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사이로 이른 가을 하늘을 보았다.
금요일에 심신이 피폐해져서 수원에 있는 친구를 찾아갔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들보다 대단한 친구다. 몇 년 전에 친구는 시골에서 비닐하우스 공사 도중 떨어져 뼈가 48개가 부러지고 심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기가 손상되어 전주의 대학병원에서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국종 교수가 헬기로 아주대 병원으로 이송해서 1년 반 만에 거의 완치를 시켜놓은 상태다. 가족이나 친구들도 모두 포기한 상태였다고 한다. 그 치료 시점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군 귀순 시점과 겹쳐서 친구는 그 북한군 귀순 병사를 잘 안다고 했다. 그 병사도 이국종 교수가 헬기로 아주대병원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그리고 완쾌해서 퇴원했다고 한다. 친구의 경우, 아주대 병원에서도 모두가 포기한 상태였고 본인도 어느 정도 거동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는데도 장기와 면역력들이 회복되지 않아 여러 번 옥상에 올라갔다고 한다. 친구가 퇴원할 때는 아주대 중환자실의 전설로 인정을 받아 처음으로 친구의 사례를 액자로 만들어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 직원들이 도열해서 퇴원을 축하해 주었다고 한다. 물론 그 자리에 이국종 교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워낙 바쁜 분이라서...., 그러면서 친구는 나의 질병들에 대한 고통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굳이 니체를 팔아먹을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게 한다. 멀지 않은 거리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나는 항상 감사한다. 심신이 힘들 때마다 찾아가서 위로를 받고 돌아올 수 있는 친구 하나의 존재는 100명 이상의 친구 부럽지 않다.
사실은 금요일 어떤 강의를 들었는데, 나는 그 강사였으면 그 강의를 듣지 않고 커피숍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강사는 늦었고 나는 강사도 강의 주재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었다. 10여 분 이상 늦은 상태에서 강사는 도착하였고 그 자리에서라도 일어났어야 했는데 일어나지 못하였다. 강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려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토론을 하지 말고 조용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어야 했다. 비록 뒤에서 욕할망정 앞에서 손뼉 쳐주었어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 때 왜 한국 기자들은 질문을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였던 기억이 난다. 우리의 일인데 질문은 다른 나라 기자들만 하니까 이상해서 한 말이었다. 우리는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하는 것은 어떤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거의 평생 같이 일해야 하는 공무원 사회는 더욱 바른말을 할 수 없다. 아니, 잘대 해서도 안된다. 한번 찍히는 순간 모든 것은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사회가 토론 문화가 아닌 점은 여러 번 경험하였다.
굳이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길어지기 때문에 간단하게만 부연하겠다.
그 일등공신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의 주입식 교육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해방된 대학생들 마저도 교수님들이 토론의 자유를 틀어막고 있다. 대학에서도 교수님들은 자꾸만 가르치려 든다. 그 이유는 그러한 수업방식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를 던져 놓고 토론하면 교수들도 공부를 해야 한다. 학생들이 더 훌륭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두렵다. 특히 대학원 과정에서는 비일비재하다. 말은 토론식 수업이지만 어느 선을 넘어서면 거기에서 자기 힘을 이용해 통제를 가한다.
교수인 처남이나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 가끔 그러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버거울 정도로 똑똑하고 창의력도 대단하다고.....,
그러면 그럴수록 토론 수업이 두려워진다. 영어수업도 마찬가지다. 교수의 영어실력은 하버드를 나와도 한계가 있다. 케임브리지의 장하성 교수도 가장 힘든 일이 뭐냐는 질문에 영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현지에서 태어난 2세들이나 네이티브들을 당할 수는 없다. 나의 아이도 아빠가 친구들 앞에서 어설프게 영어 하면 늘 지적질을 하고 창피하다고 웬만하면 자기 앞에서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아빠의 영어는 절반이 콩글리시라고....., 부끄러운 건 자기가 한국말을 못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죄 없는 아빠를 몰아붙인다. 특히 영어로 아들과 싸워야 할 때는 정말 버겁다. 영어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낀다. 영국에 20년을 살았는데 내가 왜 이런 수모를, 그것도 아들한테 당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결국에는 한국의 육두문자로 아들을 제압하려 든다. 하지만 문제는 영어가 아니다. 논리에서 아들에게 뒤지면 그야말로 답이 없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논리에서 아들을 이겨본 기억이 없다.
수원의 그 친구는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박식하다. 매일 책만 읽는다. 아직은 일을 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건강 상태는 아니기 때문이다. 글쟁이들은 글을 쓸 때는 며칠을 밤을 새운다고 한다. 그러면 자기는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글쓰기를 배우려고 가르쳐달라고 하면 세상의 모든 글은 쓰레기라고 한다. 자신은 그 쓰레기 더미에서 놀면서 매일 몇 권씩 읽는다고 한다. 왜 쓰레기인 줄 알면서 읽느냐고 물어보면 가끔은 쓰레기 더미에서도 재활용할 고철이나 플라스틱이 발견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하게 해 준 작가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헤밍웨이도 같은 말을 하였던 적이 있다. 자신이 유명해지기 전 자신이 쓴 글들은 모두 쓰레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다.
아름답던 쓰레기섬 보라카이는 결국 지난해 6개월간 휴식년제를 취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세상에 쓰레기는 없다. 멀쩡한 자동차도 10년 정도 지나면 쓰레기라고 폐차를 시킨다. 폐차 기준은 물론 수리비가 찻값을 초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쿠바에 가보면 3, 40년은 기본이다. 50년 이상 된 올드 카들이 즐비하다. 고치고 고쳐 쓰면 쓰레기가 빈티지 올드 카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쿠바 하바나에 가보면 알 수 있다. 쿠바가 아니고 가까운 동남아의 필리핀에만 가보면 금방 보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쓰레기의 기준은 문화와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개인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는 광교산 입구에서 반나절을 토론을 하였다. 말이 토론이지 친구는 말하고 나는 듣기만 하였다. 그 친구도 친구의 대부분은 대학에 있거나 문학계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류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허세와 권위의식이 싫다는 것이다.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나의 자존감이다. 그 친구가 이야기하는 고대와 현대 철학과 영미 소설들 그리고 비영어권의 소설가들, 특히 동양철학과 근현대사를 이야기할 때는 나는 그저 자존감이 끝없이 추락한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열하게 공부한 친구의 지식은 나를 자꾸 작아지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친구와도 끊임없이 토론하고 소통하려 애쓴다. 그러면서 배울게 하나라도 있으면 나는 성공한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사회도 토론식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모든 분야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토론에서는 옳은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없다. 다름과 다양성을 존중해 주면 그만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진리는 아니다. 언젠가는 다른 이론에 의해 대체될 수도 있다.
이제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교육 시스템을 바꾸어나갈 때이다. 제도권 교육에 대한 잘못된 점들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아직도 학벌이 중요하고 스펙이 중요한 세상이다. 토익 900점짜리 벙어리들이 즐비하다. 과감하게 대학을 포기하거나 자퇴할 용기를 갖지 않는 한 자존감은 점점 낮아질 것이다. 학위나 학벌이 중요한 세상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제는 실력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해도 실력만 있으면 인정해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반드시 와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어 일본조차 우리 눈치를 볼 수 있는 그날은 학벌이 아닌 실력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그날 일 것이다.
나의 브런치에 올려진 모든 글들은 [하루만에 책쓰기]로 써서 별다른 퇴고 없이 올려진 글들이다.
참고로, [나는 매주 한권 책쓴다]란 주제로 정기 강의를 하고 있다.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매주 수요일 14:00~16:00, 서울 선정릉에서는 매주 금요일 19:00~21:00다. 글쓰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반인들이 [하루만에 책쓰기]를 통해서 실제로 매월 또는 매주 한 권 책을 쓸 수 있도록 고정관념을 적나라하게 깨트려주는 강의다. 실제로 필자처럼 매주 한권 책을 쓰는 회원들만 20명 이상이다. 매월 한 권 책을 쓰는 회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 이상이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수강신청은 온오프믹스닷컴에서, 월출산 상시 강의 문의는 010 3114 9876의 텍스트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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