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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Dec 26. 2019

영국에도 검찰청이 있었어?

영국의 오만과 편견 3권 유토피아

2. 영국과 한국의 검찰     


런던 소재 영국 경찰청 이름


영국에도 검찰청이 있었어?


돌이켜 보니 영국에서 20년의 이민 생활을 하면서 검찰 관련 뉴스를 들어본 적이 없다. 모든 사건 사고처리는 경찰청(Scotland Yard) 산하의 경찰(Police)들이 전담한다. 영국은 거대한 경찰국가이다. 조지 오웰이 일찍이 ”1984년“이나 ”동물농장“에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될 정도로 경찰의 힘은 막강하다.   
   

영국의 BBC나 ITV 또는 Channel 4 뉴스에서 검사(Crown Prosecutor), 검찰(The Prosecutor)이라는 단어를 거의 들어본 일이 일이 없다. 검찰총장 (The Attorney General), ( The Director of the Public Prosecutions)이라는 단어는 더욱 그렇다. 경찰이 기소한다는 뜻의 단어인 Prosecute는 자주 듣는다. 그런데 그 기소의 주체는 검사가 아니라 경찰이다. 검찰이라는 조직은 재판할 때나 필요한 조직이다. 검사와 판사가 있어야만 법원 또는 재판정(Crown Court)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검사는 있어야 재판이라는 구색이 갖추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영국에서 검사나 검찰은 그림자이다. 필요는 하지만 권력이 거의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면에 나설 수 없다. 그림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영국 검찰의 현주소다.     



영국 검찰청은 경찰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국은 1896년에 검찰청을 만들었다. 한국과는 반대로 수사권과 기소 권을 모두 가진 경찰의 독주를 막기 위한 견제기구로 탄생한 것이 검찰이다. 현재도 수사의 주체는 경찰이고 기소권도 경찰에 있다. 기소 권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영국에서 기소 업무는 전통적으로 경찰의 독점적 권한이었다.      


1985년도에 범죄 소추 법(Prosecution of Offences Act)이 제정된다. 그 법을 기반으로 국립 검찰청(CPS)이 창설된다. 이후 기소권은 검찰이 전담하게 된다. 경찰은 기소 여부에 관한 1차적 판단권을 가지며, 검찰은 경찰이 기소 결정을 한 사건에 대한 2차적 판단권 및 공소유지권을 가진다. 검찰은 경찰의 기소 결정에 구속되지 않는다. 경찰 조직에 상응하는 행정구역마다 개별적인 검찰 조직이 있으며 검찰총장은 수상이 아닌 법무장관이 임명한다. 한국에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것과는 비중에서 차이가 크다. 영국 검찰은 명백한 법무부 소속이다. 영국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과 동등하지 않다. 법무장관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야 한다. 한국의 경찰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시와 통제에 따르듯이 말이다. 한국에서는 심지어 법무부에도 검찰청에서 파견된 검사들이 근무한다. 한국 검찰은 할 일이 많지 않거나 아니면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다.  
   

너무나도 막강한 영국의 경찰 권한!


영국은 기소독점, 수사권, 수사 종결권, 긴급체포 사후 승인, 체포 구속 피의자 석방 지휘권이 경찰에 있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권한은 기소권과 공소 취소권뿐이다. 반면 한국의 검찰은 영국의 경찰이 가진 대부분의 권한과 검찰이 가진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인력으로 그 많은 일을 하려는 저의가 의심된다. 경찰의 쪽수에 비하면 검찰은 안타까울 정도로 인원이 적다. 그런데도 경찰의 업무까지 다 해준다. 그렇다고 검찰의 연봉이 몇 억이나 몇 십억도 아닌데 말이다. 한국 검찰은 왜 이렇게 과로를 자처하고 나설까? 한국인들이 아무리 일에 파묻혀 산다고 하지만 그것도 오래전 이야기다. 주 48시간이냐 52시간이냐를 놓고 노측과 사측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보아도 말이 되지 않는다. 검찰 조직이나 인력으로 그 많은 일을 하려면 주 100시간 이상 일해도 어렵다. 누가 검찰에게 과도할 정도로 무거운 짐을 지워주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고시라는 시험제도를 통과해서 선발된 공무원일 뿐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그들에게 경찰일 들까지 밀어주었을까?      

너무나도 막강한 한국의 검찰 권한!


그럼 한국 검찰이 가진 권한들을 나열해 보겠다. 수사 종결권, 기소독점주의, 기소편의주의, 공소 취소권, 수사권, 수사지휘권, 자체 수사력, 검경 조서 능력 차이, 검찰 영장 청구권 헌법 규정, 체포 구속장소 감찰권, 사법경찰 징계 요구권, 변사체 검시권, 긴급체포 사후 승인제도, 체포 구속 피의자 석방 지휘권, 압수물 처분 시 지휘, 관할 외 수사권 보고, 고소고발사건 송치 및 지휘, 고소 고발사건 송치 전 지휘, 고소 고발사건 수사기간 연장 지휘 및 수사 개시 보고다. 검찰 권한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하다는 일본도 한국 검찰의 절반 정도의 권한만 가지고 있다.      



그 많은 한국 경찰은 무슨 일들을 하고 계실까?

한국의 경찰은 데모라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범이나 돌고 술꾼들 싸움 또는 부부싸움이나 말리러 다녀야 한다. 동백꽃 필 무렵의 웅산 순경인 용식이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것은 어쩌면 현실의 적나라한 반영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은 한국 경찰들은 긴장감도 없고 의욕도 없어 보였다. 아무리 드라마라고는 하지만 경찰을 너무 사실대로 표현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해병대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서 지역별로 운영하는 방범활동만도 못해 보였다. 체포할 수 있는 권한과 간단한 사고 조서를 쓰는 권한마저 없었더라면 차라리 방범대원이나 경비원들과도 차이가 없을 뻔하였다. 명색이 민중이 지팡이인데 일감이 없어서 자신들 앞가림도 못하는 신세가 한국 경찰의 현주소다. 영국 경찰의 막강한 권한과 권력을 경험하면서 한국 경찰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경찰은 잡무 처리나 하고 온갖 허드렛일이나 하라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 나라는 군사력이 아닌 경찰력으로 운영되고 지탱이 되어야 조용하다. 그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기구 하나 정도가 바로 검찰이다. 검찰이 휴대폰 압수해서 포렌식이나 하고 있다. 그 많은 서류 업무들은 어쩌란 말인지 궁금하다. 포렌식 기술이나 제대로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영국의 막강한 경찰권은 지역 주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역치안위원회"가 감시하고 견제한다.


다시 경찰의 나라 영국으로 돌아가 보자. 영국 경찰은 실질적인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다. 영국 경찰의 삼각 관리 체제를 보면 경찰을 관리하고 경찰청장을 임명하는 내무장관(Home Secretary), 경찰을 관리 감독하는 지방경찰위원회(Local Police Authority) 및 누구의 관여도 받지 않고 독자적 지휘권을 가진 지방경찰청장(Chief Constable)의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3원 체재는 2012년 말부터 4원 체재로 개편되었다. 지역주민의 선거에 의해 지역치안 위원장 제도가 추가된 것이다. 경찰의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개선책이다. 놀랍게도 지방경찰청장이 지역치안위원회의 하위 기구가 되는 시스템이다. 여러 가지 비판도 있었지만 경찰권을 분산시키는데 민주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경찰의 일부 권한이 검찰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다. 검찰은 형식적인 기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바쁜 경찰의 일을 돕고 재판을 대신해 주는 정도다. 영국 국민들의 상당수는 영국에 검찰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한국 검찰의 박봉과 과도한 근로시간이라는 푸대접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반면 한국의 검찰 아저씨들은 어떠할까! 일 욕심이 많아도 너무 많다. 업무 강도로 볼 때 지금 받는 월급의 5배는 올려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2019년 현재 검사의 평균 연봉은 7,000만 원이다. 2020년 1월 1일부터 일반 검사의 초봉은 2% 오른 311만 원이라고 한다. 참고로 판사는 평균 연봉이 9,500만 원이고 변호사는 8,850만 원이라고 한다.     


한국은 검찰 푸대접이 극에 달한 나라다. 1인당 3만 불을 넘긴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검사 초봉이 311만 원이란 말인가! 그러니 검사 아저씨들이 악이 바쳐서 청와대에 맞짱 뜨려 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고용노동부 그리고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행정안전부와 잘 협의해서 검찰의 무거운 어깨의 짐들을 덜어주어야 한다. 2016년에는 실제로 평검사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며 상관으로부터 학대 수준의 질책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2016년 서울 남부지검의 고 김홍영 검사 이야기다. TV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밀착 취재했던 사건이다. 고 김홍영 검사의 고향은 부산이다. 부산의 부모님들은 지금도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평검사인 김 검사가 해야 할 일들의 대부분은 경찰들이 해야 할 업무들이었다. 그것도 경찰의 한 부서나 팀이 전담해서 처리해도 쉽지 않은 과중한 업무들이었다. TV 화면에 비친 책상과 박스에 쌓인 서류더미들을 보면 그걸 처리는 고사하고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 단순 업무들은 수습이나 인턴을 시키면 된다. 물론 사안들의 비중으로 따지면 모두가 엄중할 것이다. 그 엄중한 사건들을 한 평검사에게 다 떠넘기고 빨리 보고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상관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그 상관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 징계를 받아도 고향에 내려가 변호사 사무소를 차리면 되기 때문이다.      


친절하고 일밖에 모르는 검사 나리들! 바쁘지도 않은 경찰들의 잡무까지 검사 나리들이 처리해 주는 유일한 나라 한국! 나리가 아니라 마당쇠나 머슴이 따로 없다.


무슨 경찰의 똘마니도 아닐 텐데 검사 아저씨 푸대접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한국의 노동청은 당장 검찰청에 나가 실태 조사하기 바란다. 주 48시간 근무제 위반도 검토해야 한다.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일 때 지켜야 하는 조항이다. 어떻게 경찰에게 주어야 할 그 많은 권력을 검찰 혼자 독식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니 체해서 이리저리 터지고 깨지고 부실과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이승만 정권과 군부독재정권을 거치면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한국의 검사들을 과중한 업무에서 보호해야 한다. 제2, 제3의 김홍영 검사가 나오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들도 가정이 있고 가족이 있다. 그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자유와 권리가 있다. 주말과 휴일에는 쉬면서 취미활동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하는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의 권리를 누가 그리고 왜 검사들로부터 착취해 갔는지 궁금하다.      

안기부도 하나회도 사라졌는데 검찰 조직만 끝까지 버티는 이유!


참여 정부 시절 대통령과 평검사의 대화가 TV로 생중계되었던 적이 있었다. 평검사가 대통령하고 맞짱 뜨는 장면은 군부독재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유일하게 군부정권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있음을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지검장이나 검사장급이라면 또 이해가 간다. 일개 공무원이 국민이 뽑은 대표를 가지고 놀려고 한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는 것을 고시원에 처박혀 있다가 갓 공무원이 된 새내기 검사들도 잘 알고 있었다. 오직 한국에서만 있는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구조의 권력기관이다. 심지어 정권의 마음에 거슬리는 검사들도 쥐 죽은 듯이 사라지게 하는 안기부도 변하였다. 국정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나는 세도 떨어트리던 힘이 빠졌다.     
 

이젠 불쌍한 검찰에게 일 좀 그만 시키자! 장담컨대 그러다 다들 과로사한다!


이제라도 전 국민이 나서서 검찰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줄 때이다. 검찰에게는 영국처럼 기소권 하나면 충분하다. 초봉 311만 원밖에 주지 않으면서 그 많은 업무를 준다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들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조그마한 중소기업에도 부서마다 업무분장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부서나 개인에게 업무가 몰리면 기업 전체가 흔들리거나 좌초할 수 있다. 기업이나 기관이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유기체는 유기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효율을 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유기체 전체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인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피가 어딘가에서 막히면 터지기 마련이다.   






영국의 오만권 편견 3권 유토피아 (2019년 12월 9일 / 하루 만에 책 쓰기로 제작된 책의 일부임)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강의 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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