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위로

by 오승현





내 인생에 가장 힘든 시기가 있었다.


모든 소망이 사라지고,

존재가 부정되는 듯한

위태로운 시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빈센트 반고흐의

그림을 마주하게 되었다.


예술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이전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림이 주는 고요하고 따뜻한 위로를 느꼈다.


그날 이후,

나에게 하나의 새로운 의식이 생겼다.

출근하기 전 그의 그림이 인쇄된

작은 엽서 한 장을 재킷 안주머니에 넣는 것.


아무도 모르게,

나만의 조용한 예배처럼 그 의식을 치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는 그의 그림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나의 존재가 다시금 무너지는 순간마다,

나는 조용히 그 그림을 꺼내어 바라보았다.

그것은 나를 절망의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흐르며

나의 상처는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영원히 치유되지 않을 것 같던

고통 위에 딱지가 앉았고,

언젠가 그 딱지는 조용히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리에 섞여 커피를 마시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잊고 있던 한 사람이 떠올랐다.


빈센트 반고흐.

한때 나를 존재하게 했던 그를,

내가 너무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나는 그가 그리웠고 미안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그에게 손을 내밀어 보자고.

그의 마음을 위로해 주자고.


그리고 그 시절,

여전히 떨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손을 내밀어주자고.


그림을 따라 걷는 길,

그의 슬픔과 나의 고통이 겹쳐지는 길,

그리고 결국 위로로 이어지는 길.


오늘도 나는 그 엽서를 주머니에 넣는다.

아무도 모르는 조용한 의식처럼,

다시 살아가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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