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어가는 신앙

“인간이란 대지를 떠난 신앙은 위험하단다.”

by 오승현




사랑하는 아들 은율아,

아빠는 목회자로 살아가며

신앙이 무엇인지 자주 생각해.


왜냐하면 신앙은

단지 가르치는 교리가 아니라,

살아내는 삶의 질문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아빤 지금도 알면서도,

계속 묻고 또 묻곤 한단다.


특히 한국교회 안에서

구원과 성화에 대한 오해를 많이 느껴.


많은 사람들이 성화를

신처럼 되어가는 과정으로 착각하곤 해.

거룩해질수록 인간이란 대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식이지.


그게 아빠가 보기에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야.

성화가 곧 인간이라는 대지를 떠나는

일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실.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믿지 않아.

아빠가 신학을 공부하면서 내린 결론은,

성화란 신이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되는 거야.


하나님과 겸손히 동행하는 인간,

다른 사람과 화평을 이루는 인간,

하나님이 창조하신 나 자신을 존귀히 여기는 인간,

그리고 하나님이 지으신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는 인간.


성경은 예수님을 ‘새 아담’이라고 말하지.

조금 어려운 말일 수 있지만,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건

창조 당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온전한 인간으로 오셨다는 뜻이야.


세상이 말하는 인간다움과는 전혀 다른 결이야.

아빠는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되는 걸 꿈꿔.

신처럼 높아지는 게 아니라,

진짜 인간으로 성숙해지는 순례자의 길.


그런데 은율아,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신의 자리에 서려는 듯 말하고 행동하면서

자신을 거룩의 상징처럼 여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어.


그들은 종종 자기 영향력 아래

다른 사람을 길들이려 해.

그게 바로 ‘그루밍’이야.


인간이라는 대지를 떠난 신앙은 정말 위험해.

그리고 현실이라는 땅을 벗어나게 하는 신앙은

더욱 위험하단다.


그럴 때 꼭 기억하렴.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외치시면서도,

언제나 땅 위에 계셨다는 것을.


예수님은 늘 거리에서

가난한 자, 병든 자, 죄인들과 함께하셨지.

그들과 먹고 마시며, 사랑하고 돌보고,

때론 울며, 때론 정의를 외치셨어.


아빤 은율이가 그런 신앙인이 되길 바라.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성경 속 예언자처럼 정의와 공의를 외칠 수 있는 사람,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는 사람.


아빠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게.

때로는 넘어지고 부족하지만,

진심은 늘 거기 있어.


그러니 꼭 기억해 줘!

신앙은 신이 되려는 시도가 아니라,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이란다.


그 여정을,

아빤 너희들과 함께

천천히 걷고 싶어

이전 24화식물과의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