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몇 백 톤의 치킨을 식자재로 사용했을까?
저기 말복이 언제니?
너는 나의 적인 거 알지?
어라!
요것 봐라 감히 치킨 주제에 말이 상당히 짧네.
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자 녀석은 다시 눈을 부라리며 공격 자세를 취한다.
옆에서 구경하던 대여섯 마리의 암탉들은 시야에서 멀어진다.
내가 물러서지 않을 뜻을 보이자 양 날개를 퍼덕인다.
설마 날아서 공격해오는 것은 아니겠지!
근데 말복은 왜 물었을까?
인종, 종교, 문화를 막론하고 치킨을 먹지 않는 민족은 없다.
채식주의자를 재외 하고는...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치킨을 치킨데리야키, 치킨가츠, 치킨누들, 치킨우동 그리고 치킨강정에 사용했을까?
매주 250kg 정도의 치킨 타이(허벅지)를 사용했으니 말이다.
한 달에 2톤, 일 년이면 24톤, 10년이면 240톤.......,
마릿수는 상상조차 어렵다.
휴우~~~~
미안하다! 그동안 나의 런던 가게에서 구워지고 튀겨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치킨들아!
나도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구.
언젠가는 우리 인간도 육식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그래도 가끔 치킨이 먹고 싶기는 하다.
채식주의자가 된 지 꽤 되었는데도 말이다.
바삭하게 튀긴 치킨에 생맥주 한 잔 마실 때처럼 행복한 순간도 없을 것이다.
빈속이어야 그 참맛을 즐길 수 있다.
빈속을 부드럽게 채워주는 바삭한 치킨과 시원한 생맥주의 조화는 경이롭다.
치킨의 포만감과 생맥주의 시원함이 그립다.
런던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