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다독이며 남는 것들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하루를 다독이며 남는 것들 (무농)


하늘이 잔뜩 흐린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공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이번 주 모임의 참석 여부를 확인하느라 연락을 돌리고, 다음 달 친구 부부동반 모임의 장소를 예약하며 시간을 보냈다. 일정을 맞추고, 취향에 어울리는 식당을 고르고, 이동 동선을 살펴 여행 계획을 점검하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참석자들의 생활 터전이 전국에 흩어져 있어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나씩 챙기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다행히 당장 마감해야 할 출판사 서평이 없어 마음은 비교적 가볍다. 급한 일에 쫓기지 않고 눈앞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낀다. 바쁜 가운데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이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하루다.


봄이 되니 결혼 소식도 잦아졌다. 청첩장이 이어지면서 모임 일정은 더욱 신중해진다. 팬데믹 이후 직접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점은 한편으로 다행이다. 최근 외부 일정이 늘면서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이번 주 두 곳의 결혼식에는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하고 축하의 마음만 전할 생각이다.


젊은 시절 같았으면 쉽게 내리지 못했을 결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체력과 형편, 그리고 삶의 균형을 함께 헤아리는 일이 더 지혜로운 선택임을 안다. 모든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진심은 전해질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침에 계획했던 일들을 무리 없이 매듭짓고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회원들과 친구들을 위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서로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내게 맡겨진 몫이 남아 있다는 뜻일 것이다.


분주했지만 탈 없이 지나갔고, 애쓴 만큼 감당해 낼 수 있었던 하루였다. 흐트러지지 않고 제 몫을 해냈다는 소박한 만족이 남는다. 그렇게 저무는 하루 끝에 남는 것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오늘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조용한 감사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이런 평범한 날들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 가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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