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올해 초, 에세이 쓰기 수업을 듣게 되었다. 몇 달 동안의 수업을 마친 후에 모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 반자발적으로 후속 모임을 만들었다. 이 모임을 반자발적이라고 한 이유는 모임의 선생님이신 정지우 작가님이 "다들 모임 끝나면 후속 모임을 하던데, 하면서 글을 계속 쓰던데."라면서 후속모임을 매우 강권하셨기 때문이다. 이 정지우 작가님이 어떤 분이시냐면 그냥 아무 것도 모르고 처음 만나면 고생 하나 모르고 사셨을 것 같은 선비 같은 이미지인데 모임을 하면 할수록 그 내면에 단단함이 느껴지는 분이시다. "저는 글에 대해서는 할 말을 다 합니다. 모임 끝나고 나서 저 안 봐도 할 수 없어요."라면서 정말 철저하게 글을 해부하여 냉철하게 평가 해주시는 분이기도 했다. 묘한 것은, 모임을 하면 할수록 그 냉철한 평가에 대해서 서운하기는 커녕 오히려 기대하는 면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조히스트이거나 그런 건 아니고) 차갑지만 예리하고, 냉정하지만 정확한 그 평가를 통해 나도 조금 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글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글도 더 나아진 것 같았다. 그런 분이 "후속 모임을 하라."고 하시니 모임원들을 당연히 "그럼 해야지요."라면서 얼른 계획을 짜고 너도나도 참여를 하겠다 손을 들었다.
후속 모임 시간이 되자 모인 인원은 처음 모임에 참여한 이들의 반도 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후속 모임을 계획할 때 한 달에 한 번, 느슨하게 글을 쓰자고 하는 바람에 후속 모임 첫 모임은 마지막 모임 후에 한 달이 지나서야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라는데, 삼일이 아닌 삼십 일이 지났으니. 그나마 모이는 이들이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래도 남은 이들은 꾸준히 모여서 정식 모임이 끝난 지 6개월 후에도 모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서로의 글을 들여다 보게 되면 당연히 삶도 나누게 되는데, 그러다가 요즘 느슨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그 이야기를 한 것은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우리 매일 쓰는 챌린지 같은 것을 해볼까요."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나는 뭔가 상황이 되면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툭 내뱉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결코 그것을 원해서 뱉는 것이 아니다. 내가 챌린지 이야기를 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는데, 그것을 그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이들은 덥썩 물었다. "그럴까요!" "그러죠!" "언제부터 할까요!"
그렇게 해서 이 30일 글쓰기가 탄생했다. 딱 한 달만, 하루 한 편씩 글을 쓰자고. 대신에 글자 수에 제한은 없앴다. 한 줄을 써도 좋으니 매일 쓰자고 했다. 2024년을 마감하는 의미로 30일 동안 쓴 후에 마침 30일이 모임날이라 그날 각자에게 주는 선물(커피 등등)을 가지고 만나기로 했다.
곧 크리스마스라, 교회에서는 대강절 맞이 각종 행사(?)들을 하고 있다. 내가 교사로 있는 초등부에서는 성경 읽기표에 사탕 등을 붙이고 성경을 읽고 사탕을 까먹기로 했다. 아이도 교회에서 상자 같은 것을 받아 왔는데 알고 보니 이것도 무언가 미션을 수행하고 나서 하나씩 안에 든 간식을 까먹는 식이다. 이런 것을 보니, 나도 글을 쓰고 뭐라도 하나씩 까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압박감이 든다. 커피도 못 마시고 술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 하고 마약도 못... 하고... (마약 옥수수는 좋아한다. 물론 진짜 마약 들어간 거 말고.) 그나마 스트레스 받으면 콜라 한 잔씩 하는 게 낙이었는데 그것도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안 하고 있고 한데 이런 나에게 좋은 선물이 뭐가 있을까?
아무튼 이 주제 없는 글쓰기는 이쯤해서 마감하고, 본격적인 글쓰기는 내일 하는 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