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깨어난 마음 하나
"이 글은 며칠 전 꾼 꿈에서 비롯됐습니다. 꿈속에서 오래 봉인되어 있던 상자가 열렸고, 그 안에는 제가 조용히 감춰두었던 감정들이 고요히 놓여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뒤, 한동안 무척 슬펐고,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한 감정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새벽녘, 그때의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싶어 조용히 책상에 앉았습니다. 저의 속마음을 '나무상자'라는 오브제로 꺼내보았습니다." - 오승현 -
나무 상자가 있었습니다.
그 상자는
거친 파도에 흔들려,
상처로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봉인되어 있었지요.
그 안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 하나,
말하지 못한 눈물 하나,
잃어버린 우정 하나,
가슴 깊이 남은 아픔 하나,
끝내 피지 못한 꿈 하나,
그리고 실패 하나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상자는
시간이라는 물결 속에서
애잔한 파도를 따라,
고요히,
바다 깊은 곳으로 침전해 갔습니다.
요동치지 않는 심해로.
그리고 나는
그 상자를 마음 한편에 둔 채,
그 존재조차 잊은 듯 살아갑니다.
그러다 꿈에서
그 상자가 불현듯 떠올라
웃고, 울고, 설레며,
나는 나를 다시 마주합니다.
오늘도 나는
깨어난 기억 하나를
다시 상자에 담아
자물쇠를 채웁니다.
그리고
더 무거운 돌을 달아,
그 상자를 바다 밑,
더 깊은 곳으로 던집니다.
하지만 그 상자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을 뿐,
마음이라는 바닷속 어딘가에,
조용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오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상자를 애써 덮어두며
조용히 살아가지만,
사실은 그 존재를
언제나 느끼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나무 상자 하나쯤 지닌 채
조용히 살아가는 일이 아닐까 하고.
그리고 언젠가-
그 상자를 다시 꺼내어
조금은 다르게 바라보게 될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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