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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07. 2019

노동당의 무슬림 이민자가 런던시장이라니!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10. 이방인들의 도시와 나라


런던과 파리는 이방인의 도시였다.

   

런던에는 온갖 인종들이 모여 사는 도시다. 거기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까지 뒤섞여 인종 박람회를 연상시킬 정도다. 단 한 사람도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심지어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도 뭐가 달라도 달랐다. 한국에서 단일민족, 한민족 그리고 백의민족이라는 단어에 익숙하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영국은 백인들의 나라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20년 전의 서울 거리에서 외국인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이태원이나 용산에 가야 그래도 조금 보였을 정도였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서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같이 살고 있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다문화가족“이었다.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도 홍역이 뒤따르는 것이 문화의 접합이다. 한 사람의 개인 자체가 하나의 문화다. 그 개인들이 모여서 가정과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형성한다. 아파트는 먼저 건설해서 완공해야 주민들이 입주한다. 하지만 국가가 먼저 건설되고 국민들이 살기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는 90년 대 초에 이미 문화의 접합과 충격을 경험하였다. 그가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고 유럽에서 배낭여행을 하며 떠 돈 이유도 사람들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단일민족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그는 우물 밖 세상이 궁금하였던 것이다. 그가 접한 영국과 유럽은 온통 인종의 전시장이었다. 특히 런던과 파리는 누가 주인이고 누가 이방인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런던 시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백인보다 유색 인종이 더 많아 보였다.      



"In Labour our mission is to improve the lives of people. We only do that by winning elections. We only do that by speaking to people who have not voted Labour" by Sadiq Aman Khan


2016년 5월 5일에 치러진 런던 시장 선거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였다. 런던 남부의 Tooting이라는 지역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의 아버지를 둔 40대 중반의 젊은 사디크가 런던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철저한 흑수저이자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실제로 무슬림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난한 동네에서 나고 자랐다. 노동당에 입당한 그는 노동당 내에서는 보수적 성향이 강한 사회민주주의자였다. 그래서 당수로 선출된 제레미 코벤과의 사이도 좋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트럼프와의 날 선 공방은 말할 것도 없다. 유연한 정치를 표방하는 칸과 오직 미국의 표심만을 생각하는 트럼프와는 정치적 앙숙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선배 이민자인 트럼프가 후배 이민자인 칸을 이민자 출신이라고 조롱하면서 사이는 더욱 벌어졌다.

위의 연설문이 보여주듯이 사디크 칸은 상당히 유연한 정치인이었다. 노동당에 투표하지 않은 시민들조차 포용하겠다는 유연함이 결과적으로 대 이변을 연출하였다. 물론 보수당 후보의 무차별적 자폭성 발언들도 그의 당선에 일조하였다. 하지만 그가 런던 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런던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었다. 무슬림이라면 학을 때는 런던 시민들이 실제로 무슬림인 그에게 투표한 것은 그의 정치성향과 유연성을 간파한 시민의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무슬림이라도 런던의 발전을 위한다면 기꺼이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줄 수 있는 런더너들이 없었더라면 무슬림 런던 시장의 탄생도 없었을 것이다.


런던 시내의 길거리를 다녀도 영어보다 외국어들이 더 많이 들린다. 파리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접하고 있는 다문화 정도가 아니라 이방인들의 나라처럼 보였다. 3년 전 영국에서는 귀를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에서 오바마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 못지않은 충격이었다. 그 주인공이 바로 런던 시장이었다. 영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럽 전체가 이민자와 난민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파키스탄 이민자 출신의 사디크 칸이 런던 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그의 가슴에 장미꽃이 달리던 3년 전 5월 5일 밤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일부 극단주의 무슬림들의 테러에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슬림 시장이라니! 모두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유럽의 난민 문제는 심각하다. 런던이나 파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독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인종들이 뒤섞여 살고 있다. 그나마 독일은  난민 문제에 적극적이다. 독일의 저력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독일이 난민 유화정책을 펼지는 의문이다.     


이민자 출신의 정치인들이 또 다른 이민자들을 박해하는 악순환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기득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런던이나 파리가 인종의 잡탕밥이나 짬뽕 정도라면 미국은 비빔밥이다. 어차피 이민으로 세워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조금 먼저 와서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들과 이제 들어가서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이제는 이방인들을 그만 들어오게 하겠다며 멕시코와의 국경에 만리장성 못지않은 거대한 철제 벽을 쌓고 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다운 발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또한 이민자의 후손이다. 독일에서 포도농장을 하던 트럼프의 할아버지는 1885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의 성은 드룸프(Drumpf)였지만 비즈니스 과정에서 큰 손 유대인을 잡기 위해 성까지 트럼프로 바꾼 것이다. 그런 이민자의 후손이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고 더 이상 이방인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딸 이름도 ”이방카“로 지었는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선견지명까지 있었다.   

  

영국인들과 유럽인들의 관계는 사촌이고 팔촌 격이다.


그의 영국 친구들도 앵글로 섹슨족(Anglo-Saxon)의 후예들이다. 앵글로 섹슨족 자체는 독일 게르만 민족의 일부였다. 그 민족들이 영국으로 이주해오면서 영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물론 그 전에도 토착 세력들이 살고 있었지만 현재 영국인들의 대부분은 앵글로 섹슨족의 후예들이다. 할아버지대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유럽의 많은 나라와 섞여 있다. 유전공학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근친교배보다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유럽인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랑을 하였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이동이 자유로웠다는 이야기다. 한반도처럼 고립이 아닌 대륙의 혜택이었다.      


실제로 그의 아이 친구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몇 개 국어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프랑스인 아빠는 영국인인데 친할머니는 독일이고 외할머니는 스페인의 경우도 있었다. 이 아이들이 영어와 불어는 모국어가 되는 것은 당연하였다. 거기에 독일어와 스페인어도 어렵지 않게 배운다. 언어를 많이 하고 잘한다고 칭찬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래도 그 녀석들을 대할 때마다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국민성이라는 일반화의 오류와 국격이라는 비틀거리는 환상


흔히들 ”국민성“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나라 사람들은 어떠하다는 식의 일반화의 오류다. 그것도 모자라 사람의 인격도 챙기지 못하면서 국가에 격이 있다고 떠들어 대기도 하였다. ”국격”이라는 단어다. 나라의 품격이라는 의미가 바로 국격이다. 국민들은 점점 먹고살기도 힘들고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에 떨고 있는데 나라의 품격을 논하고 있었다. 만일 인도에서 그랬다면 지나가던 소들이 웃을 일이다.      


국민성은 지극히 추상적인 것이다. 하나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그 인구수만큼이나 다양하고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한마디로 정의해 버리는 일만큼 위험한 일도 없다. 특히 부정의 의미로 사용될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인의 냄비근성이라는 말이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쉽게 달궈졌다가 쉽게 식는다는 비하의 표현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게 생각한다. 한국인은 냄비가 아니고 뚝배기라는 것이다. 성격이야 급하지만 근성만큼은 남다르다는 것이다. 성격 급하기로 따지면 이태리 사람들이 서운하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그가 경험한 이태리 사람들은 급한 것도 모자라 다혈질이었다. 문제는 전 국민이 다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 뿐이다. 그는 여행과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태리를 많이 들락거렸다. 그가 실제로 만난 이태리 사람들은 느려 터지고 순둥이처럼 눈도 제대로 못 맞추는 사람들도 많았다.      


“프랑스인은 게으르고 자유분방하지만 독일인은 검소하고 부지런하다.” 이 말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막상 그들과 섞여 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너무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국민성을 쉽게 단정하는 일은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개인의 특성을 단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 개인도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성형이나 라이프 스타일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성격은 태생적으로 변하기 어렵지만 성향은 하루아침에 돌변하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로 돌아선 사람들이 독립운동을 하던 지식인들이었다는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은 이유다.


그 모범적인 사례들을 우리 역사에서도 수도 없이 찾을 수 있다. 일제 강점기만 하더라도 개인의 성향이 하루아침에도 돌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수많은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는 물론이고 당시 지식인들의 많은 수가 친일로 돌아섰다. 친일이라기보다는 일본인도 힘든 행동까지도 밥 먹듯이 하지 않았던가! 당시야 일제 강점기라는 특수성이 있었다고 이해할 수 도 있다. 더 큰 문제는 현 시국이다. 지금은 엄연한 민주국가이고 주권국가인데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미국의 편에 서려는 세력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든지 우리 민족을 다시 겁박하고 점령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맹수는 항상 송곳니를 보여주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만 사용하는 것이 맹수의 송곳니다.믿기지 않는다면 사랑스럽고 귀여운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입을 벌려 보아라! 송곳니가 얼마나 날카롭게 생겼는지!



영국의 오만과 편견 1권 이방인 (2019년 11월 25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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