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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Jul 28. 2019

영국으로 이사 왔어요 #7 칼 마르크스와의 대화

나의 20년간의 영국 여행 이야기


런던 북쪽에 하이게이트라는 지명이 있다. 시내에서 가까워서 토트넘이나 아스널처럼 흑인들이 많이 사는 곳 중의 하나다. 흑인들이 많이 산다는 이야기는 부자 동네는 아니라는 의미다. 흑인들이 많이 산다고 반드시 위험한 곳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런던의 특징은 시내 중심으로 갈수록 흑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시내에서 멀어질수록 백인들의 거주 비율이 높아진다. 시골 마을에 가면 거의 백인들만 산다. 미국 못지않은 이민사회 중 하나인 영국에서 가장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이민자 문제이다. 


영국이 EU에서 탈퇴를 하게 된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EU 국가를 통해 몰려드는 전 세계 난민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그 이유는 영국의 복지 정책이 난민들에게도 시민들처럼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앙심을 품은 국민들이 EU 탈퇴 선거에서 탈퇴에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이다. 그래서 영국은 브렉시트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그 고통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국들에게까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중 나 같은 소상공인들인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하이게이트에는 칼 마르크스의 묘가 있다. 하이게이트 공동묘지 중간의 동쪽 끝부분에 마르크스의 흉상과 함께 그의 간략한 소개글이 적혀 있다. 대영도서관에서 자본론을 쓰던 그의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한결같다. 그는 가고 없지만, 그리고 그가 주창했던 공산주의도 자본주의에 참패를 당해 퇴색한 이론이 되었지만 그의 사상이나 철학은 아직도 위대한 업적으로 남아있다. 그 이유는 그가 글을 써서 후세에 남겼기 때문이다. 글의 힘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 준 사람 중 한 사람이 바로 칼 마르크스였다. 그리고 니체였다. 물론 반 고흐라는 화가도 좋아한다. 글과 그림은 다른 장르이기는 하지만 표현이라는 기법만 놓고 본다는 같은 의미일 수도 있다. 한 권의 책의 분량이 한 장의 그림이 되기도 하고 한 장의 그림이 한 권의 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글과 그림은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창작이라는 기법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민 생활중 고비가 찾아오거나 삶에 회의가 찾아올 때마다 소주 한 병 사들고 하이게이트에 갔다. 마르크스 무덤 앞에서 종이컵에 소주 한잔 따라놓고 몇 시간이고 앉아있다가 오곤 하였다. 죽은 자와의 대화는 말없이 진행되었고 그는 언제나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지만 위대한 사상가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 당시에 우리는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나의 일방적인 넋두리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위대한 철학자와 마주 앉아 대화를 한다는 일은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들도 쉽게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하이게이트 공동묘지는 나의 외로움과 고독을 받아주는 좋은 친구가 살고 있었다. 그는 물론 지금도 그 무덤에 살고 있다. 그 후로도 마르크스는 내 삶의 지표가 되어주었다. 니체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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