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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19. 2019

당황한 BBC "제발 기부금 좀 그만 보내세요"

영국의 오만과 편견 2권 왼손잡이

6. 제발 기부 좀 그만 해주세요!    

 

기부금이 너무 많이 모금되어 당황한 BBC의 안내 방송!


영국인들의 삶이라고 한국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비슷하다. 영국에도 범죄가 넘쳐나고 교도소 또한 포화 상태다. 병원은 말할 것도 없다. 미세먼지와 투기만 아니면 오히려 한국이 더 살기 좋은 나라다. 한강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해가 번쩍 뜨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아름다운 사계절이 있고 맛있는 음식들이 넘쳐난다. 산해진미의 나라 중국도 부럽지 않다. 치킨집만 해도 전 세계의 맥도널드 매장을 능가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매일 비가 오고 우울한 런던의 하늘 아래 사는 사람들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영국 사람들은 활기차고 긍정적이다. 특히 사회 활동이나 사회 참여에 유별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실제로 여러 형태로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한다. 남의 일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지 않는다. 몇 년 전 중미 카리브 연안의 아이티에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였다.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 피해자를 돕는 Donation 방송이 BBC에서 있었다. 며칠 일정으로 방송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하루 만에 모금액이 초과 달성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황한 방송국에서는 목표치의 모금이 끝났다고 더 이상 돈을 보내지 말라는 자막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아이티 지진뿐만 아니라 제3세계의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에 영국인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적극 대처한다. 놀라운 시민의식이다. 이러한 시민의식은 영국인들의 조금은 과해 보이는 자존감에서 나온다.


게으르지만 근면하고 도덕성까지 갖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

그들의 자존감은 왜 그렇게 쓸데없이 높은지 모르겠다. 기부 문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런던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이상한 가계들이 눈에 띈다. 그 비싼 요지에 허름한 중고 옷들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파는 가계들 때문이다. 몫 좋은 하이 스트리트에는 어김없이 체러티 숍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 논리로만 따지자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다. 이들 중고 가계들은 시민들이 사용하던 중고 제품들을 자발적으로 기부받아서 운영된다. 제법 쓸 만한 물건들도 많다. 옷과 신발을 비롯하여 책과 그릇들이 판매된다. 직원들도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이다.      


영국 사람들은 부지런하지는 않지만 검소한 편이다. 거기에 도덕성까지 갖춘 사람들이 많다. 이를 몸으로 느껴보려면 영국의 일요일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영국의 일요일에는 동네마다 다양한 벼룩시장이 열린다. 규모도  파는 중고물품도 제각각이다. 열리는 장소도 동네 중심의 학교부터 외곽의 공원까지 다양하다. 동네마다 매주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는 그만큼 검소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쓰레기를 줄이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벼룩시장의 매력은 바로 재활용이다.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지중지하던 자신의 물건들을 버리기는 아깝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부(Donation) 하거나 직접 벼룩시장에 판매를 하는 것이다. 팔려고 내놓은 물건들이 안 팔려도 나쁘지 않다. 벼룩시장에는 볼거리도 살 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팔러 갔다가 더 많이 사 오는 예상치 못한  불상사(?)도 경험한다.      

 

무서운 나라는 독일이었다. 독일은 90년대 초반 이미 비닐 대신 종이 쇼핑백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영국인들은 잘 버리지 않는다. 그만큼 검소한 사람들이 많다. 검소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자면 독일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검소함의 대명사는 바로 독일인이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수입차는 단연 독일산들이 많다. 독일인들은 국산이라고 무조건 독일차를 사주지 않는다. 가격과 효율성을 따져 한국 차나 일본차 또는 프랑스 차를 사는 사람들도 많다. 남들에게 독일 차 탄다고 자랑거리가 되지 않는 것도 물론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한국산 차 탄다고 자랑하지 않는 이치다. 그가 군 전역 후 90년대 초반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독일의 무서움을 발견하였다. 당시 슈퍼가 리들 인지 알디 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 당시에도 독일의 슈퍼들은 비닐이 아닌 종이봉지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이나 한국은 아직도 슈퍼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에서는 비닐봉지를 돈을 받고 팔기 시작했다. 한국은 아예 비닐봉지를 제공하지 않거나 쓰레기 봉지를 돈을 주고 사야 한다.      


맨손으로 칼을 든 테러범에 맞서는 시민정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영국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의협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며칠 전 런던 브리지 테러 사건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양손에 칼을 든 테러범을 막대기나 소화기 심지어 맨손으로 제압하는 장면은 충격이었다. 지나가던 차를 세우고 무서운 현장에 들어가 같이 제압하는 관광가이드 청년의 인터뷰는 놀라웠다. 당신이라도 그 상황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였을 거라는 것이다. 순간 그는 가슴이 찔렸다. 그는 그 순간에 과연 현장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목숨을 걸 수 있었을까! 유사한 현상이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생한다. 몇 년 전에 중국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나가던 행인들은 아무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무차별적으로 폭행을 당하던 여성은 지나던 사람들의 외면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억한다.      


영국 노인들의 투철한 신고정신 때문에 반려견 산책을 시키지 않고는 두 다리 뻗고 잠을 자긴 어렵다.


영국 사람들은 신고 정신도 투철하다. 북한의 5호 담당제처럼 이웃에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감시를 하고 곧바로 신고한다. 심지어 이웃집에서 반려 견을 며칠 식이나 산책을 시키지 않아도 신고한다. 특히 노인층의 신고 비율이 높다. 심한 부부싸움이나 아동학대 정황이 조금이라도 포착되어도 신고한다. 영국의 주거 문화 형태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은 아파트가 아니라 단독주택 형태가 일반적이다. 앞에는 작은 적원이 있고 뒤에는 큰 정원이 있는 2층짜리 벽돌집이다. 굴뚝이 있는 집은 보통 2차 대전 이전에 지어진 집이고 굴뚝이 없는 집은 2차 대전 이후에 지어진 집이다.        


모든 것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후손들의 것이다. 우리는 잠시 그들의 것을 빌려 쓰다 갈 뿐이다.


영국의 주택 건설은 길과 공원을 먼저 만들고 길 양쪽으로 집을 짓는다. 집 한 채가 아닌 골목 하나가 하나의 유닛이 된다. 그래서 골목의 집은 형태가 같다. 심지어 창틀 스타일까지 같다. 반면 다른 골목으로 가면 집의 형태는 약간씩 달라진다. 모든 건축과 건설은 현재가 아닌 머나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다. 나무를 심듯이 말이다. 지금을 사는 세대가 아닌 미래의 세대들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경제논리나 효율성보다 앞서는 것이 항상 미래의 후손들이다. 비행기를 타면 런던 히스로 공항에 착륙 직전이나 직후에 런던을 내려다보라! 건물보다는 나무가 더 많이 보인다. 거대한 숲이 펼쳐져 있고 사이사이에 집과 건물 둘이 보이는 형태다.      


영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철저하게 정치에 관여한다는 점이다. 정치를 외면하는 순간 기득권 세력에게 다시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복지 혜택을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우려가 바로 브렉시트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브렉시트는 우연이 아니라 어쩌면 한 번은 앓아야 할 홍역이었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오만과 편견 2 왼손잡이 (2019년 12월 2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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