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보면 위로를 받는다.
의정부로 이사 온 지 벌써 2년.
바다가 미치도록 그리워질 때면
대신 한강을 찾는다.
그것마저 위안이 되지 않을 때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두 시간을 달려 속초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꼭 들르는 카페가 있다.
카페 ‘어나더 블루‘
그곳의 아인슈페너는
내게 작은 위안이자 기쁨이다.
짭짤한 소금의 감칠맛,
레몬의 상큼함,
크림 거품의 달콤함,
그리고 에스프레소의 묵직한 베이스.
네 가지 맛이 입안에서
돌고 돌며 춤을 춘다.
돌이켜 보면
스무 살이 되도록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지 못했다.
아내를 만나며
처음 커피를 배웠다.
신촌의 작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아내는
내게 새로운 음료를 건넸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고구마라떼, 밀크티…
그때 처음 알았다.
세상에는 ‘맛’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 후로 커피는
기분이 좋을 때나
무기력할 때나
감정이 메마른 날에
늘 곁에 있다.
커피 한 잔 앞에서
나는 나를 마주한다.
아내와 함께 처음 해본 것들이 많다.
처음 고기 뷔페에 갔고,
처음 타코를 먹었고,
라멘도 그때 처음 맛보았다.
먹는 일에 무심했던 나에게
그녀는 새로운 세계의 입구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종종 농담처럼 말한다.
“당신 없이는 길을 잃은 미아야.”
농담 같지만, 사실이다.
문득, 연남동 ‘바람커피’가 떠오른다.
한때는 카페 트럭을 몰고 다니며
제주를 여행하던 사장님이
지금은 고정된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바람 같은 삶을 꿈꾸었지만,
결국 ‘카페’라는 공간에 뿌리를 내린 사람.
그 모습이 왠지 내 삶과 닮아 있다.
나는 늘 바람을 동경했지만,
이제는 이곳, 어떤 대지 위에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우린 모두 그러지 않을까.
자유를 꿈꾸지만,
어디엔가 묶여 살아가는 존재들.
그래도 나는
작은 바람 하나를 품는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곰스크가 있듯,
이 글들이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줄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