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가르쳐 준 삶의 속도 (무농)

감사한 일

by 나무나루주인


계절이 가르쳐 준 삶의 속도 (무농)


계절은 소리 없이 흐른다. 그러나 그 흐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어느 날 문득, 공기의 결이 달라지고 풍경의 색이 미묘하게 바뀌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이 낯설 만큼 다른 모습으로 서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 지나왔음을 실감한다. 그럼에도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이러한 변화를 자주 놓치며 살아간다.


사람의 삶 또한 이와 닮아 있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왔고, 중년의 시간 속에서는 현실과 부딪히며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애써왔다. 때로는 고집으로 버티고, 때로는 타협으로 자신을 설득하며 지나온 시간들. 그 과정을 지나 지금의 나는,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된다. 무엇을 더 가져야 할지 보다,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를 생각하는 자리다.


이제는 열정보다 분별이,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많은 것을 쥐는 일보다, 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을 알아보는 일이 더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삶은 여전히 흐르고 있지만, 그 흐름 속에서 나는 조용하고 단단한 중심을 찾고자 한다. 지나친 집착 대신 여백을, 과한 욕심 대신 절제를, 그리고 흔들림 속에서도 잃지 않는 평온을 품고 살아가고 싶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바람이 있다. 다만 그 바람은 예전처럼 크고 요란하지 않다. 조용히 피어나 삶의 깊은 곳에 스며드는 소망이다.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으로 닿기를, 나의 선택이 스스로에게 균형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눈에 띄지 않더라도, 단단한 안정과 은은한 감사로 채워지기를 소망한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바란다. 세상이 서로를 해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기를.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나 또한 한 사람의 삶으로서, 작지만 의미 있는 조화를 이루어가기를.


봄의 향기가 그러하듯,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처럼

내 마음의 결도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피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비록 더딜지라도, 그 길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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