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땐, 바다를 바라보렴

로랑스 드빌레르, <모든 삶은 흐른다>

by 오승현






사랑하는 아들 은율아, 이번 주는 아빠가 바다를 계속 생각했단다. 새벽에 갑자기 바다가 그리워지는 거 있지.

갑자기 바다에 관한 시를 썼다 지우다 하다가 한 편을 쓰기도 하고. 너희들에게 어떤 책을 추천할까 고민하다가, 바다에 대한 사유가 담긴 책들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인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를 골랐단다.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철학자인 작가가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은유로 바다에 관한 책을 쓸 수 있었을까 늘 감탄하게 돼.




요즘 즐거운 겨울방학을 보내는 어린 시절의 너희에게 와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인생은 바다라는 은유로 자주 사용되어 왔단다. 고대인들에게 바다는 두려움과 혼돈의 대상이었지.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파도와 태풍 앞에서 인간은 바다를 두려워했단다.


파스칼은 인간의 상태를 끝도 없고 구원도 없는 끔찍한 무인도에 난파된 상태로 묘사했어. 파스칼이 말한 것처럼 은율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 앞에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크고 작은 파도가 몰려오는 항해가 될 거야. 어떤 사람은 그 파도를 보며 좌절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그 파도를 타며 윈드서핑을 즐기고 있겠지.


몇 년 전, 목포에서 제주도로 가는 여객선에 차를 싣고 가족이 함께 한 방에 앉아,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대양을 바라보며 배가 흔들리는 가운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지.


우리는 항해할 때 흔들리는 배를 탓하지 않아. 항해 중에 흔들리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니까.


은율아, 네가 삶을 살다 크고 작은 풍랑을 만난다 해도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빠가 좋아하는 시편 107편 말씀처럼, 크고 작은 풍랑 속에서도 우리를 안전한 포구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담대하게 항해하는 네가 되면 좋겠구나..




“삶이라는 바다 한가운데서

그 어떤 폭풍우가 몰아치더라도

육지에 다다를 때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마라."(P.24)


“인생은 멀리 떠나는 항해와 같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이라는 항해를

제대로 하려면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P.35)


어떤 풍랑이 네 삶에 찾아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절대 포기하지 말기를…아빠는 새로운 세계 앞에서 두려움이 많았던 사람이라 돌아보면 많은 도전을 하지 못했어. 아빠에게 버거운 큰 가시가 있어서 늘 그 가시에 찔려 주저하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다행히 천사 같은 엄마를 만나 이제야 주린 목를 추리며, 조금씩 큰 모험을 꿈꾸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어.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순례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바다는 우리에게 자유를 미루지 말라고 말한다.

인생을 제대로 산다는 건 쓸데없는 걱정으로

나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이다.” (P.61)


“시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그러니 낭비해서는 안 된다.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 때문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P. 110)


요즘 예전 사진을 보며 괜히 서글퍼진다. 돌아보면 5년 전, 10년 전의 아빤 참 젊었는데, 그땐 그 사실을 몰랐던 것 같아. 나이가 들면 외모도, 건강도 조금씩 시들어 가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되더라.


젊음의 자유와 불안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같아. 청춘이기에 자유롭고, 자유롭기에 불안한 거지. 은율이는 청춘의 자유로 두려움을 뛰어넘는 사람이 되길 늘 응원할게.





“바다는 자신을 그대로 내보인다.

우리의 인생도 똑같다.

필요 이상으로 숨길 필요도, 꾸밀 필요도 없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보이며 나아가면 된다. “ (p.95)


어떤 상황에서도, 어느 누구 앞에서도 너를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 내가 살아오며 가장 후회되는 건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많이 의식했던 거야. 어릴 때의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 나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란다. 아직도 나는 내 길을 묻고, 두드리며, 때로는 돌아가며 걷고 있단다.


어렸을 때 많이 헤매보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아주 좋은 방법 같구나. 네가 마음껏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 주고 싶다. 정말 결정적인 순간엔 아빠가 곁에 있을게.




“우리에게도 삶을 비춰주는 등대가 필요하다.” (P. 131–132)


아빠의 삶에도 그런 등대들이 있었어. 엄마와 너희들, 시편 말씀, 좋아하는 시와 글, 그리고 피아노. 은율이에게도 그런 등대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하나의 등불이 꺼지면 또 다른 등불이 켜지고, 그렇게 너의 세계를 지켜가길 기도할게.


언젠가 광활한 바다 앞에서, 풀리지 않는 삶의 질문 앞에서 이 책을 펼치게 되거든. 그 속에서 너를 사랑했던

아빠를 한 번쯤 떠올려 주렴.




“바다는 인생이다.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용돌이치며

밀물과 썰물처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곧 잔잔하게 빛을 담아 환하게 빛나는 것.

우리의 삶도 그렇게 소란하게 흐른다.” (P.226)


그리고 그 바다 앞에서,

너의 찬란한 삶을 발견하길.


언제나 네 옆에서 응원할게.

널 바다만큼 사랑하는

아빠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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