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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Jan 16. 2020

영국 사람들도 막차를 기다릴까!

영국의 오만과 편견 3권 유토피아

3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영국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은 공리주의의 대가라 불리는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통치론 단편“ 에서 제창한 사상이다. 놀랍게도 15세에 옥스퍼드를 졸업하고 18세이던 1766년에 저술한 책이 바로 ”통치론 단편“이다. 근대 보수주의의 아버지 에드먼드 버크와 사회진화론을 제창한 허버트 스펜서, 자유론을 집필한 존 스튜어트 밀과 함께 영국의 경험주의, 계몽주의 및 공리주의 시대를 이끌었다. 이는 고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나와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상이다. 현재 영국 사회의 사상적 토대를 제공해준 사상들이기도 하다. 이들 사상을 토대로 영국 사회가 일반 인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 영국식 사회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해가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식민지 정책의 합리성을 제공하지 못하던 차에 이들의 사상은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사회와 국가 자체를 적자생존으로 보았고 이미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런던에서 칼 마르크스의 글쓰기


영국이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맞은편의 프랑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군주제가 폐지되고 인민 주권주의가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적으로 사회주의를 신봉하거나 찬성하였다는 말은 아니다. 19세기 중반 유토피아 세상을 꿈꾸며 매일 걸어서 런던 소호의 Dean Street와 대영도서관을 오가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집과 도서관 외에는 몰랐다. 대영도서관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간 이유는 그의 글쓰기 때문이었다. 킹스크로스 역과 인접한 대영도서관에서 칼 마르크스라는 남자는 덥수룩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자본론을 비롯한 그의 역작들을 집필하고 있었다. 당시 유럽은 철학자들의 세상이었고 많은 철학 사상들이 나타나고 있던 시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비록 마르크스가 꿈꾸던 유토피아라는 세상은 도래하지 못하였지만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는 민주주의의 싹이 자라고 있었다. 특히 영국에서의 공리주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국가 체계를 실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서는 분배의 정의가 우선이었다. 영국의 부자 세는 지금도 유효하다.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지 않았더라면 영국식 사회민주주의는 태동조차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국가에서 국민이 주인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시범케이스처럼 보여주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제국주의라는 식민통치에서 축적한 부가 일조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회 진화론이 나왔던 것이다. 강한 사회나 국가가 약한 사회나 국가를 지배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한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영국 국민들이 누리고 있는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는 결국 분배의 정의 때문이었다. 분배의 정의나 복지를 이끌어 낸 기반은 공리주의자들의 몫이었지만 이를 실천시킨 장본인은 국민들이었다. 국민들이 깨어나지 못하였다면 부자와 기득권 세력에게 부자세를 받아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한국보다 더 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발생하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영국이나 프랑스에 부자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부자들은 부자들의  의무를 피해 갈 수 없었다는 것이 한국과 다를 뿐이다.      


한국 사람들은 언제부터 막차를 기다리게 되었을까?


현재의 한국 사회를 보면 아슬아슬한 가상현실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부모세대들은 부동산을 놓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막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막차에 탔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막차에 탔다면 언제쯤 내려야 하는지의 여부로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로 인한 갭 투자가 원인이었다. 전세 끼고 매입한 부동산의 시세 차익이 대출금을 비롯한 각종 세금을 합해도 높기 때문에 아직도 부동산은 최고의 투자로써 유효하다.      


문제는 그 버블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막차를 탄 사람은 하루아침에 반 토막이 난 부동산을 부여잡고 전세금도 돌려주지 못하는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 당장은 달콤한 꿀을 먹고 있지만 그 꿀이 언제 설탕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가 사무실처럼 이용하는 별 다방 2층에서는 매일 난상토론이 이루어진다. 토론자의 성별과 연령대도 다양하다. 3개의 한강신도시 중 그는 첫 번째 신도시에 살고 있다. 아파트도 아니고 오피스텔에서 산다. 1인 가구의 세대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할 돈이 없다. 오피스텔 월세와 관리비도 밀리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갭 투자 어디까지 해봤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는 지금이 과연 신도시에서 갭 투자에 끼어들어도 되는지의 여부였다. 혹시 막차를 탈까 봐서, 아니면 혹시 막차를 놓칠까 봐서 그것도 아니면 이미 탄 차가 막차인지였다. 막차라면 언제 내려야 하는지 매일 근거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였다. 별 다방에는 난상토론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브런치에도 가끔 유사한 글들이 올라온다. 달러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 사지 못한 자신이 바보일까!라는 자기학대성 문제제기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아파트 투자 이야기 때문에 이제는 트라우마가 되어버렸다. 정직하고 도덕적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세 끼고 할 수 있는 그 많은 방법들을 몰라서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도덕의 문제도 아니었다. 세상을 너무 소심하게 살았다는 자책이 더 커 보였다.      


어쩌다가 한국 사회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부자들은 수십 채의 아파트나 빌딩들을 소유하고 온갖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지 않을 한국인이 과연 있을까! 아무리 무소유와 무념무상을 외치는 산중의 스님들마저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수입차를 타고 미국산이 아닌 한우를 즐기는 스님들을 볼 때면 그 또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오피스텔이면 어떠냐고 자위하면서도 자책이 이어지는 것은 그 또한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미니멀리즘이고 나발이고 스님들도 드시는 한우를 그는 먹을 수가 없다. 어떻게 길러졌고 도축되었는지도 모르는 질긴 미국산 소고기를 먹을 때면 더욱 그렇다. 이건 껌도 아니고 무슨 가죽이나 혁대를 씹는 기분이다. 맛은 물론 보장하지 못한다. 소고기 냄새가 나긴 나는데 아무 맛도 없다. 이놈의 친구들이 회사의 법인카드로 굶어대며 가끔 한우의 생 갈빗살이나 꽃 등심을 사주기 때문에 입맛만 괜스레 높아졌다.     

 

두 개의 현실, 가상과 실제


한국에 온지도 벌써 1년 하고도 3개월이 되어간다. 20년 동안 영국 생활에 익숙해 있다가 갑자기 이상한 나라 엘리스에 온 듯한 느낌이다. 뭐가 정상이고 뭐가 비정상인지 모르겠다.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가상현실인지 헛갈린다. 부모세대들은 그렇다 치고 자녀 세대들도 가상현실에서 살기는 마찬가지였다. 20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있다면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의 존재 여부다. 젊은 세대들이 자꾸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성이 강하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자존감도 없고 모든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가상현실에서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고 목표를 달성하며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그 꿈과 목표는 더욱 커지고 심지어 부자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밤을 새우는 일은 이제 일도 아니다. 비록 피시방이나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로 식사를 때워도 나쁘지 않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스카이 학생들의 모순


문제는 가상현실에서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괴리감이다. 현실 세계에서 그들이 이룰 수 있는 꿈은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조국 사태를 보면서 제도의 공정성과 부조리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더 큰 낙담은 서울대나 고려대 학생들이 촛불집회를 한다는 것이었다. 마스크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려가며 그들이 요구하는 것도 공정사회였다. 모순이란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들이 가상현실에서 대리 만족하고 있을 때 그들은 부모도 부족하여 조부모까지 나서서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들 자신이 똑똑하고 잘나서 그리고 머리까지 좋아서 SKY를 갔다고 생각한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그러한 학생들이 공정사회를 외칠 때 가상현실을 들락거려야만 하는 젊은이들은 더욱더 비루해질 수밖에 없다. 

40,50대의 아픈 현실은 누가 알아주고 챙겨주나!


9급 공무원이라도 해보려고 모두가 덤벼들고 있다. 그래도 청년들은 이래저래 지원되는 것들이 제법 있다. 40,50대의 경우에는 정말 죽을 맛이다. 국가에서 땡전 한 푼 지원해 주지 않는다. 회사에서 월급 받기 무섭게 통장에 숫자로 찍힌 돈들은 이리저리 도망치기 바쁘다. 낮에 도망치지 못한 녀석들은 야반도주를 한다. 카드 결제일까지 겹치면 더욱 참혹해진다. 항상 제자리인 40대 회사원들은 그나마 낳다. 이미 회사에서 밀려난 50대 자영업자들은 더 죽을 맛이다. 40대가 창업한다고 하면 어떠한 지원금도 없다.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받은 돈과 퇴직금이 고스란히 자영업에 투입된다. 하지만 5년까지 살아남는 자영업자는 5%도 안 된다고 한다. 나머지 95%는 망한다는 이야기다. 이들도 가상현실인지 실제 현실인지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전세 끼고 뭐라도 해봤어야 한다는 자괴감이 밀려오는 이유다.      


노년층은 말할 것도 없다.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을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다. 3만 불 시대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영국이라고 유토피아는 아니다. 영국 사회라고 부동산 투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삶이 보장된다. 학교와 병원비는 무료이다. 소득이 없으면 집이 제공된다. 실업 수당도 나온다. 싱글 맘이면 더 큰 혜택들이 기다리고 있다.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국가 시스템이 돌아간다. 전세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갭 투자는 생각지도 못한다. 전세 끼고 뭐라도 해보려고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다. 좌파 나라의 힘이다. 좌파인 노동당의 집권이 만들어낸 정책들이다. 그 뿌리는 물론 공리주의에 있다.    

  

시민들이여 깨어나라! 그리고 똥오줌을 가리면 그만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깨어나야 한다. 정치놀음에 휩쓸리는 것과 정치에 관여하고 기여하는 일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단순한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모든 것이 거꾸로 가고 있다. 상위 10%를 위해 국가와 정부가 존재하는 모양새다. 아니라고 부인해도 소용이 없다. 프랑스처럼 혁명은 아니어도 정의와 정치를 외면한 대가를 치르고 있을 뿐이다. 영국이나 프랑스 사람들이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의 국민소득이나 국가 경제규모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과하고 국민들이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 속에서 줄타기를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심지어 보수당들도 좌파 정책을 추진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는 좌파 정치의 복지혜택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국민들도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중고등학교 시간에 배운 단순한 진리가 세상을 이렇게 정반대로 만든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최대 소수의 최대 행복“ 사회에서 탈피하는 힘과 권력은 국민에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눈앞에 이익에 혈안이 되어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기득권 세력들은 오늘도 온갖 불안 조성과 미사여구로 가난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좌 와우, 여와야도 보수와 진보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한 표이다. 그 한 표를 위해 온갖 마법을 부린다. 마술사가 따로 없다. 그가 좋아하는 ”이은결”이라는 특출한 마술쇼는 저리 가라다. 






참고로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반부터 9시 반까지는 삼성동 아지트리에서 "나는 매주 한 권 책 쓴다" 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 만에 책을 쓰고 매월 또는 매주 책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저자처럼 매주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이 15명(매월은 60명 이상) 이상 되었다. 앞으로도 그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강의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https://www.onoffmix.com/)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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