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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던남자 May 20. 2020

영국 고3의 drive-thru 졸업식!

영국 12학년(고3) 드라이브 쓰루(drive-thru) 졸업식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평소 수업모습


 영국의 학교들은 보통 5월 말이나 6월 초에 학기가 끝나고 9월 초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아이는 현재 12학년이고 올 9월이면 대학생이 된다. 본인이 좀 더 나은 학교를 가려면 칼리지를 다니면서 1년 Gap year를 가질 수 있다. 아이는 코로나 19 때문에 칼리지를 1년 다닌 후 내년에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졸지에 재수생이 된 셈이다. 잠깐 지나갈 줄 알았던 코로나 19는 아이를 멘붕에 빠져들게 했다. 결국 3월부터 학교에 한 번도 가지 못하고 이달 말경에 졸업식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졸업식 장면이 평소와는 달리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한국의 드라이브 쓰루 선별 진료 형태에서 따온 아이디어일 것이다.


 12학년인 아이는 5월 27일 학교 캠퍼스에서 졸업식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졸업식은 아주 이색적인 졸업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날은 교재를 반납하고, 졸업사진을 찍고, 졸업장을 받으며, 졸업 선물도 받을 것이다. 이 모든 이벤트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드라이브 쓰루(drive-thru)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졸업생 가족들은 시차를 두고 입장해야 하며 그 시간대(timeslot)에 미리 서명해야 한다. 가족당 한 대의 차만 허용되며 반드시 부모 중 한 사람은 차에 졸업생과 같이 탑승해야 한다. 예외 없이 5월 25일 오후 3시까지는 학교 지침에 따른다는 별도의 양식에 서명해서 보내야 한다. 시간대도 같이 체크해서 보내야 한다. 이날 이후에는 Sunny Hill 선생님께 직접 메일로 보내야 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남아있는 시간대(slots)를 살펴보고 그 시간대에 배정해 준다고 한다.


 시간대(tmeslot) 당 총 8 가족과 승용차가 배정된다. 이는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실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다. 그 지침을 유지하기 위해 교통흐름을 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정된 시간대에 맞게 정시에 도착해야만 한다. 만일 늦게 도착하면 기다렸다가 다음 시간대(slot)의 스페이스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드라이브 쓰루(drive-thru)의 카 퍼레이드 형태의 졸업식은 일방통행이고 각 스테이션마다 해야 할 임무들이 정해져 있다. 지정된 특정 스테이션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차에서 내려서는 안된다.


5월 27일 12학년(고3) 드라이브 쓰루 졸업식 예상 모습


졸업식 당일날 일정 및 졸업생이 가져와야 할 것


1. 교과서를 가져와서 지정된 스테이션에 반납해야 한다


2. 모든 스포츠 장비 또한 가져와서 지정된 스테이션에 반납해야 한다.


3. 첫 번째 스테이션에서는 사각형의 졸업모자와 졸업가운을 받아서 입는다. 마지막 스테이션에서는 졸업모자와 졸업가운을 반납한다. 단, 액세서리나 장식물들은 가져가도 된다.


4. 졸업식날에 전문 스쿨 포토그래퍼인 Frazer 씨가 졸업모자와 졸업가운을 입은 졸업생과 그의 가족의 졸업사진을 찍어줄 것이다. 졸업사진은 Frazer 씨에게 직접 주문할 수 있다. 단체사진(합성)도 만들고 있으며 나중에 같이 주문할 수 있다.


5. 졸업식 당일 사용할 각자의 승용차는 영원히 기억에 남을 만큼 아주 특별하게 장식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졸업식이 성대한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


코로나 19 이전의 정상적인 12학년 졸업식 사진


 언제까지 아이로 남아있을 줄 알았던 영국에 있는 아들이 이달 말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9월에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데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아이들도, 학부모들도, 선생님들도 그리고 영국 교육부나 정부마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코로나 19는 모든 것을 바꿔놓고 말았다. 수험생인 아이가 받았을 스트레스를 어찌 아빠가 모를까!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여서 그 스트레스는 엄청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 아이만 받는 스트레스가 아니다.  전 세계의 학생들 특히, 고3 학생들이 감내해야 할 아픔이고 슬픔이다. 길고 긴 인내의 시간 동안 자신과의 싸움만이 남아있다.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이고 같은 시간이다. 사실, 대학 입학을 코 앞에 둔 고3 수험생들은 코로나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고 그렇게 성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먼 훗날 코로나 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영국의 아이와 한국의 모든 고3 수험생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곁에서 노심초사하며 불안해하고 계실 학부모님들께도. 한국에 있는 아빠가 영국 아이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슬픔을 아이가 알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의 가슴에 웅어리져있는 슬픔에 비하면 나의 그깟 슬픔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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