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픈 날
남편이 아닌 밤중에 몸살이 났다. 격리를 한다고 비닐장갑을 끼고 마스크도 끼고 방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남편이 낫고 나서 바로 내가 몸살이 났다. 남편도 나도 독감은 아니라는데, 대체 왜 열이 39도까지 끓어오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릴 땐 아프면 집에서 쉬니까 좋았다. 학교를 안 가도 되니까.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이면 좀 곤란하지만, 그런 날이 아니라면 학교 안 가는 것도 해볼 만하다. 직장에 다닐 때도 아프면 쉴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현재 아이 엄마인 나는, 아파서 좋은 것은 전혀 없다. 아이는 어른이 아프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 역시 자신이 아프니까 나를 돌봐주지 못한다. 나는 오로지 내가 돌보아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아프면 좋은 것은, 누군가 돌봐줄 수 있는 어린 아이여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른이 된, 그래서 누군가 돌봐야 하는 위치에서는 제가 아파도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참 서럽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버거울 때가 있다. 어쩔 수 없지만 이것이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