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식물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 곁엔
어떤 식물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삼십 대 무렵, 식물도감을 펼쳐
잎의 모양과 이름을 외우곤 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산세베리아와 스투키를,
목포에서는 재스민과 루페스트리를 길렀습니다.
그 이름들만으로도 공기가 조금은 맑아졌습니다.
그러나 오래 살아남은
식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흙을 갈고, 햇빛을 조절하고,
물을 맞추어도 결국 시들었습니다.
아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마이너스의 손이야.”
마지막으로
방에 들인 건
선인장이었습니다.
“이건 괜찮겠지. 웬만해선 죽지 않잖아. “
하지만 그것도 죽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물을 너무 자주 준 것이었습니다.
가끔씩만 줘야 하는 물을
저는 매일 확인하며 주었습니다.
과도한 저의 큰 관심이,
식물을 망쳤습니다.
그 후로,
저는 식물을 기르지 않습니다.
대신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도 식물과 닮아 있다는 것을요.
햇빛을 좋아하는 사람, 그늘을 편히 여기는 사람.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 손을 타면 시드는 사람.
누구나 각자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관계가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억지로 다가가면 어색해지고,
서둘러 친해지면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연스러운 만남만 남기려 합니다.
그 안에서만 제 모습이 편안해지더군요.
물론 그만큼 놓친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즘 자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물을 너무 주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관계의 두려움 때문에
무관심으로 대하는 건 아닐까.
인간관계는 여전히 제게 숙제입니다.
다양한 식물을 품는 정원사처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성숙한 손길을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