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가 뭐길래

좋은 엄마의 조건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나는 드디어 임신을 한 예비맘이 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어리석게도 엄마들은 아이를 가지면 모든 준비가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예를 들면 아이를 가진 후 먹으면 안 되는 것과 먹어도 되는 것, 또 조심해야 할 것과 같은 것을 다 저절로 알게 되는 줄 알았다.

밤새 맘카페를 뒤져가며 '이건 먹어도 되나' '응, 이건 안 될 것 같은데' '먹는 사람도 있는데?' '아니 안 먹는 사람도 있잖아!'라며 고민에 빠질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이후의 일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뭔가 알아야 하는 것이 있으면 맘카페를 뒤지거나 주위에 묻는다. 그리고 그런 것을 목록을 만들었다가 산부인과에 갈 때마다 몰아서 묻는다. 때로는 산부인과에서 들은 정보와 맘카페에서 들은 정보가 다를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산부인과에서는 임신을 해도 중기가 지나면 반신욕을 해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양수까지 열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맘카페에서는 아이가 뜨거워지니까 절대 반신욕은 하면 안 된다고 하는 의견이 많았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엄마 준비를 해 갔다. 그러면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도 등급이 있다는 것.

1등급. 자연분만과 모유수유 1년 이상. 

2등급. 제왕절개를 했으나 모유수유는 1년 이상. 혹은 자연분만을 하고 분유수유.

3등급. 제왕절개를 하고 분유수유.

물론 이것은 내 느낌일 뿐이고, 이 등급은 오로지 내게 적용되는 것이다. 내가 저 두 과정,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것처럼 '내가' 느꼈다는 뜻이다.

그것은 아마, 학창 시절부터 어떤 성취에 따라 특정 등급에 속해야 하는 운명을 살았던 내가 엄마로서 살아야 하는 삶을 앞두고 느꼈던 부담에 기인할 것이었다. 그리고 주변으로부터의 압박도 한 몫을 했고. 물론 내게 '당신이 좋은 엄마가 되려면 저 두가지 조건을 완수해야 해'라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지만 대놓고는 아니고 은근히, 은밀하게, 그 말들은 차곡차곡 나를 채웠다.

'엄마'가 되는 것 자체로 사람은 엄청난 부담을 가지게 된다. 내가 아니면 죽을 수도 있는 존재가, 그토록 연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오로지 내 손에 붙들려 있으니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정말 잘못 안기만 해도 바스라질 것 같은 존재를 돌보는 일은 여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준비하는 이에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저 두 가지 짐을 지운다. 자연분만. 그리고 모유수유.

나는 용케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것보다는 저 두 번째, 모유수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모유수유를 하지 못했다. 양이 적었고, 모양이 좋지 않았다. 아이가 젖꼭지를 물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생겨먹었다.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게다가 양까지 적다. 너무나 최악의 조건이라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 나오는데, 그런 나에게 주변에서 하는 말은 이랬다.

모유가 아이에게 좋아요.

아니, 나도 안다. 모유가 좋은 거 안다고. 그런데 안 나온다고. 모양도 이상하다고. 그건 내가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고. 무슨 좋다는 차도 마시고 마사지도 받고 해도 안 된다고. 심지어 밤에 잘 나온다고 해서 밤에 자다 깨서 수유를 한 적도 있다.(진짜 못할 짓이다.) 그래도 안 되더라.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나 싶다. 아니 왜 그랬는지는 이제는 안다.

나와 남편은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준비를 한답시고 동네 보건소에서 주최하는 예비맘교실에 갔다. 그 교실의 주강사는 모유수유 전문가였다. 왜, 굳이? 모유수유 전문가를 출산 및 육아를 준비하는 부부들의 강사로 세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출산 및 육아에 필요한 것이 모유수유만 있는 것도 아닌데. 물론 초빙된 강사분은 모유수유 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도 해박하셔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래도 모유수유를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강의를 몇 주 들은 나는 '모유수유는 좋은 엄마라면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모유수유는 좋은 것이지만, 육아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모유를 안 먹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에게 나중에 아주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육아에 더 중요한 것은 모유수유보다도 엄마와 아이의 교감이다. 모유 먹일 상황이 아니라면 분유 먹이면서 많이 안아주면 된다. 그리고 육아는 모유수유를 하는 약 1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아이가 돌이 지나면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태어난 지 두 돌이 되는 아기는 날마다 말이 늘면서 땡깡도 늘고 있고 고집도 늘고 있고 아무튼 있는 건 다 늘고 있다. 태어난 지 두 돌이 지나서도 모유수유를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우리 아기도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육아에서 모유수유의 비중은 그다지 큰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그때는 그토록 자책을 하면서, 나쁜 엄마라고 나를 몰아붙이면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안다. 모유수유를 안 하면 그런 거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나쁜 것은 모유수유를 못하는 혹은 안하는 엄마들이 아니라 그런 엄마를 함부로 판단하는 시각이다.