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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18. 2019

세상에 고급(진) 영어는 없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2권 왼손잡이

5. 영어를 배우면 안 되는 이유!     


아빠의 영어가 이상해! 여왕도 사용하지 않는 그 영어 어디서 배웠어?


내일 런던에서 아들이 온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며칠 지내다가 가겠다고 한다. 이제 곧 둥지를 떠날 아이를 아이로 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와는 모든 소통을 영어로 한다. 어려서는 아빠 영어는 신통방통하다며 놀려대던 녀석이다. 아빠는 여왕님도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어떻게 알고 사용하는지 이해 불가란다.   

   

영국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한국의 학창 시절에 달달 외웠던 문장들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올 때가 있다. 문자께나 써보거나 유식해 보이려고 할 때마다 아이는 지적 질을 했다. 그의 학창 시절에 수학에 ”정석“ 이 있었다면 영어에는 ”성문 종합 영어“가 있었다. 그 두꺼운 영어책에서는 필수로 외워야 하는 문장들이 있었다. 그렇게 외워두면 평생 써먹을 줄 알았다. 고급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영국에서 태어난 아들이 처음 들어본 영어라며 그런 표현을 어디에서 배웠냐고 묻는다. 차마 고등학교 때 성문 종합 영어라고 답은 못하였다.


영어에 투자했던 수만 시간은 허비였고 낭비였다!


그냥 아빠가 한국에서 워낙 영어공부를 많이 하고 살아서 모르는 단어가 거의 없다고 얼버무렸다. 아이는 눈이 동그래진다. 아니 그렇게 많은 단어를 아는데 왜 영어가 그 모양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사실 그 당시에는 영어사전을 한 장씩 찢어가며 통째로 외우기도 하였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정철”과 “민병철“ 영어회화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들었다. 당시에 ”마이마이“ 나 ”워크맨“이라는 소형 카세트 레코더가 필수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런던으로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 한마디로 어리석었다.      


낯선 언어를 도서관에서 외워서 배울 생각을 한 자체가 용감하기는 하였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아니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하지만 지난주에 읽은 책 내용도 생각이 나지 않는데 그렇게 외운 단어나 문장들이 과연 두뇌라는 창고에 고이 보관될 수 있을까? 답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런던에 20년을 살면서도 영어 때문에 아들에게 구박을 당한다. 그의 가게 손님의 99%가 현지 영국인이다. 매일 그 많은 손님과 소통을 해야 한다. 그는 나름 자신의 영어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세미나나 토론회에도 참석한다. 근데, 왜 유독 아들 녀석만 ”아빠 영어=많이 콩글리시“라는 등식을 만들어 무안을 주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영어는 필요할 때 배워라! 다람쥐도 아니고 도토리처럼 어딘가에 숨겨두어 봐야 찾지 못할 확률이 아주 높다.


아들은 한국의 국제학교에서 중학교 과정 유학을 마치고 지난해 영국으로 돌아왔다. 3년간의 한국 생활을 통해서 아빠가 겪었을 고충을 이해하였다고 한다. 한국에 살면서 영어를 구사할 일이 거의 없는데 한국 사람들이 왜 영어에 그 많은 시간을 받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영국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에 올 일도 없는데 도서관에서 한국말을 독학으로 배우는 것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의 친구들의 절반 이상이 한국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국제학교야 영어로 수업을 하고 소통 또한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들은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써먹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빠가 학생 시절이었을 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교육 제도는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하였다. 그의 말에 의하면 차라리 아빠가 영어를 전혀 모른 상태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왔더라면 제대로 된 영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순간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아이의 말에 다 수긍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영어는 삶의 과정에서 메인이 아닌 덤이어야 한다.


그는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런던에 온 어학 연수생들에게 체러티 숍에서 자원봉사를 해보라고 권한다. 자원봉사여서 시급을 받을 수는 없지만 실전 영어를 배우기에는 어학원보다 몇 배는 좋은 장소다. 왜냐하면 체러티 숍에서는 영어도 영어의 문법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의 소비성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이해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운이 좋으면 할머니나 할아버지 친구도 여러 명 사귈 수 있다. 더욱더 운이 좋으면 멋진 또래의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영어는 덤이다. 영어가 주가 되면 이 또한 재미없어진다.  친구든 영어든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체험 삶의 현장이지만 흉내만 내어서는 곤란하다. 그들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신통방통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외국어와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해당 언어를 습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설사 정복해도 요요현상이 찾아온다.


그의 경험상 언어는 이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언어학의 대가인 노엄  촘스키 선생도 가르쳐주지 않는 무엇이 있다. 외국에 20년 정도 살다 보면 저절로 터득하는 일이기도 하다. 언어, 특히 영어는 배우려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 어떡하면 영어와 친해질까를 고민해야 한다. 뭐가 아쉬워서 자꾸 영어를 배우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영어가 좋아야 한다. 영어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미 영어는 정복되기 시작한다. 영어와 죽어도 사랑에 빠지기 어려운 경우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영어에 대한 수많은 학습법과 학원 그리고 온라인 강의 들이 넘쳐난다. 자기들이 하는 대로 일정기간 따라만 해도 원어민처럼 듣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빠지지 않는 멘트가 있다. 자기들만 가지고 있는 기적의 학습법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99%는 사기라고 보면 된다. 몇 마디 따라 하고 들린다고 영어가 되지 않는다. 하루 30분씩 혼자서 몇 년 꾸준히 해도 마찬가지다. 괜한 돈과 시간 들여 골병들 필요 없다. 어차피 시간과 돈 낭비다. 세상에 기적의 언어 학습법은 존재할 수 없다. 사장님 나빠요! 사장님 때리지 마세요! 사장님 월급 좀 주세요! 와 같은 산업 현장에서 몸으로 부디 치는 것이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팝송이나 자막 없이 영화를 평생 듣고 보아도 영어가 안 되는 이유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요즘 한국어를 제법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었다. 그 이유는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입장과 관점에서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전에는 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없었을까? 한국말이 그렇게 어려운 언어일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외국인들이 나와서 한국어로 토론하는 방송 프로도 있었다. 어떤 채널이나 외국인이 등장한다. 그들의 한국어는 수준급이다.      

고급(진) 영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밝히기 전에 여기에서 우리가 흔히 저지르고 현혹되는 문제점 하나가 있다. 바로 ”고급 영어“라는 단어다. 이 단어의 의미가 ”유창한 “이라는 형용사나 초급, 중급, 고급의 의미로 쓰였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고급진“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고급(진) 영어를 구사하려면 자기들 학습방법이 최고라는 홍보문구를 너무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고급(진) 영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도 그런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니 사용할 수가 없다. 어떻게 존재하지 않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급(진) 한국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한국말이 고급(진) 지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밥 처먹어”와 “진지 드세요”를 비교해 보자 이 두 언어의 차는 비속어와 존칭이라는 점 외에는 없다. “진지 드세요 “를 고급(진) 한국어라고 말하는 한국인은 없다.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갑자기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갑자기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한국 문화의 성장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외국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바로 한류 열풍이다. 거기에 BTS 같은 믿기지 않는 아이돌 월드스타의 출현이 결정타였다. 한국이 좋아진 것이다. 한국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상에서 매일 한국 드라마나 노래에 빠져 산다. 그것도 모자라 현장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각 대학에서 부설로 운영하는 한국어학당에 처박혀 있었더라면 10년이 지나도 유창한 한국어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자마자 여러 현장에서 직접 부디 치기 때문에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배워지는 것이다.   
    

언어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면 한계에 곧바로 직면한다. 캠브리지 대학의 장하성 교수도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학문이 아니라 언어라고 하였다. 특히 영어의 벽을 실감한다고 하였다. 단순히 유창한 말이 문제가 아니다. 영어로 에세이를 쓰고 논문을 써야 하는 행위는 유창한 기나 말하기와는 다른 일이다. 현지의 문화를 피부로 접촉하지 않고서는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언어는 배우겠다고 결기를 내세우는 그 순간부터 어려워진다. 입과 귀만 긴장하는 것이 아니다. 문법을 연산해내야 하는 뇌부터 긴장해서 표정은 물론이고 승모 근이나 대퇴근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어학원을 10년을 다녀도 영어가 유창해지지 않는 이유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수영 연습을 10년 동안 물속이 아닌 지상에서 하는 것을 유추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영국이나 미국의 대입시험에는 제2외국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데 반해, 한국의 수능에 영어가 왜 버젓이 자리하고 있을까?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 보험이나 연금의 개념으로 영어 공부한다면 말리고 싶다. 놀기 뭐해서라면 차라리 독서를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영어로 밥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면 목숨 걸고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글을 읽거나 쓰기 바란다. 아울러 수능시험에서 왜 영어가 당연하게 주요 과목으로 들어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이해 가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사례하겠다. 수능 영어는 미국인이나 영국인도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어 만점자는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수능 만점자가 15명이나 되는 거만 봐도 영어 만점자가 얼마나 될지 추축 하기란 어렵지 않다. 수능에서 영어 만점을 받은 학생들의 영어 구사능력은 과연 얼마나 될까? 원어민도 풀지 못하는 영어 문제를 다 풀어낸 영어 만점자들은 놀라운 일이다. 이처럼 대단한 학생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궁금하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2 왼손잡이 (2019년 12월 2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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