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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Jan 18. 2020

이혼! 고양이의 친권과 양육권은?

고양이와의 생이별!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5개월이라는 시간의 속도가 결혼과 이혼에 똑같이 적용되었다. 첫째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은 협의가 되었지만, 둘째 아들인 고양이의 친권과 양육권은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협의조차 못하고 말았다.  

    


고양이가 유난히 보고 싶은 날이다. 요즘 들어 브런치에 유독 고양이 사진과 집사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특히 이용한 작가님의 냥이 사진은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작품 사진들이 나올 수 있는지 고양이 아빠 12년 차의 자격으로로  한번 찾아뵙고 싶을 정도다. 오늘도 런던의 집에서 쥐를 잡고 다른 고양이들과 영역싸움을 벌이고 있을 둘째 아들 검은 고양이가 보고 싶다. 위는 검고 아래는 하얀 턱시도 고양이다. 2007년 5월 5일 생이다. 인간 나이로 치면 환갑, 진갑 다 지난 나이다. 하지만 아직도 건재하고 자신의 영역을 다스리느라 바쁘다고 한다.

어느덧 치료 휴양 차 한국에 온지도 1년이 지났다. 연말에 첫째 아이가 한국에 잠깐 다녀갔다. 아빠의 수술 소식을 듣고 런던에서 달려와 준 것이다. 아이와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빠를 찾아보게 한 아내의 배려가 고마웠다. 아이는 이젠 제법 어른 티가 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첫째는 둘째 고양이보다 다섯 살 위다. 문제는 둘째 아들이다. 둘째 아들은 말을 못 한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빠가 어디에 가서 왜 집에 오지 않는지 설명해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욱 애잔하고 안타깝다. 아들 편에 안부를 전하긴 했다. 둘째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빠 마음은 안부라도 보내야만 했다. 그래야만 덜 미안하고 덜 안타까울 것 같아서였다. 인간과 동물과의 의사소통은 언제나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오면 둘째에게 모든 사정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해준 것에 대해 속 시원하게  설명을 해주고 싶다. 그럼 둘째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야용할 것이다. 알아들었단 의미다. 어쩌면 아빠가 그렇게 많이 아파서 힘들었다는 사실에 그리고 엄마와 남이 되었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하염없이는 아니지만 둘째는 왠지 그럴 것 같다. 집사를 위해 눈문을 흘릴 수 있는 고양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빠를 위해 아들의 눈물로 해두고 만다.     

  


3개월의 숙려기간이 끝나고 지난주 화요일에 아내와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최종 마무리는 판사의 판결문을 가지고 구청에 신고하는 것이었다. 이혼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재외국민의 이혼도 마음만 먹으면 쉬워진 세상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내와 만나지 5개월 만에 결혼식을 하였고, 이혼 절차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에 법률상으로 완전한 남이 되었다. 유행가 가사처럼 님이 남이 되는 기간은 5개월이 걸렸다. 곧 성인이 되는 아이의 친권과 양육권 문제도 원활하게 협의되었다. 사실 협의할 문제도 아니었다. 성인이 되는 순간 친권과 양육권의 의미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둘째 아들의 친권과 양육권이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영역다툼을 하는 동물이다. 호랑이 사자 등의 고양이 과 동물의 가장 큰 특징은 영역의 개념이다. 인간의 땅 욕심을 볼 때 인간도 개보다는 고양이 과에 가깝다. 그런 둘째 아들을 위해 가정법원에 친권이나 양육권을 주장한다고 하면 과연 법원 직원들과 판사님은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둘째를 위한다면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둘째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는 없다.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둘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런던에서 엄마의 보호를 받으며 형과 같이 살아가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 가슴 아프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그래서 더욱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집도 아닌 병실에서 생각하면 더욱 눈물이 난다. 이혼은 가족이란 관계의 사슬이 끊어지는 것이었다. 단절이 이처럼 치명적인 것인 줄은 몰랐다. 막연한 단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아픔과 슬픔은 배가되지만 이 또한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 이리라!


여우와의 신경전!


런던에서 둘째와 11년 이상을 같이 살았다. 둘째는 유난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영역에 민감하였다. 중성화 수술을 일찍 해서 한 번도 누구의 아빠가 되지는 못하였다. 그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둘째는 다른 고양이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마주치면 장시간 대치를 이어가다 으르렁 거렸고 마침내 순간의 전투가 벌어지곤 하였다. 고양이 싸움은 몇 초 만에 승부가 난다. 심지어 여우와도 영역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런던은 시내 한복판부터 외곽까지 여우들의 천국이다. 고양이 숫자 못지않게 여우가 많다. 여우와 고양이가 마주치는 일은 아주 흔하다. 하지만 이들이 싸우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둘 중의 하나가 피하거나 서로 못 본척한다. 하지만 둘째는 달랐다. 여우가 정원이나 집 주변에 어슬렁거리면 그 꼴을 보지 못하고 달려 나갔다. 여우가 덩치는 작아도 턱의 힘이 강력하다. 야생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여우와의 전투를 즐기는 고양이는 흔치 않다. 그만큼 여우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책하는 고양이


그런 아이가 바로 둘째였다. 매일 사냥을 하고 여우와 으르렁거리는 까칠한 고양이가 집사와의 산책을 좋아했다. 저녁을 먹고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산책을 가자고 야옹거린다. 산책이라고 해봐야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이 전부다. 그렇게 몇 년을 반복하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둘째가 아빠와 산책을 즐기는 이유는 타 고양이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였다. 고양이가 있는 집 앞에서는 발걸음이 느려지고 야옹거리며 괜히 시비를 걸어본다. 커다란 개가 있는 집은 빠르게 지나친다. 집사와 산책하는 순간은 영역다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모든 고양이들이 한발 물러서거나 정원으로 몸을 숨기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도 과시욕이 있다는 사실은 인간 사회를 연상케 하였다. 그만큼 힘이라는 물리력이 우선인 사회가 바로 고양이들의 사회다. 고양이는 태생상 사자처럼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이 아니다. 호랑이처럼 독립생활을 한다. 하지만 길냥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가족 단위로 무리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다. 고양이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염분이라고 한다. 소금기 있는 음식만 피하면 15년 이상 살 수 있다. 길고양이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들이 염분 따지며 간고등어 등의 생선이나 멸치를 마다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없어서 못 먹는다.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먹어두어야 한다. 

    

이혼이 주는 슬픔!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이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둘째의 문제였다. 물론 영역을 중요시하는 둘째의 친권이나 양육권을 주장할 마음은 없다. 둘째는 기존의 집에서 엄마와 형과 잘 지내고 있다. 엄마와 아빠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오늘도 아빠가 왜 집에 돌아오지 않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아빠는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궁금해할 것이다. 둘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이혼은 고양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갑자기 멀쩡하던 처가 식구들이 남이 되어버렸듯이 둘째가 남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보고 싶다고 마음대로 가서 볼 수도 없다. 아내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난감한 일이다. 그래도 첫째가 열심히 둘째의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둘째지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는 둘째를 보기 위해서라도 런던에 한번 다녀올 생각이다. 12시간의 장거리 비행을 감당할 만큼만 허리디스크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 사랑한다. 나의 둘째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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