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에서, 의미의 바탕으로

이제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나

by 오승현


나는 자주 의미를 찾는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신앙이, 육아가, 책이, 시련이,

그리고 지금 이 하루가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는 걸까.


나는 왜 이렇게 삶의 모든 순간에서

의미를 되묻고 살아왔을까.


돌아보면,

사는 게 버거울수록

나는 더더욱 의미를 붙잡으려 애썼다.


그건 나를 버티게 하는

마지막 보루였고,

그렇게라도 살아 있다는

증거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삶의 의미를 강요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어령 작가님의 《눈물 한 방울》을 읽다가

가슴 한쪽이 멎는 듯 아려왔다.


“지금까지 나는 의미만을 찾아다녔다.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을 보지 못했다.

겨우겨우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보게 된다.

… 의미의 거미줄에서 벗어난다.”

— 이어령, 《눈물 한 방울》 -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아무 의미도 없는 의미의 바탕,

의미 없는 생명의 바탕을 본다는,

이 문장에서 나는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그건,

지독히도 의미만을 좇아 살아온

나날에 대한 조용한 충격이었다.


나는 다시 나에게 물었다.


“언제까지 의미만 좇아 살 거야?”


그 의미를 가능하게 해 준,

그 바탕이 되어준 사람들을

나는 얼마나 바라보았던가.


‘의미’만을 추구하느라

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이들을

놓친 건 아니었을까.


나는,

의미라는 거미줄 속에서

고립되어 있던 것이다.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나에게 있어 성화란..)

더 많은 의미를 찾는 일이 아니라,

그 의미를 가능케 했던

'바탕'을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제,

나는 의미에서 눈을 떼고,

그 바탕을 바라보려 한다.


그리고

그 바탕을 사랑하는 일.


바탕을 본다는 건,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아도 되는

순례이다.


존재 그 자체가,

이미 충분한 응답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 순례의 길 위에서

나는 오늘,

조용히 한 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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