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아래로 추락한 날

수술실로 가는 길

by 오승현

월요일(25.07.21), 아이들과 외출하던 길이었습니다.

막내 은우(5살)가 난간 없는 구조물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저는 급히 아이를 붙잡으려 달려갔습니다.


그러다 2m 높이에서 그대로 추락했습니다.

무방비 상태로 시멘트 바닥에 부딪혔고,

오른쪽 팔꿈치와 다리에 충격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아빠, 괜찮아?”

곁에 있던 은율이가

울먹이며 묻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아내는 119에 신고했고,

구급대원의 도움으로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습니다.



검사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오른쪽 고관절이 3조각으로 부러졌습니다.”

의사는 긴급 수술을 권했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보고 울었습니다.

“아빠는 항상 지켜주는 사람이었는데…”

그 눈빛 속에 무너진 아빠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수술 전,

통증 때문에 몸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수술실로 향하는 길,

이상하게도 눈물이 고였습니다.


건강검진 때마다 느끼던

무력한 내 모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수술실 침대에 누워 대기하는데,

천장에 적힌 성경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이사야 41:10)


의정부성모병원은 두려움 속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

수술 대기 공간 천장에 이 말씀을 새겨 두었더군요.


그 순간,

말씀은 하늘에서만 임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배려라는 옷을 입고

다가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두려움이 평안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수술 침대 위에서

교회에서 만난 수많은 환우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말씀으로만 위로하려 했던

목회자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심으로 공감하지 못했던 제 한계가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달라질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는

흔적 하나가 제 안에 새겨졌으니,

이것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까요.



고관절은 부러졌지만,

제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졌습니다.


병상 위에서 하나님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선물들을

다시 보게 하셨습니다.


그동안 너무 당연해서 보지 못한 것,

내 발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었던 것,

원할 때 소변과 대변을 볼 수 있다는 것,

모두 일상의 은혜였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며 곁을 지켜준 가족,

그리고 교회 성도님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저를 위해 간병해 주신 이모님은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며 따뜻하게 돌봐주셨습니다.


이제는 고통의 이유를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지금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과,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잊고 있던 일상의 선물을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시 걷는 이 길이,

누군가의 아픔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길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 몸이 아파서 더 이상 못쓰겠어요ㅠㅠ

25.07.23 PM 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