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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작가에게 심리학이란

처음에는 작중 인물의 심리를 알고 싶었지

by 나무나비

처음부터 작정하고 웹소설 작가가 된 사람은 드물다. 드물다는 게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다. 보통 직업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꿈꾸어 왔거나 준비했었던 경우가 많다. 어쩌다가 사소한 계기로 직업을 선택한 경우도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그렇게 되고 싶어' 선택을 한다. 예를 들면 대학교 때 연극을 보고 너무나도 감명을 받아 배우를 꿈꾸는 그런 경우다. 생계를 위해 선택했던 일이 직업이 되기도 한다. 지인 중의 한 명은 고시 준비를 하면서 학원 강사를 했는데, 여기까지 쓰면 대개 짐작하듯 학원 강사로 정착했다. 하지만 웹소설 작가는 좀 특이하다. 작정하고 준비하는 경우도, 생계를 위해 하는 경우도 내 주변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 대개 웹소설 작가는, 장난으로 시작했던 취미가 직업으로 굳어져서 된 경우가 많다.


나는 단편 소설 작가 준비를 했었다. 지인들과 스터디를 하고 함께 책을 읽었다. 항상 문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빨리 쓸 수는 있는데 예쁜 문장을 쓰는 게 참 어려웠다. 신춘문예에 매년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가 웹소설 시장을 알게 되었다. 나도 처음에는 장난이었다. 이것이 돈이 될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쓰기 쉬워 보여서 시작했다. 그러다가 출간을 하게 되고, 차기작을 쓰게 되면서 점점 깊이 발을 들이게 되었다. 몇 작품이 쌓이니 이제 출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물론 출간한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에는 낯간지러웠던 '작가'라는 말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듣게 되었다.


취미가 생업이 되면 돈을 얻지만, 취미는 잃어버린다. 더는 글쓰기는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한 문장을 쓸 때마다 이것이 돈이 될지, 다수의 독자들이 좋아할지를 나의 취향보다도 더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했던 글쓰기는 부장님께 내일까지 내야 하는 보고서만큼이나 싫은 것이 되었다. 그렇게 써서 돈을 많이 벌면 그나마 다행인데, 늘 결과는 예측불허였고 내 경우는 대부분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점차 나는 내가 뭘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갔다. 나 그래도 국문과 졸업생인데, 소설 공부도 했었는데, 문장도 잘 쓰진 못했지만 고심해서 연구했었는데, 그런 내가 소설이라고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밖에 보지 않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참패하다니! 내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물론 지금은 안다. 웹소설 잘 쓰는 사람들은 소설은 보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이야기'에 탁월하다는 것을. 그리고 각종 이야기를 섭렵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에게 혼나더라도 만화책 열심히 볼 것을 그랬다는 생각을 삼십 대가 되어서야 하게 되었다. 아무튼 나는 이제 결정을 해야 했다. 안 되는 웹소설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지, 나이는 먹어가고 할 일은 점점 좁아지는데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심리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알고 싶어서였고, 그 다음에는 소설을 쓰니 작중인물의 심리를 알아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알게 되었다. 내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바로 무엇보다도 작가인 나를 이해하는 것이로구나!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내게 글은 어떤 의미인지, 내가 글을 써서 이루려고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그 모든 답이 심리학 안에 들어 있었다. 더불어 작중인물의 심리나 사연 또한 더 디테일하게 구상할 수 있게 되었다. 웹소설 작가들에게 심리학은 필수적으로 들어야 할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웹소설 양성 학원이나 학교에서는 작법이나 문장 쓰기 등을 가르친다고 알고 있다. 심리학까지 가르치는 곳은 없다. 하여 한 번 정리해 보면 어떨까 했다. 심리학을 통해 나를 보고, 작중 인물들의 삶을 구성하며 나아가서 독자들의 심리까지 한 번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꼭 웹소설 작가가 아니어도 괜찮다. 심리학은 삶의 전반에서 매우 유용한 학문이다. 나는 웹소설 작가로서 심리학을 만났지만 각자의 다른 위치에서 또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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