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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에게 마인드셋이란

동기 이론 중 '마인드셋' 이론

by 나무나비


세 작품 만에 대박을 내지 못하면 가능성이 없다


웹소설 작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때 잠시 돌았던 소문이 있다. 그것은 ‘세 작품 만에 대박을 내지 못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은 누가 작가들을 모두 조사하여 몇 작품 만에 대박을 냈는지를 파악하고 내린 결론은 아니다. 그리고 대박의 기준도 모호하며, 한 작품 당 준비를 5년씩 해서 15년 만에 세 작품을 낸 것과 1년 안에 세 작품을 낸 것은 분명히 다를 건데 그런 준비 기간에 대한 기준도 없다. 아마도 이 말은 그저 근거 없이 떠도는 소문에 불과할 것인데, 문제는 이 말에 많은 작가들이 동요하며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는 것이다. 나 역시 그 글을 읽고 ‘나는 그러면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에 심히 마음이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일들은, 비록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할지라도 몇 작품만에 '성공' 하는지가 작가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웹소설 작가들 사이에 또 하나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첫작’ 대박 작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이다. 누구는 첫작에 이만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나는 이미 글러버린 것이 아니냐는 푸념글 역시 웹소설 작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단골 주제로 올라오는 글이다. 분명히 첫작부터 잘 되는 작가들은 있고, 그중에서 꾸준히 좋은 글을 내는 작가들도 있다. 그런 것을 보면 재능이라는 것은 정말 사람마다 다르게 주어지는 것 같아서, 내가 하는 노력들이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세 작품 만에 대박을 내지 못하면 아예 글을 접는 것이 낫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작품을 썼는데도 내가 지금 얻는 수익이나 인지도 면에서 이 정도라면 글을 그만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 적은 무수히 많다. 이런 나를 보고 동료 작가들은 재능도 없는 사람이 애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실제 그들이 한 적이 없는 말을 혼자 상상하면서 상처받은 적도 있다. 나보다 늦게 시작한, 신인이었던 작가들이 한두 작품 만에 대단한 성과를 이루면서 두각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서 나는 도대체 뭘까 생각한 적도 많다. 이렇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면 차라리 직장이라도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돈도 되지 않는 노력을 쌓느니 그 시간에 푼돈이라도 버는 게 낫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고민한다.


동기 이론과 마인드셋


사람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습 심리학의 동기 이론을 공부하면서 그중에 마인드셋이라는 이론에 매료되었다. 마인드셋이란 간단히 이야기하면 어떤 것을 하기 위한 마음의 세팅을 말한다. 다양한 마인드셋 중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이다. 성장 마인드셋은 인간의 능력을 고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성장하는 것으로 본다. 고정 마인드셋은 그와 반대로 인간의 능력을 고정된 것으로 본다. 물론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의 성장 마인드셋과 고정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 둘 중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마인드셋이 있을 뿐이다.


성장 마인드셋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이들은 자신이 성취를 해서 어떻게 보이느냐보다, 그 성취하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무언가를 배운다면 배우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어차피 성과는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 그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에 고정 마인드셋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이들은 자신이 성취를 해서 어떻게 보이는지, 그리고 그 성취의 결과가 어떤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은 어려운 과제와 쉬운 과제 중에서 자신이 성공할 수 있는 쉬운 과제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자신이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여겨서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그런 적이 있다. 밤샘 공부를 하고도, 일부러 공부를 안 한 척을 하는 것이다. 공부 별로 안 했어, 라고 하고서 높은 성적을 받으면 어쩐지 내 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이 웹소설 작가를 하고서도 일어났다. 일부러 동료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준비를 많이 안 한 것처럼 말을 하거나 실제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쓰기 위해서 지나치게 노력을 하는 것은, 내가 글을 쓰는 능력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 같아서였다. 생각나는 대로 썼는데 그 글이 대박이 나면 내 능력이 대단한 것이 증명되고 혹여 대박이 나지 않더라도 어차피 노력하지 않았으니 괜찮은 것이다. 노력을 하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그때는 정말로 내 능력이 드러나 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노력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었다.


웹소설 작가는 왜 결과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때에는 그저 웹소설을 쓰는 것이 좋았고, 쓰면서 얻는 경험들이 재미있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고 출간해서 적은 돈이지만 돈을 버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점차, 내 상황이 다른 작가들과 비교가 되면서 나도 모르게 ‘고정 마인드셋’이 더 강해지게 되었다. 어떤 작가들은 단 몇 작품 만에 억 대의 돈을 벌어들이기도 하고, 또 어떤 작가들은 웹툰화와 드라마화의 말이 오가는데 나는 전혀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분명히 첫 작품보다는 훨씬 많은 돈을 벌지만, 그 작품으로 가치가 매겨지는 ‘작가’가 되자 나 역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값’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내 능력으로 외부의 평가를 받고, 그것으로 내 몸값이 정해지고 작가로서의 대우가 정해지는 사회에서 ‘성장 마인드셋’으로 살기는 참으로 힘든 일이다. 작품이 형편없이 망해서 돈을 거의 벌지 못한 상황인데 ‘그래, 이걸 통해 내가 배웠으니 됐어.’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작가가 ‘고정 마인드셋’이 되면 가장 불행해지는 것은 작가 자신이다.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쓸 수가 없다. 무조건 시장에서 먹히는 작품을 써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평가가 올라가고 작가 자신의 몸값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쓰는 작품이 작가에게 재미가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작가는 제 재능이 들통날까 봐 노력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물도 좋지 않을 것이다.


연이어 낸 작품의 결과가 좋지 않게 되면서, 나는 내가 덫에 걸렸다고 생각했다. 분명 신인 작가일 때보다 상황은 좋아졌다. 신인 작가일 때는 작품을 스무 군데도 더 넘게 투고를 하고 결과를 기다렸고 대부분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함께 작업하는 출판사에서 차기작을 요구하기도 하고, 또 나의 기출간된 작품을 보고 차기작을 함께 하자고 출판사에서 제안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내가 최근에 출간한 작품을 보니 그 결과는 둘째로 하고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저 트렌드에 맞추어 1, 2화를 쓰고 나서 그 후에 출판사 담당자의 입맛에 맞게 억지로 사건을 짜내어 쓰다가 대충 마무리를 한 작품들이었다. 나는 작품을 쓰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품을 내놓은 후에 내가 받게 될 평가에 더 크게 가치를 두었던 것이다.


비단 웹소설 작가에게만 세상은 냉혹한 것이 아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불과 초등학생들에게 시험을 보고 점수를 매기며 그들을 결과로 판단했던 세상이 있었다. 특목고에 가야 한다, 명문대에 가야 한다는 압박으로 학생들은 강제로 ‘고정 마인드셋’을 주입 받았다. 그가 목표를 위해 노력하면서 어떤 과정을 겪었든, 명문대 간판 하나로 사람의 인생을 판단하는 사회는 관심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성과로 사람을 판단하고 심지어 속한 공동체에서 밀어내는 일이 비일비재해진다. 그 속에서 ‘퇴직했으나 무언가 배웠으니 괜찮다’고 생각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고정 마인드셋’보다 ‘성장 마인드셋’이 훨씬 사람이나 공동체에 이로운 것은 알지만 그렇게 살기가 참 쉽지 않은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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