명백한 반면 이들의 표적은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라는  점이다. 어떠한 논리로도 그들의 테러가 정당화될 수 없는 이유다.  

    

몇 년 전 파리의 극장 테러도 마찬가지다. 불특정 다수의 많은 시민들이 죽임을 당하였다. 언제까지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질 않는다. 문제는 그들의 국적이 영국인이고 프랑스인이라는 것이다. 난민으로 받아들여 온갖 혜택을 누리던 사람들의 테러에 영국이나 프랑스 정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난민들에게 우호적일 수 없게 되고 이민자를 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도 이민자이기 때문에 테러가 터질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그의 아이가 평생 살아가야 할 나라이기 때문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목하고 죽고 죽이는 일이 반복된다. 미국과 영국의 명분 없는 이라크 침공과 같은 전쟁의 역사가 반복되는 한 테러는 지속될 것이다. 힘과 경제논리로 얽힌 정치인들의 정치게임으로 인한 온갖 갑질의 대가를 무고한 시민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방인의 눈에 비친 영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조카는 짧은 기간이지만 영국이라는 나라를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답답하고 앞 뒤 꽉 막힌 나라라고 화가 나있던 그녀가 이제는 한국으로 돌아올 시간이 다가온다. 6개월이나 1년 정도 지내다 보면 런던에 살고 싶다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여학생들이 그렇다.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체류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하는 것도 주로 여학생들이다.      


반면 남학생들에게는 그리 인기가 없다. 이유는 한국처럼 늦은 시간까지 먹고 마시는 문화가 없어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 재미없는 나라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는 일은 어쩌면 비극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학생들이 느끼는 영국은 제법 매력적인 나라이다. 특히 디자인이나 아트 쪽에 관심이 있는 여학생들에게는 천국이 따로 없다. 조만간 조카가 귀국하면 맥주 한잔 하면서 런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6개월간의 영국 체험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또 하나의 이방인의 눈에 비친 영국은 과연 어떤 나라일까!    




영국의 오만과 편견 2 왼손잡이 (2019년 12월 2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강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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